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근태]가화만사성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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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근태]가화만사성을 위하여

[중도춘추]신근태 둔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

  • 승인 2014-02-26 13:53
  • 신문게재 2014-02-27 16면
  • 신근태 둔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신근태 둔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
▲ 신근태 둔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
▲ 신근태 둔산경찰서 112종합상황실장
'고등학생 아들이 발로 옆구리를 차서 죽을 것 같다. 한 두 번이 아니다. 빨리 와달라'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보니 집 안 가재도구는 폭풍을 맞은 듯 엉망이고 피해자인 어머니만 아픈 옆구리를 움켜잡고 울고 있었다. 다니던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후 방탕하게 생활하고 있던 아들에게 꾸지람을 하다가 일어난 일이었다. 요즘 들어 가정폭력 신고가 급증하고 있다. 대전에서 하루 평균 14~20여건, 한 달이면 500여건 이상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온다.

우리 국민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높은 지적수준을 자랑하고 경제가 발전하면서 소득이 높아지는 등 삶의 지표는 향상되나 삶의 질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특히, 인간의 모든 사회활동의 근간이 되는 가정에서의 폭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지는 이미 오래다.

가정폭력은 가정이 폭력학습의 장이 되어 나 하나 맞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가정폭력 피해자에서 폭력 가해자로의 악순환을 낳게 된다. 따라서 이제는 가정폭력문제를 가족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 인권 중심의 관점으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가정폭력은 단순히 개인이나 가정의 문제가 아닌 모든 사회문제의 원인이 되므로 사회범죄라는 인식 확산이 요구된다.

가정폭력은 가정 내에서 은밀하게 일어나 사회적으로 묵인되면서 지속적으로 계속되는 특성이 있다. 또한 세대간에 대물림, 즉 부모가 자녀를 폭행하고, 자녀는 성인이 되어 그 배우자나 자녀에게 다시 폭력을 행사하게 되는 중복성이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은 '가정 내의 문제로 이웃이나 사회에서 개입해서는 안된다'거나 '창피하고 수치스러운 일인데 어떻게 남에게 알리나' 라는 등의 의식부터 버려야한다. 피해자가 먼저 전통적인 가족관과 성역할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이나 기관의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 경찰도 가정폭력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먼저, 가정폭력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한 경찰관이 현장에 출입하여 피해자를 대면하고 안전여부나 피해상태를 조사한다. 비록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출입을 거부하여도 폭력이 진행 중이거나 직후라고 판단되는 경우 경찰관이 '현장출입 및 조사권'이 있음을 고지하고 반드시 출입해 조사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없이 경찰관의 출입 조사를 방해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또한 폭력이 행사되고 있을 때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 폭력행위를 제지·수사하고 피해자를 보호시설이나 치료기관에 인도하는 응급조치를 할 수 있고, 응급조치에도 불구하고 가정폭력범죄가 재발될 우려가 있고 긴급한 때에는 가해자에 대하여 퇴거 등 격리, 100m 이내 접근금지를 할 수도 있다.

가정폭력 사건은 가해자 처벌보다는 가정과 피해자 보호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사후관리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피해자를 긴급히 구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엔 여성 긴급전화인 1366과 연계 피해자보호시설(쉼터, 가족보호시설)에 입소시키고, 피해자에 대한 치료와 회복을 위한 상담소나 직업훈련 지원, 원스톱지원센터에서는 의료·법률·수사도 지원하고 있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란 말이 있다. 가정이 편안해야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가정은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공동체이면서 국가의 흥망성쇠는 가정에서 모든 것이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 가정폭력은 피해자 개인의 문제를 넘어 심각한 사회문제인 것이다. 이것이 가정폭력에 대해 피해자 본인은 물론 경찰을 비롯한 사회전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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