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평론]자연의 외연(外延)을 확대하기 위한 반추(反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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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평론]자연의 외연(外延)을 확대하기 위한 반추(反芻)

  • 승인 2014-03-05 14:56
  • 신문게재 2014-03-06 9면
  • 안영진 평론가안영진 평론가
▲안영진 평론가
▲안영진 평론가
시집 타이틀부터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한국 시단에 이렇게 철저히 동물만을 노래한 시편들이 있었는가?

단정적으로 말해서 없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전통 시가는 강호가도, 즉 자연에 대한 자아동화를 통한 자연의 불변성과 항상성을 노래함으로써 니힐리즘에 탐닉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었다.

소위 선비들이 관도에서 물러나 자연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관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현대시에 이르러서는 자연에 대한 기본적인 태도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서양은 시를 자연의 모방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각으로 인식하면서, 자연의 불변성보다는 자연의 변화와 갈등이라는 새로운 안목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인간 상실이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다양한 동물의 묘사를 통한 우리의 실상을 간접적인 기법 내지는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시도했다고 생각된다. 변화하는 자연, 지구촌 전체를 위협하는 온난화 현상이 가져오고 있는 재앙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자연과 생명이라는 양대 축과도 같은 두 기둥을 어떻게 세워 갈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이 시대의 가장 고통이며 감당해야 할 시대적 명제와도 같다.

'올빼미' 전문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맹금류에 속하는 그가 '마을 가까이 산다는 유세가 큰 텃새다'라는 말 속에 함의된 인간과 맹금류의 생명이 어떻게 연계되고 있는가를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할 것이다. 비록 맹금류라 하더라도 인간과의 유대를 끊고는 존립의 근거를 가질 수 없는 생명이라는 상보적인 어떤 연계를 드러내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여우'에서는 인간의 욕망, 즉 여우목도리를 갖고 싶어하는 아내들 때문에 토종 여우들이 씨가 마르지 않을까 염려 섞인 표현을 동원하고 있고, '얼룩말'에서는 맹수들의 먹잇감이 되어, '타고난 뒷발차기 한 번 써보지 못하는 얼뜨기들'이라고, 자아의 생명을 스스로 지켜갈 수 없는 정글에서의 한숨 소리가 섞여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유형들은 '동물도화가' 전반을 다스리고 있는 생명들의 노래이며, 자연을 깊은 숨결로 보듬은 원로 시인의 중후한 자연에 대한 성실한 조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도시로 내려온 멧돼지를 노숙자의 아픔으로 노래한 그의 시적 비유는 원로 안명호 시인이 얼마나 많은 자연의 외연을 넓혀가려는 끝없는 사유의 반추를 계속하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동물도화가'에서는 시인 자신의 면모뿐만 아니라, 이 시대가 시대정신을 통해서 추구하는 진정한 시대의 이슈가 되는 탈, 퍼스나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싶은 일면이 있다.

시인이 만들어 낸 시대정신의 탈, 그것은 시인들이 자기 내면에만 형성시켜 놓은 자연보다 바람직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

시인은 자아의 감정을 극도로 절제하면서 엮어낸 초기의 서정시에 못지않게 시대정신의 퍼스나를 제공함으로써, 원로 시인으로서의 새로운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시대의 많은 시인들로부터 추앙을 받고, 문학을 보다 생명상실이라는 새로운 영역에 확대를 지향하는 계기를 부여해 주었다고 감히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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