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영화 공부를 시작하고부터 우리 부부는 영화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아이에게서 얻어듣기도 하고, 또 아이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이것저것 뒤져보기도 하면서 영화에 대한 소소하면서도 즐거운 지식을 쌓아가고 있노라면 이것 또한 아이가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 연유로 우리 부부는 요즘 이 영화 저 영화 자주 찾아서 본다. 며칠 전에도 요즘 한창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겨울왕국'이라는 영화를 보았다. 만화영화라서 어린 아이들이나 보는 영화려니 생각했었는데, 얼핏 들리는 얘기로 꽤나 괜찮다고 하기에, '아, 이걸 보면 아들과 나눌 얘기가 좀 더 생기려나?' 하는 생각에 우리 부부는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어느 왕국에 두 공주가 살았는데 그 중 언니 공주는 타고 난 마술의 힘을 지녔다.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얼려 버리는 무서운 마력을 가진 것이다. 두 자매는 매우 의가 좋았으나, 점점 커지는 언니의 무서운 마력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부모인 왕과 왕비는 두 자매를 격리시키고 언니 공주를 감금한다. 언니 공주는 이 모든 상황을 받아들이고 부모에게 순종한다. 마력을 숨기고 착한 딸로 착한 공주로 자신을 억제하면서 오랜 인고의 세월을 보낸다. 그러던 중 어떤 계기로 인하여 언니 공주의 무서운 마력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언니 공주는 성을 떠나 먼 산 위에 자신의 얼음왕국을 세우게 된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그녀는 두려움을 벗어버리고 진정한 자유를 느낀다. 그리고는 노래한다. It's time to see what I can do to test the limits and break through… I'm free!…I'm never going back. The past is in the past. Let it go, let it go. … The perfect girl is gone…( 내 한계를 알고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볼 때가 왔어… 나는 자유로워!…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과거는 단지 과거일 뿐이지. 이제 됐어. 더 이상 애쓰지 않을 거야…이제 완벽한 소녀는 더 이상 없어…) 라고. 이후 이야기는 계속되고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뻔한 이야기지만, 나는 이 가사 내용에 그만 꽂히고 말았다.
지금껏 살면서 얼마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살았던지. 어려서는 부모님께 착한 딸로, 형제들에게는 믿음 가는 누나, 언니로, 학교에서는 선생님 말 잘 듣는 착하고 모범적인 학생으로, 좋은 선생으로, 아내로, 며느리로, 엄마로 수많은 역할을 완벽하게 하려고, 아니 완벽하게 보이려고 얼마나 자신을 억제하고 참고 억압하였는가! 그리고 과거에 그렇게 힘들게 만든 자신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서 그 굴레를 벗어버리지 못해 얼마나 마음이 편치 않았던가! 소위 '착한 여자' 콤플렉스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나를 속박한 나 자신을 너무 자책해서도 안 되겠다. 왜냐하면 이러한 삶의 자세를 지니게 된 데에는 성장 과정에서의 가정교육이나 학교 교육, 사회적 관습 등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고, 암묵적인 시대적 강요에 부응한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만화영화의 노래 가사가 새삼 내 영혼을 흔든다. 과연 진정한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깨닫고 있을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알고나 있을까? 진정한 마음의 자유를 느껴 본 적이 있을까? 물론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사회적인 제약으로부터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다 하더라도, 적어도 스스로 자의적으로 만든 굴레까지 써 가면서 완벽한 인간인 척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렇다. 과거는 과거일 뿐.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과거의 나에게 제약받지 말고, 이제 진정한 나 자신을 찾아 나서야겠다. 내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나머지 인생을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을까? 내가 자유를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현재에 충실해야겠다. Carpe diem. 그럼으로써 나를 속박하는 과거의 나를 벗어 던지고 진정한 나를 회복할 것이다. The past is in the past. Let it go, let it g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