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기욱 한국수자원공사 미래조사처장 |
우리가 이처럼 다양한 물 문제를 안고 있지만 그 정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또 얼마나 빨리 해결해야하는지 등을 피부로 체감하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일상에서 물 사용에 별다른 제약을 받지 않을 만큼 잘 발달한 물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물 사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 등도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생활 터전, 산업, 직업의 변화도 물에 대한 관심을 줄이는 데 한몫 했다.
얼마 전 영동지방의 폭설을 기억하는 이는 많아도 당장의 봄 가뭄을 걱정하는 이는 많지 않다. 폭설로 인한 교통 불편은 직접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지만 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논밭은 농부가 아닌 한 눈앞에서도 쉬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제 앞가림만으로도 바쁜 세상에 누가 남의 일까지 깊은 관심을 쏟겠는가. 나무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처지와 입장에 따라 생각과 관심이 다른 것 또한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앞서 거론한 여러 물 문제들이 각자의 입장에 따른 차이만 있을 뿐 모두와는 상관이 없는 일일까.
아니다. 물 문제는 우리 모두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공동의 문제다. 가뭄을 생각해 보자. 가뭄으로 농산물 생산이 줄면 채소나 곡물 값이 오르고 이는 다시 가정경제에 부담을 준다. 가뭄으로 강, 호수, 저수지 등의 물이 마르면 수돗물의 품질관리가 어려워질 뿐 아니라 원활한 공급과 넉넉한 사용 모두가 힘들어진다.
물 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 물 문제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홍수, 가뭄, 물 부족, 수질오염, 하수처리, 재이용, 빗물이용 등 모든 물 문제가 모두 함께 해결해야할 시급한 과제라는 것을 바로 알아야 한다. 하루아침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인 만큼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선적으로 시행해야할 몇 가지를 제안한다.
대규모 재해에 대응하기 위한 '기존 댐의 활용방안 개선'이 필요하다. 양질의 물을 확보해 '인체에 건강한 물'을 공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취수원이 깨끗해야하기에 '하천 건천화 방지'와 '생태계 복원사업'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수자원의 활용성과 형평성을 더욱 높이면서 언제 어디서고 건강한 수돗물의 혜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취수원에서부터 수도꼭지까지' 실시간 물 관리가 가능한 위한 스마트 워터 그리드(SWG) 시스템과 수량과 수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유역관점의'통합수자원관리(IWRM)'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빅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존 물 관리시스템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겨 왔다고 하면 앞으로는 다양한 물 관련 자료를 국민과 공유하고 개방하는 쪽으로 바꿔야 한다. Data가 경제적 자산이자 가치창출의 원천이 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오는 3월 22일은 제22회 세계 물의 날이다. 물 문제의 심각성과 물 관리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는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모두의 협력이 새롭게 시작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올해 세계 물의 날 주제인 '물과 에너지'에 모두가 주목하는 그런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 하나 내년 4월 우리나라 대구경북에서 열리는 제7차 세계 물 포럼(7th World Water Forum)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200여 나라, 3만여 명의 정부 관계자, 물 전문기관, 국제기구, 물 전문가가 참여하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물 관련 국제행사다. 물 강국 도약의 절호의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적극적 관심, 생산적 욕심, 미래지향적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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