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익 국민행복운동 사무처장 |
2012년 10월 2일 전방의 한 부대에서 북한군 병사가 귀순한 사건이 있었다. 저녁 8시경에 북한군 철조망을 넘어 휴전선과 남쪽의 철조망을 넘는 3시간 20분 동안 누구하나 발견을 못했고 결국 우리 병사들이 생활하는 생활관 문을 노크하고서야 알려진 사건이다. 당시 장군과 장교 14명이 책임을 져야했고, 국방부 장관까지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는데 배고파서 탈출한 북한병사 1명 때문에 그동안 힘들게 육성해 온 장군과 장교들이 일거에 군복을 벗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만약 이 병사가 북한군의 특수전 병력이었다면 북한군의 침투로가 되는 등 더 큰 문제로 확대되었을 뻔 했던 사건이었다.
요즈음 교각살우란 단어가 부쩍 회자되고 있다. 이 뜻은 조그만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도리어 일을 그르친 경우를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으며 '유우성 간첩의혹사건'이 '유우성 간첩조작사건'으로 변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두고 검찰과 국정원, 국정원과 야당, 결국 야당과 청와대가 대립하는 양상으로 치닫더니 급기야 대통령까지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결국에는 간첩을 잡고자 했던 국정원의 비밀요원의 존재가 드러나면서 자살 소동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국정원의 존재 이유인데, 어떠한 경우에도 국가안보를 위해서는 국정원의 간첩 수사 기능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도 국정원의 간첩수사 기능을 훼손하거나 위축시키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해서 문제가 된 증거 자료의 위변조 여부를 가려내고, 이에 대한 사법 처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칫 본말이 바뀌어 국정원의 간첩수사 기능을 마비시키는 교각살우의 과오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권 과장은 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김 과장이 협조자 김 씨에게 속은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과장은 국정원 소속으로 중국에서 신분을 감추고 활동했던 '블랙요원'이며, 협조자 김 씨는 국정원 휴민트(정보원이나 내부협조자를 통해 얻는 정보들, 그 정보를 얻는 과정을 말하며, 보통 정보원에게는 정보를 건네준 만큼 일정금액의 대가를 주고 신병보호도 일정부분은 책임을 지어 줌)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 과장은 2013년 12월, 김 씨로부터 중국 싼허 변방검사참 명의의 답변서를 구해 달라고 했고, 김 씨로부터 건네받은 문서 위조에 관여한 혐의로 지난 3월 19일 검찰에 구속됐다. 이에 대해 권 과장은 “국정원 직원이 구한 문서 3건의 실체는 '믿음'이다. 김 과장에 대한 믿음 '그 사람이 구했으니 진짜일 것'이라는 믿음”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은 북한과 특수한 관계에 놓여 있다. 따라서 북한을 직접 들어가지 못한다면 북한과 가까운 중국에서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이 작전을 수행하는 정보기관이 활약하면서 간첩 활동을 하는 자를 잡는 것도 하나의 과정일 것이다. 과거 리비아 사건이나 미국 중앙정보부의 이란 콘트라 작전처럼 지나친 경우도 발생되어 정보기관의 부도덕성이 도마 위에 오르고, 비밀에 부쳐져야 할 사항들이 맨얼굴이 드러나는 등 국가 신뢰도도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러한 비밀작전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권 과장의 말처럼 이번 사건으로 중국내의 정보망이 손실을 입었다면 우리는 향후 큰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임이 분명하다.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간첩작전의 반간계로 인해 큰 대가를 치렀으며, 노크 귀순은 우리에게 장군, 장교 몇 명의 희생으로 그쳤지만 엄청난 재난을 안겨줄 뻔 했다.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천안함 폭침처럼 꼭 당해봐야 이해한다는 무지렁이는 이제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어찌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우리 국민은 본말이 전도된 이번 사건에 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하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해서도 과감히 응징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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