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따뜻한 창조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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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따뜻한 창조경제

[세설]이준석 특허청 차장

  • 승인 2014-03-31 14:07
  • 신문게재 2014-04-01 17면
  • 이준석 특허청 차장이준석 특허청 차장
▲ 이준석 특허청 차장
▲ 이준석 특허청 차장
지난해 말 UN 인구기금이 발표한 '2013 세계인구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평균수명은 남녀 각각 78세와 85세로 작년보다 한 살 증가한 반면, 출산율은 1.3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대 중반에는 인구의 20% 이상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참으로 어려운 과제다. 늘어나는 복지에 대한 재정 수요를 한정된 자원으로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고, 복지 시책이 반드시 행복을 보장한다고 이야기하기에도 어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모든 국민이 자존감을 가지고 자기실현을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우선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밖에도 다양한 각도에서의 행복을 위한 해법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유니버설 디자인이라는 개념에서 하나의 힌트를 찾아보고자 한다.

보편적 디자인이라고 번역할 수 있는 이 개념은 1990년대 미국의 건축가이자 소아마비 중증장애인이었던 '로널드 메이스'가 주창한 것이다. 장애인과 고령자의 불편 해소를 넘어 성별, 나이, 장애 유무 등에 관계없이 모두가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아직 낯선 개념인 유니버설 디자인의 실례는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계단 옆의 경사로, 낮은 위치의 엘리베이터 버튼, 계단을 없앤 저상버스가 그것이다.

이런 단순한 변화만으로도 휠체어 사용자들은 물론, 무거운 짐을 운반하는 근로자, 키가 작은 어린이, 유모차를 이용하는 아이 엄마도 편리함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레버식 출입문 손잡이도 처음에는 손이 불편하거나 쥐는 힘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개발되었던 것이었다.

디자인은 또한 기술과 결합할 때 그 본연의 힘을 발휘한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은 자연스러운 추세이며, 그러한 결합 없이는 기술도 디자인도 그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실생활과 밀접한 유니버설 디자인은 더더욱 기술과 별개일 수 없다. 좁은 공간에서 허리를 덜 굽히도록 입구가 기울어진 드럼 세탁기는 단순히 입구의 방향을 바꾼 것이 아니고, 세탁 성능, 소음 등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한 기술이 함께 담겨 있다. 힘들여 돌리지 않도록 센서로 작동되는 수도꼭지, 원터치로 자동 탈착되는 전기 플러그도 모두 기술과 접목되어 탄생한 디자인이며, 이렇게 보편적 편의성을 가진 제품과 관련된 특허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이처럼 모두의 편의를 위한 기술을 유니버설 테크놀로지 또는 보편적 기술이라고 부르고 싶다. 한 부부가 신혼부터 노년까지 불편 없이 살 수 있는 집에 요구되는 기술, 늘어나는 노년층의 일자리 수요에 맞춰 고령자와 젊은이가 함께 일하는 사무실에 필요한 기술 등이 유니버설 테크놀로지의 주된 과제가 될 것이다.

편의를 높이는 기술발명에서는 감성과 직관을 가진 여성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특허청에서도 여성의 생활 속 아이디어를 새로운 가치로 연결하는 '생활발명 코리아'를 추진할 계획이다. 여성의 생활 속 아이디어를 발굴해 특허출원과 기술거래, 제품화를 지원하려는 것이다. 앞만 보고 나아가다간 행복의 기회를 놓치기 쉽다고 한다. 잠시 고개를 돌려 자신과 가족, 이웃을 바라보았다면 발견할 수 있었던 행복이다. 기술은 첨단을 향해 달려가고 디자인은 세련미를 강조하지만, 기술도 디자인도 본래는 사람을 위한 것이다. 사람을 보듬는 기술을 배려심 있는 디자인에 담는다면 행복한 복지 사회를 만드는 큰 재산이 될 것이다. 이처럼 사람을 향하는 아이디어들이 모이면 그것이 또 다른 첨단과 세련미가 되어 '따뜻한 창조경제'를 실현하는 하나의 길을 열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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