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현]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용현]모두가 주인공인 졸업식

[교육단상]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 승인 2014-03-25 13:56
  • 신문게재 2014-03-26 16면
  • 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 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 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창문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봄 햇살과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어우러진 교정은 또 다른 새 학기의 시작임을 실감나게 한다. 필자는 학교를 경영하면서 지키는 원칙이 몇 가지 있다. 그 중에서 소수의 인원만을 위한 행사, 특정한 인물을 위한 행사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몇 해 전에 필자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현직 교장으로서 깊은 반성을 한 적이 있다. 강당 안은 수백 명의 학생과 학부모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졸업식이 시작되자 10여 명의 수상자들에게 상장 및 상품을 수여하고, 어떤 학생은 3~4번씩 단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졸업식은 저 수상자들만을 위한 잔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3년 동안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은 자랑스럽고 학부모들은 어깨를 으쓱하겠지만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물론 필자도 아무 생각 없이 매년 치러왔던 졸업 행사가 학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단상에 올라가지 못하는 졸업생들은 본인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오신 부모님들께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상에 올라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3년간 열심히 학교 생활을 했을 텐데, 혹여라도 그들이 단상에 올라가는 학생들을 위한 박수나 쳐주기 위해서 참석한 들러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안타까웠다. 그 후 필자는 각종 행사시 그동안 시행해 왔던 몇몇 학생 중심의 행사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로 학교의 행사를 과감하게 전환했다. 졸업식을 예로 들자면, 졸업생과 학부모님이 함께 입장해 함께 자리에 앉도록 한다. 또한, 지난 1년 동안 자녀들의 다양한 학교생활 모습이 담긴 영상을 상영해 학부모님들과 졸업생들에게 추억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교장은 졸업생 전원에게 졸업장과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상장을 수여하고, 상품은 학부모에게 수여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의미 있는 졸업식장을 마련했다. 6년간의 초등학교 생활을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자신이 직접 만든 꽃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편지를 전달하며 부모님을 꼭 포옹할 때 강당 안은 숙연해졌다. 학생들은 자신을 가르쳐 주시고 뒷바라지 해주신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그 동안의 노고를 진심으로 감사하며 바르고 튼튼하게 자라서 나라에 쓰임 받는 소중한 사람이 되겠다고 깊이 약속하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졸업식의 끝은 학부모님과 졸업생이 함께 앞으로 나와서 학교장과 참석한 내빈을 비롯해 그동안 가르쳐 주신 선생님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감사의 말씀과 격려의 말씀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교사와 학생 중에는 서로 부둥켜안고 웃음과 울음으로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졸업식은 엄숙했으며 조그만큼의 소란도 없는 성스러운 졸업식이었다.

이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는 새 학년을 맞으면서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는 교육 실현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학교행사를 기획해 본다. 학생은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하거나 모두가 사랑받고 행복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일정한 잣대를 사용해 서열을 만들고 몇 명만이 주인공이 되는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흥미와 특성을 고려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학교가 되어야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 받으며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 모두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고 학교에서 오래 머물고 싶으며 학교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곳이어야 한다.

올해에도 필자를 비롯해 우리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자기 주위에 혼자서 외로이 울고 있는 친구는 없는지 살펴보는 삶을 살길 기대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