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인석 수필가 |
물론 의사(병원)들 전체가 동조하고 참가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부분적이라도 명색이 의사들이 환자생명을 볼모로 집단휴진을 강행한 것은 병상에 목숨을 매단 환자들로선 슬픈 일이다. 의사협회는 인술을 기본으로 하는 인류봉사를 자처하는 집단이다. 전문기술 업이지만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 특수 인술업종이다. 의사단체는 기득권에 도취돼 집단이기주의에 휩쓸리는 일반산업체 단순 근로자단체가 아니다. 표심흥정으로 정치꾼들이나 앞장세워 민생불안이나 선동하는 좌파 이념단체는 더더욱 아니다.
자기들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애꿎은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삼은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모독이다. 의료인의 윤리적 지침으로 의사가 될 때는 “이제 의업에 종사할 허락을 받으매 나의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서약하노라”는 선서를 한다. 아무리 명분이 옳다고 하더라도 신음하고 있는 환자들의 생명을 뒷전에 밀쳐놓고 집단휴진 방법을 선택한 것은 의사로서 사명포기다. 물론 의사들도 할 말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명분과 타당성이 있다 해도 병고에 시달리는 환자들의 신음소리를 외면한 것은 부당하다.
의사들이 집단휴진을 예고하자 다급해진 환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에 불만이 있으면 정부를 상대로 항의를 하든가 성토를 해야지, 왜 병고에 시달리고 있는 환자들의 죄 없는 생명을 볼모로 삼느냐”며 “병마와 싸우는 것만으로도 서러운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삼는 의사들의 집단 진료거부행동은 명분부터 잘못됐다”고 설득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부당국도 의사들이 집단휴진 돌입 전에 당무자들 간에 여러 차례 의료발전협의회를 열어 사안별로 합의문까지 발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날 의사협회 내 강경파가 갑자기 합의문을 뒤집고 집단휴진에 들어갔다는 보도다.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원격진료 제도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허가를 검토해왔다. 이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의사협회 측과 정부 측은 그동안 여러 차례 협의과정을 거쳐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은 제한적 시행키로 합의하고, 건강보험 수가문제는 의료계 의견을 다시 수렴해 정부가 추가로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합의 발표했다. 그러나 의사협회 강경파들이 미흡하다고 반발, 결국 지난10일 집단휴업을 강행했다. 결국 의사들의 관심사는 의료수가 인상이다. 그러나 국민을 우선 생각해야하는 정부 측으로서는 건강보험 수가인상문제에 대해서는 의사협회요구에 100% 수용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원격진료 제도는 거리가 먼 도서벽지 주민들이나, 병원왕래가 힘든 만성질환자들에게 도움이 된다. 무선화상이나 컴퓨터 등의 대체기술로 환자가 직접 병원을 왕래하지 않아도 의사의 진료처방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허점도 많기 때문에 오히려 오지벽지 환자들에게는 불이익도 우려된다. 이 같은 허점들은 정부가 환자편익을 위해 추후 다시 검토 조정해야 할 사항이다. 의사들은 재고해야 한다. 환자들의 생명을 볼모로 집단파업이나 하는 것은 인술단체의 위상격하를 자초하는 자해 행위에 불과 하다. 정부도 권위주의만 내세울게 아니라 의사협회와 더욱 깊은 의견을 나눠야 한다. 집단휴진으로 얻는 이익보다 국민신뢰를 잃는 것은 의사협회가 더 큰 손해다. 의사들마저도 민생을 깔보려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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