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균 씨지엠 컨설팅 대표 |
얼마 전부터 소셜미디어에서 회자되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일명 '완주스토리'다. 완주스토리는 전북 완주군의 이야기다. 완주군은 얼마 전부터 이 단어를 공식적인 완주군의 대표 고유명사로 사용하고 있다. 완주스토리는 완주군의 길과 마을과 관광명소 등을 이야기처럼 만들어가면서 홍보하는 완주의 이야기다. 여기에 농촌살리기 일환으로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하는 이야기를 하나 더 얹어 놓았다. 그래서 '완주스토리'를 아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완주군의 로컬푸드를 떠올리고 여행지를 떠올리고 길을 떠올린다.
완주군은 로컬푸드를 알리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듯하다. 그리고 완주스토리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완주스토리라는 말의 뜻은 완주군의 이야기라는 의미와 마라톤에서 완주하는 이야기라는 두 가지 뜻을 연상시키는 말이다. 완주스토리라는 단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입소문을 타고 여러 대중매체에도 오르내리면서 완주군의 로컬푸드는 널리 확산되어 나갔다.
이야기는 무엇인가를 알리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요즘 홍보기획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스토리텔링'이란 말이다. 제품을 팔지 말고 이야기를 팔아야 더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야기를 통해 지역을 알리거나 기관을 알린 사례는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양이'를 연상하는 이야기를 시장이 직접 나서서 흥겹게 알리고 이야기를 만들어서 지역의 이미지를 크게 알린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도 있고 오래전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이야기로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지역민들의 사랑까지 얻어낸 부산경찰의 예도 있다. 지금은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통해 지역의 브랜드를 알리고 홍보하는 것이 필요한 세상이 된 것이다.
대전은 타지역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졌을까? 대전은 무엇이 유명하고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까. 필자는 4년 전에 대전으로 이사를 왔다. 거주지를 옮기기 전에 대전을 바깥에서 바라 본 사람이다. 대전의 바깥에서 바라볼 때 대전의 이미지는 지형적으로 알려진 국토 중심지와 과학도시의 이미지 외에는 다가오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대전으로 이사를 와서 4년 동안 필자가 본 대전은 참 많은 것을 안고 있는 도시다. 시내를 관통하는 갑천, 유등천, 대전천은 놀라웠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3개의 각기 다른 특징을 가진 하천이 통과하는 도시는 없다. 대전은 북쪽으로 대청호라는 커다란 호수를 가지고 있다. 금강이 흐르고 있고 계룡산이 있다. 대전만이 가지고 있는 묵밥과 두루치기라는 꽤 괜찮은 음식도 있다. 과학 연구단지가 있고 대학이 많고 엑스포공원이 있다. 뿌리공원이나 이응노 미술관 같은 특색이 강한 곳도 많다.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로 지형적, 문화적 자산이 많은 곳이다.
그러나 대전 사람들만 알고 있다. 서울에서 일가친척이나 지인들이 대전으로 놀러 올 때 정말 대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 너무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3월이면 경남 하동군은 주차할 곳이 없을 정도로 타지인들의 발길이 몰린다. 이유는 단 하나, 벚꽃을 보기 위해 하동군으로 가는 것이다. 전국에 수많은 벚꽃길 중에 왜 하필 하동군일까. 하동의 벚꽃길은 일명 '십리 벚꽃길'이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십릿길을 따라 벚꽃이 피어 붙여진 십리 벚꽃길이라는 이름 하나가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것이다.
대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며 사람들이 찾아올까? 계족산과 성심당 외에 또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을 부르고 있을까. 풍요로운 대전을 알려야 한다. 완주군처럼, 고양시처럼 시가 앞장서고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이야기로 대전을 알려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중심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과 발길을 끌어 모아야 한다. 어쩌면 원도심 활성화와 대전 균형발전도 이 안에서 해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기승전결로 구성된 문장이 아니고, 일방적으로 말하는 흔한 자랑이 아닌 감성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알려야 한다. 대전이 주어가 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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