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관]대전의 문화지형 상상하기(1)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용관]대전의 문화지형 상상하기(1)

[시사 에세이]이용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 승인 2014-03-03 15:14
  • 신문게재 2014-03-04 16면
  • 이용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관장이용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 이용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 이용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 관장
필자가 대전문화예술의 전당(곧 대전예술의전당으로 이름이 바뀐다)의 앞으로 10년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또 하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대전의 문화지형도에 대한 상상이다.

인구 154만의 대도시 대전에서 대전 예당의 역할을 가늠해 보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연상된 그림이기도 하다. 이번 칼럼부터 몇 번에 걸쳐 대전의 문화와 예술에 관한 즐거운 상상을 지도로 그려보려 한다. 먼저 공연장에 대한 상상이다.

왜 먼저 공연장인가. 공연장은 모든 공연예술이 창조되는 곳이자 그것이 유통·소비되는 곳이다. 예술가들은 여기서 그들의 꿈을 마음껏 펼치고 기획자들은 그 꿈을 매개한다. 소비자들은 예술을 감상하면서 또 다른 삶의 꿈을 꾸게 된다. 여러 사회적 관계 맺기가 이루어지는 공간이기도 하다. 많은 문화매개체가 있지만, 이토록 공연장만큼 복합적이지는 않다. 좀 과장하자면 한 도시의 문화와 예술이 집산 되는 곳이 공연장이다. 더구나 공공 공연장이라면 예술의 진흥, 시민들의 문화향유, 가치관을 형성시키는 예술교육, 문화복지 같은 공공성 높은 역할을 하게 되며, 여기서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 형성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광역시들이 일찍이 공공 공연장을 건립하여 나름대로 이런 역할을 하도록 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거의 모든 도시가 거점 공연장을 먼저 설립했다는 것이다.

'문예회관'이란 이름의 거대한 시설이 그것이다. 서울의 세종문화회관(1978)을 필두로 1980~90년대 벌어진 일이다. 다른 도시들에 비해 좀 늦기는 했지만, 대전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거점 공연장들이 제 역할을 해왔느냐에 대해서는 비판적 시각이 더 컸다. 그래서 보완장치로 각 자치구의 작은 공연장들이 잇따라 설립됐다. 말하자면 거점 공연장은 우수한 예술중심으로, 자치구 공연장들은 생활 속의 예술 활동을 부추기는 역할을 주문받았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유독 대전만큼은 자치구에 공공 공연장이 아직 없다. 다른 도시들과 달리 개관 이후 거점 공연장으로서 대전 예당의 운영이 잘 되어 온 이유도 있겠으나, 이제는 자치구별로 작은 공공 공연장들이 들어서서 그 나름의 역할을 할 때가 되었다. 대전시에 70여 개의 유사 공연장들이 있으니 예산 조달이 어렵다면 이들 중 자치구별로 하나씩을 리모델링하는 방법도 있겠다. 그다음의 흐름은 전용공연장이다. 전용공연장 또한 거점형이라 하겠는데 2000년대 들어서 이런 흐름이 두드러졌다. 뮤지컬과 대중음악 공연장이 서울에선 10여 개 운영 중이다. 대구와 부산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콘서트홀로 옮겨 갔다. 전국의 광역시 중에서 대구가 지난해에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대구시민회관이 리모델링을 통해 훌륭한 콘서트홀로 탈바꿈한 것이다. 인천에서도 곧 포스코가 건립하는 오페라하우스와 콘서트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광주는 음악공연도 가능한 2000석 짜리 국립 아시아예술극장이 내년에 개관한다. 부산은 오페라하우스와 함께 국립으로 콘서트홀 건립을 구체화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울산과 대전만 전용콘서트홀이 없는 셈이다. 울산은 현대가 운영하는 큰 민간 공연장이라도 있다.

이제 대전이 무엇을 해야 할지 분명해 진 셈이다. 시민들이 좋은 공연장 메커니즘 안에서 생활 속 예술의 꿈을 꾸게 할 작은 공연장을 짓고, 더불어 전문적인 음향 조건을 갖춘 콘서트홀을 갖는 것이다.

이왕이면 복잡한 도시 한복판이 아니라 더 아름답고 조용한 숲이나 공원에 미국 콜로라도의 아스펜처럼 그럴듯한 음악제도 열리는 콘서트홀을 상상하는 것도 멋진 일이겠다. 뮤지컬이나 대중음악 전용홀은 정심화 홀이나 우송 홀을 리모델링하여 그 역할을 주는 것도 일책일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랜드마크형과 커뮤니티형이 조화를 이루는 대전의 공연장 지도가 완성될 터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