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석]규제개혁 위해선 감사제도부터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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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석]규제개혁 위해선 감사제도부터 바꿔야

[중도시평]백운석 경제부장, 세종본부장(부국장)

  • 승인 2014-03-25 14:06
  • 신문게재 2014-03-26 16면
  • 백운석 경제부장백운석 경제부장
▲ 백운석 경제부장
▲ 백운석 경제부장
요즘 우리사회의 화두는 단연 규제개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일환으로 이른바 '규제와의 전쟁'을 선포해서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있은 '규제개혁장관회의 겸 민관합동규제개혁 점검회의' 자리에서 “규제개혁이야말로 돈을 들이지 않고 경제혁신과 재도약을 이룰 수 있는 핵심 열쇠”라며 “공무원들의 자세와 의지, 신념에 따라 규제개혁의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년 평가를 통해 규제개선 실적이 우수한 부처와 공무원에게는 예산과 승진, 인사 등에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주고 보신주의에 빠져 국민을 힘들게 하는 부처와 공무원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가 공무원들이 감사를 의식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법령을 해석, 적용하는 것”이라며 “사업을 하려는데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아오라 하고 중앙부처는 지자체 소관이라 판단할 권한이 없다고 하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도 있고, 특별한 이유없이 인허가 처리를 지연하는 경우도 많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경제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는 불필요한 규제를 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토교통부 등 중앙부처는 지난 22일부터 규제개혁과 관련, 장관들의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윤진식 장관 주재로 규제개혁추진 전략회의를 열어 경제적 규제를 15% 감축하고 기업이 체감하도록 덩어리 규제와 타부처 연결형 규제 등을 풀기로 했다.

각 부처가 앞 다퉈 규제개혁 추진을 다짐하고 나선 것을 보면 출발부터 분위기는 좋다. 그런데, 규제개혁을 추진하는데 정부부처 공무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주민과 밀접한 각종 인허가 등의 업무 대부분이 지방 자치단체에 이관돼 있는 만큼 지자체 공무원들의 규제개혁에 대한 의지없이는 자칫 구호에 그칠 수도 있다. 문제는 주민이 체감하는 규제개혁을 지방 공무원이 얼마나 이행할 수 있느냐다. 사실 우리나라처럼 감사(監査)가 많은 나라는 없다. 지방자치단체 한 고위공무원은 “공직사회의 감사제도가 바뀌지 않고는 규제개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중앙감사를 보면, 감사원과 안전행정부의 정기감사가 대개 2~4년마다 한번 꼴로 이뤄지고 감사원과 안전행정부의 분야별 특정감사는 수시로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민원사항 조사와 평가까지 합하면 광역자치단체 감사는 연간 20~30회에 이른다. 여기에 지방의회 감사와 국정감사까지 포함하면 지자체 공무원들에게 감사에 대한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는 국민의 혈세인 예산집행은 올바로 되었는지, 행정처리는 제대로 했는지, 업무과정에서 위법이나 비위는 없었는지, 인ㆍ허가는 제때 처리되었는지 등을 살피는 것으로, 당연히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필자는 과거 행정관서에 출입하면서 인허가 부서에 근무하며 시민 입장에서 업무를 처리했다가 규정에 벗어나 애꿎게 징계를 받은 경우를 더러 보았다. 공무원은 공복(公僕)이다. 업무 처리 시 특정인에게 특혜를 줘서는 안되고 형평성에 어긋나서도 안 된다. 피감자 입장에서 보면 감사가 적을수록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감사를 없애자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에게 신분상 징계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공직생활 중 신분상 경징계인 감봉이나 견책을 받으면 능력이 제아무리 있다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공무원들은 인허가 관련부서에 배치되거나, 민원인 입장에서 업무처리하는 것을 꺼린다. 혹시라도 업무상 규정을 어겨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걱정이 돼서다. 자치단체장의 임기 말만 되면 공무원들이 몸사리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물론 민원인 편에 서서 일을 처리했다가 억울하게 징계를 받은 공무원에 대한 구제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직사회에는 면책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정부가 나서고 대통령이 나서도 실제적인 행정의 키를 쥐고 있는 공무원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규제개혁은 사장될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규제개혁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현행 감사제도를 확 바꿔야 한다. 자치단체에 대한 감사를 줄이고 잘못된 부분을 가려내기 보다는 대통령이 약속한대로 규제혁파에 앞장선 공무원에 대해 승진 등 파격적인 대우를 해줘야 한다. 그래야만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은 성공할 수 있다.

자치단체장이 규제개혁에 강한 의지를 공표하는 것 또한 공무원들이 규제개혁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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