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월3일이 가까워지면 여자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층층으로 된 빨간 '히나단'에 '히나인형'을 장식한다. |
일본 에도시대(17세기)부터 유래하는 이 행사는 3월3일 가까워지면 여자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 층층으로 된 빨간 '히나단'에 '히나인형'을 장식한다. 단 맨 위에는 오다이리사마(왕자)와 오히나사마(공주)를 앉히고 두 번째 단에는 3인 간죠(궁녀)가 자리한다. 그 아래는 궁중 음악단, 신하, 그리고 장롱 등 가재도구를 각 단에 앉힌다. 주택사정상 좁은 공간에서는 왕자와 공주 만 또는 3인 궁녀까지 앉히는 경우도 있다.
히나마츠리 당일에는 온가족이 모여 초밥과 백주, 대합장국 등을 먹는다. 유래는 '히나나가시'라고 해서 신상에 일어나는 불길한 일을 인형에 옮겨 강에 띄워 보내는 행사와 여자아이들의 인형놀이가 결합했다고 한다.
3월3일 행사가 끝난 후 바로 장식을 치우지 않으면 결혼이 늦어진다는 말이 있어서 대부분 다음날 바로 지운다. 이 규칙을 잘 지켜서 제가 한국에 시집을 잘 온 것 같다.
올해는 친정집에 갔을 때 '히나마츠리' 축제가 열렸다. 가정집 계단으로부터 가게 앞, 길거리 옆, 주민센터, 절 앞에 까지 온 마을이 히나인형으로 장식돼 있어서 놀랐다. 젊은 사람들이 도시에 나가서 조용해지는 마을에 활기를 찾으려고 생각한 축제라고 하는데 미소가 가득한 마을분위기에 다녀가는 여행객들도 즐겁고 행복해 보였다.
부모님으로부터 한국에 있는 딸의 건강과 행복을 빌기 위해 히나인형을 매년 장식했다는 말을 듣고 딸로서 행복하고 부모님의 마음이 고맙기만 했다.
한국에 돌아와 이웃 여자아이들과 일본전통 색종이로 히나인형을 만들어 보았다. 하나뿐인 아들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 본 것이다. 인형을 만들 때 주위 사람들에게 어머니가 만든 히나인형을 보여줬더니 감탄사가 연이어 나왔다.
한국에서 살면서 이렇게 부모님의 정성과 전통을 이어가면서 아름다운 문화를 즐기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자연스럽게 문화를 배우면서 우리 다문화가족 아이들이 건강한 정서와 화합된 문화인식을 가지고 성장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아산=장동희 다문화 명예기자(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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