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표]'소치' 겨울잔치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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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표]'소치' 겨울잔치의 가르침

[목요세평]홍성표 대덕대 총장

  • 승인 2014-02-26 13:53
  • 신문게재 2014-02-27 16면
  • 홍성표 대덕대 총장홍성표 대덕대 총장
▲ 홍성표 대덕대 총장
▲ 홍성표 대덕대 총장
봄이 오는 소리를 베개 밑에서 듣는다고 했는데 소치의 겨울올림픽을 보느라 날밤을 새웠어도 17일간 국민들은 울고 웃고 행복했다. 열전 끝에 10위권 목표 진입엔 미치지 못했지만 등위 못지않게 얻은 것이 많았다. 어린 선수들의 대견한 모습을 보면서 국민의 대표라는 어른들이 겹쳐 지나갔다.

세계기록을 11차례나 경신하면서 여자 최초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김연아 선수는 특히 밴쿠버올림픽에서 228.56점의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종착역으로 삼았지만, 은퇴를 접고 복귀 선언과 함께 후배들을 위한 올림픽 출전권 3장 확보를 위해 13년 런던 세계 선수권대회에 출전을 했고, 한국의 피겨스케이팅을 위해 아직도 할 일이 남았다면서 자신과의 차원이 다른 싸움을 자청하고 외로운 담금질 끝에 소치 겨울올림픽에 참가했다. 아무리 개최지라고는 하지만 척박한 환경에서 성취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함께 웃고 울었던 국민들은 은메달이라는 결과에 허탈해 했고, 세계의 언론들도 무결점연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시작으로 이 분야의 전설들까지도 어이없어 했지만 정작 본인은 “판정에 대하여 다른 생각이나 미련이 없다.”, “은퇴경기를 실수 없이 마쳐서 만족하다”며 심판의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고 했다. 그저 놀라울 뿐이다. 경기가 끝났으니까 끝이라는 것이다.

경기 시작 전 다리가 굳은 듯 긴장감 속에서 몸을 풀 때 다리가 안 움직여질 것 같았으나, 곡이 흐르자 얼음이 녹아내리듯 천의무봉(天衣無縫)으로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경기를 펼쳐 피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The greatest skater of all time)라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리고 갈라(Gala)쇼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온 세상의 평화를 기원하는 팝송 '이매진(Imagine)'의 고운 선율과 하나가 되어 이 꽃 저 꽃으로 옮기는 나비같이 물 흐르듯 애잔한 연기는 선녀의 우아한 고별무대로 온 시선을 멈추게 했다. '너무나 완벽해서 더 슬펐던 마지막' 이었건만 몇 수 위라는 것을 웅변으로 보여준 것이다. 가히 신의 경지였다.

쇼트트랙 500m에서 넘어지고 일어서고 달리기를 반복하는 투혼으로 금보다 값진 구릿빛 메달을 목에 건 박승희도 스포츠정신을 보여줬다. “넘어진 것도 실력이다.” “모든 것이 운명이다.” “난 괜찮다.” “대한민국 파이팅!” 지나간 건 잊고 남은 경기 잘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고 급기야 1000m와 3000m 계주를 금빛으로 물들였다. 득도한 모습으로 영혼을 감동시키는 말이 결과로 이어졌다.

선거라는 준엄한 국민의 심판을 받고도 진영논리에 빠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 더 나을 것이라는 의제도 제시하지 못해 외면을 자초하는 국민의 대표들 보다 어린 선수들이 훨씬 더 어른스럽다.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세계 신기록을 4번이나 갈아치우고 겨울올림픽을 2연패한 이상화는 빙속 여제로서 고독한 레이스를 했지만, 모태범과 함께 레이스 경쟁을 펴면서 힘과 스피드를 키운 것이 주효했다고 한다. 또 400m를 세 사람이 함께 8바퀴를 돌아 3분 40초 85로 은메달을 일궈낸 팀추월 대표팀 이승훈을 비롯한 3명은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맞물려 돌아갔고, 코너를 돌 때마다 한 몸처럼 움직였다. 막판 모두 지치고 힘든 고비에서 앞 선수의 엉덩이를 짚어 밀면서 호흡을 맞추는 장면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것으로 빙판위의 지하철 2호선 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그뿐인가. 8년 만에 금메달을 딴 여자 3000m 계주에서 마지막 반 바퀴에서 극적인 역전을 한 막내 심석희는 언니들과 같이 고생한 것에 눈물이 났고, 언니들과 같이 이겼다는 것이 기쁘다고 했다. 그리고 '빙판 위의 우생순'이라 불리며 첫무대 3승으로 여자 컬링 신드롬을 일으킨 “괜찮아요! 언니!”는 “함께”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본보기다. 팀원끼리 보여주는 격려가 상상을 초월하는 상승효과를 이루어 낸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었다. 이들의 키워드는 하나같이 '함께'와 '같이'였다.

박근혜 정부 1년이 지났다. 정치권에 묻고 싶다. 여야를 막론하고 국민과 국가를 위해 '함께'하고 '같이' 할 한 팀은 있는 것인가.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머리를 맞대고 '함께' 하고 '같이' 해서 희망을 주는 일을 찾아 나서기를 국민들이 간절하게 바란다. 국민은 언제고 박수 칠 준비가 돼 있다.

4년 뒤 개최지인 평창은 8분 동안 '동행(A Journey Together)'이라는 문화공연을 통해 '새로운 지평(New Horizon)을 향해 전 세계가 함께 가자고했다. 그래! 세계에 앞서 우리부터 그리고 오늘부터 '함께'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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