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성심 충남대 영문과 교수 |
이런 고민 중에 최근 나의 관심을 끌게 된 두 여성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 싶다. 한 사람은 국악소녀라는 애칭을 가진 우리나라의 송소희양이고, 한 사람은 지금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앵커중의 한 명인 레이첼 매도우라는 여성이다. 송소희양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녀의 각종 성공담은 송소희양이 나이가 어린 소수자이고, 최신 모바일 산업계의 광고에서 전통 국악을 테마로 한 그녀의 광고가 의외성과 중독성을 증폭시키면서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 되었다는 점으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레이첼 매도우란 여성 앵커는 미국의 명문 스탠포드 대학교 1학년 때 학생들이 만드는 교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동성애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혀 소위 커밍아웃을 했다. 스탠포드대학을 마친 후에는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그녀는 미국의 거대 언론사라고 할 수 있는 MSNBC (마이크로 소프트와 NBC가 공동지분을 가지고 있음)의 소위 황금 뉴스 시간대인 밤 9-11시 사이에 자신의 이름을 건 정치사회 토크쇼를 진행하고 있으며 시청률이 최고로 높은 인기 앵커 중 한명이다.
매도우는 몇 가지 점에 흥미로운 인물인데, 우선 그녀는 자신을 공개적으로 동성연애자라고 밝힌 미국 방송계 최초의 앵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 같았으면, 아마 성적 소수자인 이 여성이 이처럼 성공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둘째로 그녀가 대형 방송사 MSNBC에 앵커가 된 과정이 또한 재미있다. 그녀는 우리나라처럼 언론고시나, 방송사의 입사시험을 보고 앵커가 된 것이 아니고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동안 각종 허드렛일을 하면서, 우연히 자신이 살고 있던 매사추세츠 시골 동네의 라디오 방송직에 지원하게 되었다. 아침 잠이 많았던 매도우는 아침에 제 시간에 일어나지 못할 것을 걱정해서, 전날 밤을 꼬박 새우고 다음 날 아침에 면접에 갔다고 한다. 매도우가 대단한 준비성과 열정을 갖춘 인물이었음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한 대목이다. 또한, 매도우는 매우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성이라는 점이 흥미로왔다. 여성 동성애자는 모두 남자처럼 짧은 머리에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외모를 가질 것 같은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나는 이처럼 매력적인 외모의 매도우가 매우 재미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단단한 흑백논리의 세상을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강남에 살고 있으면서 진보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을 만나면 놀라와 하면서 “강남 좌파“라는 레이블을 붙인다. 레이첼 매도우 같은 성적 소수자가 주요방송의 앵커가 되니 사람들은 더 큰 주목을 하게 된다. 또, 송소희처럼 코스모스같이 여린 어린 소녀가 걸죽한 목소리로 국악의 대중화를 아름답게 외쳐대니, 그 또한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식당을 차린 사람이나, 같은 대학의 학과에서 함께 공부하고 졸업한 동창이 종신서원을 한 수도사가 되어 있으면 갑자기 그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더욱 커지는 것 또한 의외성과 반전의 매력에 우리들이 쉽게 빠져드는 것과 관련이 있다. 또 지금은 세계적인 스타가 된 싸이가 만일 다른 연예인들처럼 꽃미남이었다면 그토록 중독성이 강하지 못했을 것이라고들 한다. 이런 모든 고정관념을 깨는 이들의 매력에 대한 관심과 흥미는 우리 사회가 아직은 스테레오타입핑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또한 다양성이 떨어지는 사회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결국, 우리들은 미래 세대들이 고정관념을 벗어나 나름대로 “퍼플 오션”이라도 만들 수 있도록 창의성과 다양성을 키워주어야 한다. 모든 대학과 모든 학생들이 백화점식 메뉴를 가지고, 너도 나도 똑 같은 경로와 준비를 시켜 사회에 내보내면 대학은 대학대로, 우리사회는 사회대로 세계속에서 점점 더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나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나만의 반전 매력을 만들고, 나만이 할 수 있는 열정과 창의력을 준비해야 성공할 수 있다. 너도 나도 비슷 비슷한 스펙쌓기에 열을 올리기 보다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하고 내가 열정을 가진 일, 즉, 나만의 스토리를 써나가야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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