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석용 천안시 서북구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
이제는 나이가 들어 자식을 둔 부모가 되었지만 선거 때만 되면 '해님과 달님'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사실 해님과 달님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썩은 동아줄을 잡은 호랑이'의 이야기로 더 잘 기억이 난다.
선거 때만 되면 후보자보다 바빠지는 공무원들이 있다. 선거를 염두에 두고 입후보예정자들이 개최하는 출판기념회에서 얼굴을 알려야 하고, 지역의 행사나 유권자들의 모임에 후보자들을 알리러 다녀야 한다. 심지어는 유력한 후보자를 위해 기부행위를 하거나 업적을 알리려다 선관위에 의해 고발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눈에는 후보자가 하늘에 있는 존재로 보이고 후보자가 제안하는 공직생활에서의 편의나 승진에 대한 무언의 약속이 하늘에서 내려주는 '새 동아줄'로 보이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 동아줄이 이제는 위태롭게 되었다. 새 동아줄로만 알았던 것이 썩어빠진 동아줄이 되게 생긴 것이다. 지난달 13일, 공직선거법이 일부 개정되었다.
개정내용 중에는 근로자의 투표시간 청구권 신설과 후보자정보공개 확대, 사전투표시간 연장 등 국민의 알권리와 편의를 위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긴 하지만 단연 눈에 띄는 것은 '공무원의 선거 중립의무 위반에 대한 처벌 강화'다. 그동안 공직선거법에서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무를 선언적으로만 규정하고 있었고, 그나마 공무원 등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한 경우에도 벌칙이 미약하여 실효성을 바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법은 공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하거나 지위를 이용하여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으며, 공무원의 선거범죄의 공소시효를 10년으로 연장했다.
대통령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업무보고에서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의 공무원의 선거개입 행위를 집중 단속할 것을 특별지시했고, 대검찰청은 이에 맞추어 공무원과 공무원단체의 선거개입 등에 대해서는 입건수사와 징역형 구형을 하겠다는 원칙적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선거법 위반행위에 대한 단속에 앞서 지속적인 예방활동을 하겠지만, 공무원의 선거개입 등 중대범죄에 대해서는 단속 역량을 총동원하여 엄중히 대처할 것이다. 이제 어린 오누이를 잡아먹으려고 하늘에 동아줄을 바라던 호랑이처럼, 후보자에게 승진이나 편익 같은 무언의 언질을 바라는 일부 공무원들이 설 자리는 없어지게 되었다.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앞으로 70여 일 밖에 남지 않았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선거도 중요하지만, 내가 살고 있고 실제로 부딪혀 살아가야 할 이 지역의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야말로 더 없이 중요한 선거가 아닌가 한다.
조선 후기 대표적인 실학자인 최한기는 그의 저서 인정(선인문편)에서 '천하우락 재선거(天下憂 在選擧)'라는 말을 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세상의 모든 기쁨과 근심이 선거에 있다”는 말로써, “어진 자를 뽑아 바른 정치를 하면 모든 백성이 평안하나 그른 자를 뽑아 정치를 잘못하면 세상 모든 백성이 근심 걱정으로 지내게 된다”라는 뜻이다.
그의 말처럼 어진 단체장과 교육감을 뽑고, 주민을 위해 손발로 뛰어다니며 일할 수 있는 올바른 지방의원을 뽑는다면 내 가족과 내 지역은 물론 우리나라 모두가 행복해 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지역의 일꾼인 공무원들이 유력한 후보자들이 내미는 '썩은 동아줄'을 잡을 것이 아니라 바르고 깨끗한 선거를 바라는 국민이 보내는 신뢰와 희망으로 엮은 '새 동아줄'을 잡아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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