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택시 운전을 하는 김모(34)씨는 최근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대전역에서 태운 승객이 말하는 곳이 어딘지 몰랐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승객에게 설명을 들은 김씨는 옛 충남도청사의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을 말했다는 것을 알고 얼굴을 붉혔다.
#2. “이 전시는 여기가 아니라고요? 여기가 대전시립박물관 아닌가요?”
대전시 서구 내동에 거주하는 배모(29)씨는 최근 온라인을 통해 접한 전시를 구경하러 박물관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하고 말았다. 찾아간 박물관이 아닌 다른 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전시였기 때문이다. 배씨는 “시립박물관에서 하는 전시라고 해 역사박물관을 찾았더니 거기가 아니더라”며 “3곳의 박물관 모두 시립박물관이라고 하니 헷갈린다”고 말했다.
박물관 시설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실시한 '대전시립박물관' 명칭이 시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대전시는 올해 1월 1일부터 대전역사박물관, 대전선사박물관, 대전근현대사전시관을 통합해 대전시립박물관으로 부르기로 했다. 명칭을 사용한지 100여일이 지난 지금 시민들은 시립박물관의 존재와 위치, 운영 등에 대해 혼선을 겪고 있다.
시립박물관이 신설됐는지 아는 시민부터 역사박물관 1곳만을 시립박물관으로 오해하는 시민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또 전시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혼란도 일으키고 있다. 3곳의 박물관 모두 기존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행정상으로만 '대전시립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문화관계자는 “행정의 불편을 덜기 위해 시작한 대전시립박물관 통합 명칭 사용이 오히려 시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며 “많은 시민들이 사용하는 문화시설인 만큼 행정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좀 더 구체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시립박물관 운영에 대한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 조속히 대전시립박물관으로 지정하고 나머지를 분관 형태로 운영하는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립박물관 윤환 관장은 “'대전시립박물관' 명칭 사용은 전시 성격이 확연히 다른 3곳을 통합해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조치였다”며 “현재 과도기적인 상황으로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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