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찬] 회초리-올바른 삶과 도리의 잣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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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찬] 회초리-올바른 삶과 도리의 잣대

우리문화를 아시나요

  • 승인 2014-03-11 14:03
  • 신문게재 2014-03-12 17면
  •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새봄과 함께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선생님은 선생님대로 분주하다. 새로운 친구와 제자들의 얼굴과 이름을 익히느라 여념이 없다. 학창시절의 인연은 평생을 가기 때문에 친구들과 선생님이 소중하기가 이를데 없다. 학생들은 선생님을 친부모처럼 따르고 선생님은 학생들을 친자식처럼 보듬는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했다. 임금과 스승, 부모님은 하나라는 뜻이다. 특히 스승의 그림자는 피할지언정 밟지 말라 하였다. 스승의 가르침은 때론 매섭고 때론 부드러웠다. 제자들에게 참을성과 부지런함과 사랑을 가르쳤다.

부모님들에게 열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선생님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님과 선생님들은 자식과 제자들이 행여 잘못될 새라 노심초사 하였다. 이러한 마음에 언제나 회초리를 준비하고 있다. 회초리는 여러 가지 뜻이 있었다. 회초리는 단순히 잘못한 자식과 제자들을 혼내주기 위해 준비하는 것은 아니었다. 회초리는 마음을 움직이도록 하는 자애로움의 상징이었다.

회초리는 가늘고 부드러운 나뭇가지로 준비하였다. 대나무 같이 단단한 것들은 절대로 쓰지 못하도록 하였다. 대나무를 회초리로 쓰면 아이들이 대나무처럼 삐쩍삐쩍 마른다고 하였다. 아이들이 잘못하는 일이 생기면 잘못한 아이들보고 잘못한 만큼 회초리를 준비해 오라고 하였다. 회초리를 준비하는 동안 자신의 잘못을 뒤돌아보고 깨우치도록 한 슬기가 담겨있다. 어른이 된 자식들도 연로하신 부모님의 회초리를 맞곤 하였다고 한다. 연로하신 부모님의 회초리의 힘이 예전 같지 않음을 깨닫고 회초리를 맞는 장성한 아들은 마음의 눈물을 흘리곤 했다고 한다.

옛 서당그림을 보면 훈장선생님께서 회초리를 들고 있고 학동들은 종아리를 걷어 올리고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매우 정겹게 느껴진다. 전혀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아니다. 올바른 삶의 슬기를 담고 있는 회초리였기 때문일 것이다. 모두가 함께하는 도리를 배우고 깨우치는 도량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학동들 하나하나가 갖고 있는 특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공동체사회의 어느 곳에서든지 쓸모 있는 사람으로 성장해 가기를 늘 염원하였다. 아무리 못난 자식이나 제자가 있어도 못난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고 그 사회적 역할을 인정하고 격려하였다. 일찍 피는 봄꽃은 내음이지만 모진 비바람을 참고 견디면서 피는 가을꽃은 향기라고 하듯이, 아무리 못난 자식들과 제자들이라도 가을 꽃향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회초리 속에 담겨있었다.

정동찬·국립중앙과학관 과학사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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