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숙희 대전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1910년 전 세계적으로 성장한 여성노동자들은 미국섬유노동운동의 기폭제가 된 3·8 시위를 매년 '세계여성의 날'로 기념할 것을 결의했다. 이후 매년 3월 8일이 되면 세계 각국의 수천 수만 명의 여성노동자들이 집회와 기념식을 갖고 거리를 행진하며 '여성의 정치적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실천을 결의하는 날'로서, 이날 만큼은 여성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여성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더 높은 평등을 성취하도록 격려하는 날로 기념하고 있다. '세계여성의 날'에 남성들이 어머니와 아내. 여자 친구와 동료들에게 꽃과 선물을 주며 여성에게 감사를 표현하기도 하고, 여성을 위한 영화제, 연극,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베트남과 중국 등 15개국에서는 '세계여성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선정하고 여성노동자들에게 유급휴가를 주며, 캐나다는 1995년부터 3월 8일 전후를 '세계여성의 주간'으로 선포해 기념하고 있다. 유엔에서도 매년 '세계여성의 날' 기념식을 열고 성평등을 위한 유엔의 과제를 선포하고 있다. 이제 세계여성의 날은 종교와 민족, 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전 세계적으로 의미 있는 날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한지 106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지만 한국 여성의 삶은 신자유주의와 사회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더욱 피폐해져 대다수가 아직도 빈곤상태를 못 벗어나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의 임금은 남성임금의 63%이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80%를 여성이 차지하며 비공식 노동자 또는 특수고용노동자로 일하면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신자유주의 세계화, 사회양극화의 구조 속에 가장 고통 받는 자들이 여전히 여성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또한 정치영역에서의 과소 대표성과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소외는 한국여성의 권익향상의 지표를 향상시키지 못하는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모든 여성들의 실질적인 참정권 보장과 비정규직 등 일하는 여성들이 제대로 평가받는 사회, 국민의 삶을 결정하는 각 종 정책결정에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는 노력이 매우 절실한 때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여성의 교육수준이 매우 높다. 3·8세계여성대회는 이러한 여성들이 자신의 비전 그리고 능력과 재능을 활용해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자기의 운명을 개척하고 책임질 수 있는 평등한 사회 실현을 위한 구체적 실천적 과제를 널리 알리고 여성들이 서로 힘을 모으고 힘을 주는 날이다. 만남과 소통, 나눔과 다양성을 통해 삶의 다채로움과 풍요로움을 향유하고, 모든 사회 영역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그 안에 공존하는 남녀노소 모두 그들의 삶의 노력이 공정하게 인정받는 사회가 실현되기를 바라는 것이 106년이 흘러 오늘을 사는 여성들의 3월 8일의 요구이며 세계 여성들이 3월 8일을 기억하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서 1984년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시작으로 올해 30주년을 맞이했고, 매년 여성의제를 담은 슬로건을 선정한다. 2014년은 '점프, 뛰어올라 희망을 찾자-민주주의/평등세상/소통사회'이다. 뿐만 아니라 매년 여성운동상과 성평등 사회에 이바지한 '성평등 디딤돌', '성평등 걸림돌'을 세계여성의 날을 즈음하여 발표한다. 올해는 밀양 송전탑 반대시위 할머니들을 선정했고, 디딤돌에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사건 수사에 외압 있었다고 밝힌 권은희 전 서울수서경찰서 수사과장 등을 걸림돌에는 성추행 의혹으로 사퇴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등을 뽑았다. 한국여성대회는 8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며, 대전에서도 100여명의 여성들이 함께 희망버스로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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