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엽 대전학생교육문화원장 |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보여준 우리 선수들의 모습은 진한 감동과 여운을 남겼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의 노력과 도전 정신은 그들이 이룬 성취보다 오히려 값지다. 특히, 소치 올림픽을 끝으로 피겨 선수 생활을 마감하는 김연아 선수의 고별 무대는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그간의 혹독한 훈련과 잦은 부상, 고통과 역경으로 인내한 시간을 알기에 메달 색깔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보여주지 못할까봐 걱정했다. 실수는 없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1등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당당하고 의연하게 소감을 밝힌 김연아 선수에게서 우리는 진정한 승리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때문에 그녀의 은메달은 그 어떤 금메달보다 값지다.
김연아 선수는 전날의 쇼트 프로그램을 마친 후 인터뷰에서 '다리가 안 움직이고, 점프 감각도 없는' 최악의 상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고 했다. “그래도, 나 자신을 믿었다”고 김연아 선수는 덧붙였다. 긴장과 불안, 두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을 믿고 최선을 다한 '피겨 여왕'의 마지막 무대는 전 세계를 매혹시켰고 그것으로 충분히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한 또 한 명의 선수가 있다. 러시아로 국적을 바꾼 안현수 선수가 쇼트트랙 3개의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자 그를 둘러싼 칭찬과 우리 사회의 패거리 문화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온갖 역경과 우여곡절을 겪고도 금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이뤄낸 안현수 선수는 간과해서는 안될 의미있는 질문을 우리에게 던졌다. 우리는 국적을 불문하고 승패와 결과에 관계없이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모습에 열광하고 용기를 얻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이처럼 최선(最善)이란 사회적 책임과 공동선(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공직사회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공무원 사회는 그 어떤 조직보다 공공성과 공익성 그리고 공정성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나 연(緣)을 대고 파벌을 조장하여 인재를 음모하는 등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들이 속한 조직은 어떻게 될까? 이런 부류들은 일의 순서나 절차, 원칙을 지키기보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리나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 집중하기 때문에 전체를 볼 수 없게 된다. 이런 일이 지속된다면 결국 상하간의 신뢰가 무너져 조직이 와해되고, 그 피해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게 된다.
이탈리아의 사회학자 프란체스코 알베로니(Francesco Alberoni)가 쓴 '지도자의 조건'에서 진정한 지도자는 '꿈을 지닌 사람, 창조적인 모험가, 위업을 이루는 사람, 공정한 지도자, 파벌을 초월한 지도자' 라고 언급했다. 이와 반대로 '권력을 좇는 사람, 무능한 훼방꾼, 업적을 가로채는 사람, 파벌을 조성하는 사람, 편파적인 지도자' 는 조직을 망치고, 다수의 공공 이익과 공정성을 훼방하며 편파적으로 자신들의 이익과 신분 상승만을 위해 골몰한다.
특히, 도덕성과 공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해야 하는 공직사회에서의 집단 이기주의와 파벌 조성은 치명적이다. 공직에서의 진정한 지도자란 조직과 업무를 공평하고 평등하게 운영하고 처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고 그래야만 대다수의 직원과 시민으로부터 완전한 신뢰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공자의 제자인 증자는 '남을 위함에 최선을 다 했는가? 친구를 사귐에 진심을 다 했는가? 배운 것을 실천에 옮겼는가?'의 세 가지 반성을 매일 한다고 했다. 이는 '삼성오신'(三省吾身)으로 한마디로 요약하면 '최선을 다 했는가?' 라고 자신에게 묻는 것이다. 하루를 마무리하기 전에 나에게 세 가지를 묻는 시간을 가져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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