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복남 충남여성정책개발원 선임 연구위원 |
이런 가운데 올해 2월 미국에서는 마이클 혼다라는 일본계 미국인 연방 하원의원이 강제로 성노예로 끌려갔던 피해자 중에서 생존자가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강조하고, 그들이 죽기 전에 정의의 실현을 볼 수 있도록 조속한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서신을 국무장관에게 보냈다고 한다. 같은 달 한국을 방문한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는 위안부 피해자를 만나서 일본이 “여성의 존엄을 빼앗은 형언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말하고 현 일본 정부의 조속한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그는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고노담화”(1993)에 이어 일본의 전쟁 범죄에 대하여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1995)를 발표한 바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현 총리와는 다른 모습으로, 일본의 양심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후 일본정부의 위안부 문제 왜곡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얼마 전 교육부 차관에 해당하는 일본 문부과학성 부대신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를 사실상 부정하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향후 위안부 문제를 없었던 일로 조작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조직화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몇 해 전 위안부 피해자 한 분이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책을 펴냈고, 위안부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중고생들이 위안부의 삶을 다룬 뮤지컬을 무대에 올렸었다. 공주지역을 비롯한 여러 지역 청소년 학생들 역시 위안부를 기억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다. 기억하고 진실을 밝히는 것이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지난 해 웹사이트를 개설하면서 '정의를 위한 투쟁, 위안부-망각에 대한 저항, 미래의 책임'이라고 부른 것이 아닐까 싶다. 폭력의 경우, “가해자는 잊어도 피해자는 기억한다”고 한다. 피해자가 진정 바라는 것은 진심어린 사죄이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원 역시 사죄라고 한다.
“평화의 소녀상”을 실제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앉아도 편히 앉지를 못하고 발꿈치를 들고 앉은 위안부 소녀의 불안한 모습이 애처롭다. 요새 태어났더라면 꿈 많은 여학생이었을 테지만, 나라를 빼앗긴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에 끌려가 군인들의 성노예로 삶을 유린당할 수밖에 없었다. 독립관련 민간단체는 물론 공공에서 조차도 드러내기 꺼려했던 문제가 바로 위안부 문제였던 우리 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고향땅에서 조차 평생을 쉬쉬하며 외롭고 힘들게 살아야만 했다. 그런 그들이 세상에 진실을 알리고자 결심하기까지 숱한 고민의 날들이 있었을 것이다.
얼마 전 우리 정부가 위안부 기념일 제정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8월 14일이 유력한 후보라고 한다. 이미 고인이 된 김학순 위안부 피해자가 1991년 생존 피해자 중 최초로 위안부 피해 증언을 한 날로, 이미 여러 나라 관련 단체들이 준비하고 있는 '세계 위안부 기념일'로 거론하고 있는 날이기도 하다. 2011년 국내에서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판결이 있었지만 큰 진전은 없었다. 오히려 해외에서 위안부 기념일이 제정되거나 평화의 소녀상이 건립되는 등 위안부와 여성인권 문제가 국제적 이슈로 부상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기념일 제정을 “비방”이라 부르며 반대를 분명히 표명한 이상, 관련 움직임들이 속속 드러날 것이다. 우리 정부 차원의 공식적 기념일 제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우리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주시해야 할 것이다. “(한국 정부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피해자들이 사망하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위안부 피해자의 절규를 우리 사회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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