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면]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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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면]상상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

[사이언스칼럼]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

  • 승인 2014-03-27 14:00
  • 신문게재 2014-03-28 17면
  •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
▲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
▲ 권면 국가핵융합연구소장
만화가 이정문씨가 1965년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라는 그림이 있다. 상상력을 동원해 그린 이 그림에는 당시에는 상상 속에만 존재하였던 태양열에너지, 인터넷, 화상전화, 전기자동차, 전자 신문 등이 담겨있다. 하지만 5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그림 속 대부분의 기술들을 실제로 누리고 살게 되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있는 대부분의 것들은 과거 누군가의 상상에서 시작된 것들이다.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는 것은 상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런 이유로 아인슈타인은 '지식보다 상상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과학기술인들에게 상상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 정부의 중요한 정책이자 사회적 트렌드인 '창조경제' 역시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창의적 아이디어를 핵심 키워드로 한다.

하지만 이러한 창의적인 생각들이 상상 속에 그쳐 있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접목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디어를 현실화 시킬 수도 있지만, 많은 경우는 연구 개발을 통해 얻는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거나, 다양한 분야의 기술을 융합 또는 응용하려는 시도와 노력이 필요하다.

상상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은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도전으로 시작하여, 중간의 실패가 있더라도 이를 바탕으로 보다 발전된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 때 얻게 된다. 즉 이미 나와 있는 해답에 다다르는 방법을 찾는 추격형 방식의 연구개발이 아닌, 해답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나름대로의 목표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경로를 찾아가는 창조적 방식의 연구개발이 이루어질 때 상상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상상력 뿐 아니라 끊임없이 도전하고 창조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자세 역시 연구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때로는 상상으로 이루어진 아이디어가 입증되거나 현실화되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지난해 노벨물리학상의 수상의 영예를 안은 힉스 교수의 경우 1964년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예견했지만, 실제로 힉스입자의 존재는 49년이 지난 작년 유럽원자핵 공동연구소(CERN)에서 보유한 대형강입자가속기(LHC)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힉스 교수의 상상력에 기반 한 이론이 CERN의 기술력을 통해 입증된 것이다.

지구 위에 태양을 만들겠다는 핵융합 연구도 여전히 현실화 과정에 있는 상상 중 하나다. 태양에너지의 원리인 핵융합 반응을 지구에서 만들어 인류의 무한에너지원으로 만들겠다는 과거 과학자들의 상상을 구체적으로 실현하려는 연구개발이 오래전 시작되었지만, 아직 핵융합 발전의 상용화까지는 20~30년의 연구를 더 필요로 한다.

이처럼 오랜 시간의 연구와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상상을 현실화하는 데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이어 나가려는 연구자의 노력과 함께 안정적인 연구가 지속될 수 있는 지원 시스템을 필요로 한다. 성과에 대한 조급증과 연구효율을 앞세워 성공 보장 분야에 집중 지원하는 과학기술 정책이라면 상상을 현실화하기 어렵게 할 것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자의 창의력과 도전을 지속적으로 지원해 줄 수 있는 정책이 바탕이 되어줄 때 연구자들의 상상력과 도전의식을 자극하고, 참된 창조적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상상하는 만큼 현실이 된다고 한다.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 분야에 상상력과 창조가 강조되고 있는 요즘, 더 많이 상상하고 그 상상이 현실화 될 수 있도록 연구자들의 창의력과 끈질긴 도전의식이 강조되는 시기이다. 그리고 그 과정도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는 연구 환경도 정착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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