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지역 대전과 충남을 방문한다는 소식에 천주교 교우뿐만 아니라 대전충남 시도민 모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중에서도 유일하게 한국, 그 중에서도 우리 지역 대전교구를 방문한다는 사실에 모두가 감격스러워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수차례 편지를 쓰고 지난해 브라질 세계청년대회때는 직접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한국 방문을 요청했던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사진> 라자로 주교를 지난 20일 아침 교구청 2층 주교실에서 만났다. 백만불짜리 미소를 지닌 해맑은 표정의 유흥식 주교가 햇살처럼 환한 미소로 필자와 사진부 기자를 맞아준다. 유흥식 주교로부터 이번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의 의미와 아시아청년대회, 한국청년대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프란치스코 교황의 마음 움직인 유흥식 라자로 주교의 편지
-유흥식 라자로 주교님 반갑습니다. 이번에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시게 된데에는 유 주교님의 역할이 매우 크셨던 것으로 압니다. 교황 방한의 의미와 교황과 관련된 에피소드가 있으면 들려주시지요.
교황께서 한국을 방문하시게 된 것은 기적임에 틀림없습니다. 요한 바오로 교황께서 한국을 방문하실때 연세가 60세셨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올해 78세십니다. 지난해 교황에 선출되시고 나서 1년이 지났는데 그동안 교황은 세계청년대회가 열렸던 브라질만 방문하셨지요. 교황의 고향인 아르헨티나가 바로 브라질 옆인데도 가지 않으셨습니다. 브라질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세계 각국 기자들이 교황의 다음 방문국은 어디시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직전 선임 교황이셨던 베네딕토 교황이 임기중 아시아를 못가셔서 아시아를 방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난해 브라질에서 열린 세계청년대회에 참석했을 때 교황을 뵙고 한국에서 열리는 아시아청년대회에 대해서 설명해 드렸습니다. “교황께서 아시아 청년대회를 위해서 기도해주시고, 축복해주시고, 가능하면 참석해주십시오”라고 말씀드리고 한국에 돌아온 뒤 교황께 편지도 드렸습니다. 저는 종종 교황께 편지를 드리거든요(하하하). 아시아청년대회가 열리는 대전교구는 한국 순교자의 3분의 1을 배출한, 성지들이 많은 교구로, 성지에서 개최되는 아시아청년대회에 참석한 이들이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의 믿음과 삶을 본받는 은혜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아시아 청년대회의 젊은이들과 대전교구 신자들, 한국 국민들을 교황께서 오셔서 축복해 주시면 큰 희망과 용기를 얻을 것이라고 편지를 드렸습니다.
교황께서 제 편지를 매우 기쁘게 읽으시고 교황님의 해외 방문을 일컫는 '사도적 방문'을 책임진 분에게 “이 편지를 읽으면서 가슴 깊은 곳에서 우리는 한국에 가야된다는 강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물론 한국 주교회의도 이미 교황을 초청했고, 박 대통령도 교황님을 초청하셨죠. 교황청의 책임있는 분이 저에게 “유 주교님의 편지가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라고 말하더군요. 교황님의 이번 한국 방문은 하느님께서 원하신 일로, 저에게는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교황 방문으로 복음적인 삶의 변화 있어야
-교황의 대전 방문을 앞두고 대전 교구민들과 더불어 어떤 환영 행사를 준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교황의 방문 후 기대되는 효과도 클 것 같습니다.
천주교 신자들이 기뻐하고 감사하는 마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대전시장, 충남도지사, 세종시장을 비롯한 자치단체 기관장들과 우리 지역의 많은 분들이 기뻐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시는 것을 보고 느꼈습니다. 저도 매우 기쁩니다. 교황님 맞을 준비를 어떻게 할까 생각해보면 한편으로는 귀한 분이니까 잘 모시고 싶지요.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아주 좋은 아버지께서 오시니까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자는 생각이 듭니다. 교황께서 한국에 오신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황님의 방문을 통해 신자들이 행복하고, 기쁘고, 참된 삶을 구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복음에 입각해 복음 말씀대로 사는게 중요하지요. 어려운 이웃, 고통받는 이들에게 복음이 퍼져나갈 수 있을때 교황님 방문의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검불과 같은 행사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없죠.
복음적인 삶의 변화가 있어야 비로소 교황님 방문의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좋으신 아버지께서 이 곳에 오신다니 이 얼마나 축복받은 기분좋은 일인가요(하하하). 아주 오래전부터 해온 저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고, 저를 도구로 써주셔서 또한 감사드립니다.
▲교황의 삶의 모습 보며 세상의 빛과 소금과 누룩이 되어야
-교황 방한으로 천주교 신자수가 많이 늘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데요. 주교님 생각은 어떠신지요.
대전교구 신자수는 현재 29만 3000여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교황님이 오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신자수가 늘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이웃을 사랑하면서,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내놓고 기쁘게 사시는 교황님의 삶의 모습을 보면서 신자들이 늘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교회가 더 교회답게 복음에 입각해 존재하며 살 수 있도록 세상의 빛이 되고, 소금이 되고, 누룩이 될 수 있도록 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아시아 청년대회와 한국청년대회의 근본 사상은 사랑
-교황의 대전교구 방문 계기가 된 제6차 아시아 청년대회와 제3차 한국청년대회에 대해 설명해주시지요.
요한 바오로 2세께서 1981년 세계 청년대회를 시작하셨는데 아시아 사람들은 참석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청년들이 모여서 만든 대회가 아시아 청년대회로, 이번이 여섯번째입니다. 한국청년대회는 한국의 청년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아시아청년대회와 한국청년대회에서 청년들이 모이는 근본 정신은 사랑입니다.
오는 8월13일부터 17일까지 해미 성지와 솔뫼 성지에서 강연도 하고, 토크콘서트도 하고, 성지순례도 합니다. 걷기에는 두가지가 있는데요. 건강을 위해 걷는 것과 의미를 위해 걷는 것은 다릅니다. 인생 자체가 순례지요. 아시아 청년들이 한국 순교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순례지를 걸으면서 순교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그러면서 아시아 각국의 젊은이들은 인종과 언어와 관습과 문화를 넘어서 똑같은 신앙을 갖고 있다는 귀한 체험을 하게 됩니다.
당진 솔뫼성지에서 교황님이 젊은이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게 되는데 이 장면이 전세계에 라이브로 생중계될 예정입니다. 당진 솔뫼성지는 김대건 신부가 탄생한 곳이고, 4대에 걸쳐 11분이 순교한 곳입니다. 또 해미는 순교자가 제일 많았던 곳입니다. 당시에 평민은 기록에 남기지 않고 그냥 죽일 수 있었습니다.
요즘 조류인플루엔자 걸린 오리나 닭, 돼지를 살처분, 생매장하듯이 해미에서는 적어도 1000여명의 신자들이 큰 웅덩이에 생매장 당했습니다. 웅덩이에 들어가지 않으면 배교하는 것이라 했지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곳이 바로 해미입니다. 아시아청년대회를 통해 이런 사실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이번 아시아 청년대회를 통해 우리 한국 청년들이 내 나라, 내 것만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도 이해하고 받아주는 폭넓은 포용력을 배우고 깨달아 세계 속의 글로벌 인재들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교황 방문 기간중 124위 시복식은 은총이고 축복
-10월로 계획됐던 조선 박해시대 순교자인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4위에 대한 시복식이 교황 방한 기간중으로 앞당겨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복식이 갖는 의미는 뭔지요. 그리고 향후 이 분들의 시성식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순교자는 믿음과 생활이 일치한 분들이십니다. 요즘은 믿음과 생활이 괴리돼 지탄받는 신자들이 많아 안타깝지요. 순교자들처럼 기도하면서 성령께서 모든 일을 하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합니다. 대전교구에 성지가 많은 이유는 한국 순교자의 3분의 1이 우리 지역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천주교가 한국에 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남인 학자들을 중심으로 천주교를 서학이란 학문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죠.
1780년대 예산 여사울의 이존창이란 분이 예산으로 내려와 주위에 신앙을 전하기 시작한게 바로 천주교입니다. 이존창은 믿음과 삶이 일치했던 분이라서 이 분의 삶을 보며 신자수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전라도, 경상도, 서울 등 전국 각지에서 124분의 순교자가 생겨 이 분들이 시복식을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복되시는 124분 순교자 중 49분이 대전교구 출신입니다. 교황님이 오시는 기간에 시복식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은총이고 축복입니다. 시복이 되신 후에 여러가지 검토과정을 거치면서 10년, 20년이 지나면 시성이 되실 것입니다.
▲성숙하고 품격있는 시민의식, 도민의식으로 승화되는 계기
-독자들에게 꼭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지요.
교황님 방문을 함께 기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환영의 분위기에도 감사드립니다. 교황님은 세계에서 가장 큰 어르신 중의 한분이십니다. 어떤 이들은 가장 큰 어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굉장히 귀하게 여겨주시고 사회적인 약자를 배려해주시는 분입니다. 성격이 단순하고 편하신 분이지요. 소외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시고, 살펴주시고, 이웃을 사랑하고, 봉사하시는 분입니다.
이번 교황님 방문이 성숙하고 품격있는 시민의식과 도민의식으로 승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아울러 남북관계의 갈등과 냉전을 풀 수 있는 돌파구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대담ㆍ정리=한성일 문화독자부장(부국장)ㆍ사진 이성희 기자
●유흥식 라자로 주교는…
1951.11.논산 출생, 1979.12.8 사제서품(이탈리아, 로마), 1983.2.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 교의신학 박사학위 취득(이탈리아, 로마), 천주교 대전교구 대흥동 주교좌 본당 수석 보좌신부, 1998.12. 대전 가톨릭대 총장, 2003.6.24 천주교 대전교구 부교구장 주교 임명, 2003. 8.19 천주교 대전교구 주교 서품,2013.7 브라질 세계청년대회 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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