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의학연구원(이하 한의학연)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지식(기존의 아이디어 및 기술)에 현대 과학기술 및 문화예술과의 융합을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 창조경제의 핵심 키워드인 '응용력'에 가장 일치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다. 특히 지난 2011년 최승훈 원장 취임이후, 우리나라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의 과학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국가표준제정을 만들어 한방산업의 두르러진 질적 성장을 이끄는 성과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출연연구기관 가운데 모범적인 창조경제 수행기관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한의학연은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경영평가에서 개원 이래 처음으로 최고등급인 '우수' 평가를 비롯해 '세계 표준의 날' 기념식 때 국무총리 표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표창을 받는 등 3관왕을 이뤘다. 또 2012년 5월 전통의학분야 국제표준제정을 위한 국제기구인 ISO/TC249(International Standardization Organization/Technical Committee249) 3차 총회 개최해 한의학의 세계진출 교두보를 마련, 국내에 갇혀있던 한의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한의학연은 지난해 9월 '온고창신(溫故創新)'이라는 새로운 경영 이념을 제시,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출연연으로 부각되고 있다. 온고창신은 논어에 나오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넘어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창출한다'는 의미로, 한의학연이 우리나라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현대과학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열정을 담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박근혜 정부 국정기조인 '창조경제' 전진기지로 대덕특구가 주목받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창조경제를 어떻게 실현시키고 있는지.
▲창조경제와 관련해서 그 개념이 모호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창조경제는 이제 우리 사회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이런 의미에서 한의학은 창조경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의학연원은 이미 지난해 9월부터 기존의 전통지식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온고창신'을 경영 이념으로 삼아 실천 중이다.
온고창신 경영이념을 확산하기 위해 우리 연구원에서는 그동안 이민화 KAIST 교수 등 다양한 창조경제 전문가들을 초청해 전 직원 간담회를 비롯해 'KIOM 문사연(問思筵)'이라는 이름으로 창조경제 경진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온고창신과 창조경제는 일맥상통하는 만큼, 한의학연 구성원들의 노력들이 축적이 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는 창조경제 시대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한의학연에서 바라보는 '창조경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의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지식이며, 현대 과학기술과 ICT 및 문화예술과의 융합이 가능한 다양한 아이디어의 보고다. 동아시아 최대의 의서인 '동의보감'(허준), 당대 최대의 의학백과사전인 '의방유취'(김예몽 등), 한의학만의 독특한 이론을 체계화한 '동의수세보원'(이제마), 세종대왕의 의약제민(醫藥濟民) 사상이 깃든 '향약집성방'(유효통 등)등 한의학은 바로 전통지식의 '창고'다.
그런 만큼 수많은 처방과 치료법들이 수록되어 있고 현재 많은 연구주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들 유명한 의서만이 아니라 '임원경제지'나 '승정원일기' 등 다양한 고문헌에도 한의학과 밀접한 경험과 지혜가 그대로 녹아들어 있으며 의학 지식 외에 우리 선조들의 정신·행위·물질적 문화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 이러한 우리의 찬란한 전통지식과 문화를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과학기술과 ICT가 융합한다면 어느 분야 보다 우리나라 경제의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다.
-지난 2011년 8월 취임이후 가장 주력했던 정책 또는 사안은 무엇인가. 또한 관련 성과는.
▲취임 이후, 열린 경영시스템 구축, 원내의 소통문화 정착, 새로운 연구 방향의 설정과 실천을 위해 노력을 해왔다.
2년 전 취임하고 보니 각 연구부서와 연구자들 간의 벽이 매우 높다보니 뼈는 뼈대로 흩어져 있고 신경과 근육은 서로 통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취임 이후 여기에 기와 혼을 불어 넣어 하나로 꿸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소통을 시도해왔다. 이로인해 내부 구성원들에게 한의학연이 다른 출연연보다 예산 및 인력규모가 작다는 약점을, '강소형의 연구조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을 갖도록 노력했다.
이런 성과는 개원 이래 항상 저조한 성적에 머물렀던 기관평가가 처음으로 지난해 가장 높은 등급인 '우수' 평가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4월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ICCMR(세계 최대 규모의 보완대체의학학회) 회의에서 일본을 제치고 2015 ICCMR 회의를 제주 개최로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전통의학 국제 표준화 기구인 ISO TC249 4차 총회에서 3건의 국제표준 채택의 쾌거를 통해 지난해 세계 표준의 날 기념식에서 국무총리 표창 등 3관왕을 달성했다.
활발한 과학문화활동을 인정받아 교육부로부터'교육기부대상'기관으로 선정됐다. 한의약 산업부문 기술허브 역할을 담당할 '한의기술응용센터'가 대구의 첨단의료복합단지에서 착공, 비만이나 아토피, 당뇨, 골다공증을 비롯한 각종 질환이나 진단기기 등에서 다양한 연구성과를 내는 등 연구 분야에서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 주력 사업이 있다면 무엇인가.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국가적인 어젠다를 해결할 수 있는 연구, 그리고 21세기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연구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현재 한의학의 미병 개념을 활용, 한의학중심의 예방의학을 개발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또 한약자원에 대한 수요가 증대되면서 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가 증대됨에 따라 안정적으로 한약을 확보할 수 있는 K-허브 프로젝트, 우리 민족 최고의 의서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된 '동의보감'을 1613년 이후 400년 만에 전면적으로 수정·보완하는 '신동의보감' 편찬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신동의보감 사업은 발간 400주년을 맞은 동의보감의 업적을 계승하고, 동의보감 편찬 이후 현대 과학적 연구 성과를 집대성해 현대 한의학의 임상적, 과학적 성과를 반영한 통합형 한의학 지식을 제공하도록 하겠다. 창조경제 개념에 부응하는 대표적인 연구의 예로서 기존의 침과 뜸을 대체하는 신침·신뜸 기기의 개발이다. 최소 연구비와 최단 연구기간에 첨단의 과학기술을 조합하여 전통의 침과 뜸을 재창조한 의료기기를 개발할 것이다.
-정부출연연 기관장으로 세웠던 경영 신념이나 철학이 있다면 말해 달라. 또한 삶의 소신이 있다면 무엇인가.
▲2011년 취임사부터 일관되게 강조하는 덕목 가운데 하나가 노자 도덕경에 나오는 '상선약수(上善若水)'다. '상선약수'는 '지극히 착한 것은 마치 물과 같다'는 뜻으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아니하는 이 세상(世上)에서 으뜸가는 선의 표본으로 여기어 이르던 말이다.
기관장의 마음과 행동이 이처럼 마치 물과 같은 덕목을 가져야 한다고 신념을 갖고 그동안 다양한 소통을 통해 물과 같은 덕목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왔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수평, 수직적으로 신뢰감을 갖게 되었고, 이런 신뢰감이 쌓여 구성원들이 점차 주인의식을 갖게 됐다고 자부한다. 또한, 한의학연은 수월성의 연구 성과를 내야하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라는 점에서 기관장이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그러한 자세가 모든 구성원들과 공유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문숙 기자 moons@
△최승훈 원장은
-경희대 한의학과 (학ㆍ석ㆍ박사)
-고려대 대학원 철학(석사수료)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 한의학대학장
-미국 Stanford 의대 방문교수(2001~2002)
-대만 중국의약대학 초청교수 역임(1989)
-중국 국가중의약관리국 초청교수 역임(1993~1994)
-WHO 서태평양지역 전통의학 자문관 역임(2003~2008)
-세계전통의학대학협의회(GUNTM) 회장(2009~2011)
-ISO(국제표준화기구)/TC249 한국위원회 위원장(2011)
-한국한의학연구원장(2011~현재)
-ISCMR(국제보완의학연구회) Asian Chapter 의장(2012~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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