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현 대전 가오초 교장 |
그 이유는 몇 해 전에 필자 아들의 고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가 현직 교장으로서 깊은 반성을 한 적이 있다. 강당 안은 수백 명의 학생과 학부모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졸업식이 시작되자 10여 명의 수상자들에게 상장 및 상품을 수여하고, 어떤 학생은 3~4번씩 단상으로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 졸업식은 저 수상자들만을 위한 잔치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3년 동안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학생들은 자랑스럽고 학부모들은 어깨를 으쓱하겠지만 대부분 학생들에게는 너무 가혹한 일이라 생각되었다. 물론 필자도 아무 생각 없이 매년 치러왔던 졸업 행사가 학부모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단상에 올라가지 못하는 졸업생들은 본인의 졸업을 축하해주기 위해서 오신 부모님들께 얼마나 부끄럽고 죄송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상에 올라가지 못하는 학생들도 3년간 열심히 학교 생활을 했을 텐데, 혹여라도 그들이 단상에 올라가는 학생들을 위한 박수나 쳐주기 위해서 참석한 들러리라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 안타까웠다. 그 후 필자는 각종 행사시 그동안 시행해 왔던 몇몇 학생 중심의 행사에서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행사로 학교의 행사를 과감하게 전환했다. 졸업식을 예로 들자면, 졸업생과 학부모님이 함께 입장해 함께 자리에 앉도록 한다. 또한, 지난 1년 동안 자녀들의 다양한 학교생활 모습이 담긴 영상을 상영해 학부모님들과 졸업생들에게 추억과 희망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학교장은 졸업생 전원에게 졸업장과 학생 개개인의 특성에 맞는 상장을 수여하고, 상품은 학부모에게 수여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의미 있는 졸업식장을 마련했다. 6년간의 초등학교 생활을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자신이 직접 만든 꽃을 달아드리고 감사의 편지를 전달하며 부모님을 꼭 포옹할 때 강당 안은 숙연해졌다. 학생들은 자신을 가르쳐 주시고 뒷바라지 해주신 선생님과 부모님에게 그 동안의 노고를 진심으로 감사하며 바르고 튼튼하게 자라서 나라에 쓰임 받는 소중한 사람이 되겠다고 깊이 약속하는 다짐의 시간이었다.
졸업식의 끝은 학부모님과 졸업생이 함께 앞으로 나와서 학교장과 참석한 내빈을 비롯해 그동안 가르쳐 주신 선생님과 일일이 악수를 하며 감사의 말씀과 격려의 말씀을 나누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교사와 학생 중에는 서로 부둥켜안고 웃음과 울음으로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졸업식은 엄숙했으며 조그만큼의 소란도 없는 성스러운 졸업식이었다.
이제 새로운 식구를 맞이하는 새 학년을 맞으면서 한사람의 낙오자도 없는 교육 실현을 생각해 본다. 그리고 모든 학생이 주인공이 되는 학교행사를 기획해 본다. 학생은 공부를 잘하거나 못하거나 건강하거나 건강하지 못하거나 모두가 사랑받고 행복해야 하는 존재들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일정한 잣대를 사용해 서열을 만들고 몇 명만이 주인공이 되는 학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의 흥미와 특성을 고려해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학교가 되어야 하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존중 받으며 행복한 학교 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서 학생 모두가 학교 가는 것을 즐거워하고 학교에서 오래 머물고 싶으며 학교가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곳이어야 한다.
올해에도 필자를 비롯해 우리 교직원들과 학생들이 자기 주위에 혼자서 외로이 울고 있는 친구는 없는지 살펴보는 삶을 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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