▲ 김형태 변호사 |
우리나라는 헌법상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의 3권을 분리하는 것을 권력기구의 대원칙으로 삼고 있다. 오늘날과 같이 국회가 정당 간 싸움의 장으로 변하는 상황에서는 국회에 대한 불신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래서 입법권이 대통령에게 주어진다면 우리는 새로운 전제왕조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국회의 무능함에 식상한 국민들이 국회를 대신하여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입법권은 대통령에 의하여 침해되어서는 아니 된다. 규제란 바로 입법권의 또 다른 모습인 것이다. 규제개혁 토론에서 의원입법의 남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하지만 이것은 행정부에서 관여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국회 내에서의 토론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대통령이 주재하는 토론회에서 거론할 문제는 아니었다. 자칫 입법권 침해로 보일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실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이해 관계있는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현실적인 상황이 참작되고 또한 이들 간에 긴 이해관계의 조정을 거쳐 국회에 법으로 상정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의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현실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검토의 결과에서 생기는 것이다. 규제가 있는 것은 현실적인 분명한 이유가 있다.
사실 4월 1일부터 공인인증서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제는 30만 원 이상 물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 정말 편리해진 것일까? 누구를 위한 편리일까? 소비자들을 위한 편리라고 생각하는가? 원래 공인인증서는 다액의 거래에 있어서 정확성을 담보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무분별한 소비를 억제하는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소비자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불편하지만 공인인증서에 의하여 30만원 이상을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과도한 소비억제를 위하여. 이런 점에서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함으로 인하여 이득을 보는 것은 다수의 소비자가 아니라 소수의 판매자인 것이다. 공인인증서가 있다고 해서 꼭 사고 싶은 물건을 사지 못한 적이 있는가? 필요에 의하여 생긴 규제이니만큼 규제는 있어야 하지만 그 규제가 규제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이를 운영하는 공무원이나 관계직원들의 노력이 정말 중요한 것이다. 바로 규제는 규제를 관리하는 사람 자신의 문제였던 것이지 규제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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