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콜럼버스와 특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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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콜럼버스와 특허

[세설]이준석 특허청 차장

  • 승인 2014-02-24 14:08
  • 신문게재 2014-02-25 17면
  • 이준석 특허청 차장이준석 특허청 차장
▲ 이준석 특허청 차장
▲ 이준석 특허청 차장
1492년 8월 3일 에스파냐 팔로스 항구에서 세 척의 배가 이사벨 여왕의 환송을 받으며 새로운 항로 개척을 위해 출항했다. 선장호인 '산타마리아호'에 승선한 콜럼버스는 69일의 항해 끝에 아메리카 신대륙에 닿았다.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과 신대륙 발견은 이사벨 여왕의 적극적인 지원에 의해 가능했다. 콜럼버스는 그전에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등에 탐험계획을 설명하고 후원요청을 했으나 거절을 당했다. 이사벨 여왕만이 항해사와 해도 제작에 경험이 있고 도전적 의지가 충만한 콜럼버스의 가능성을 믿고 후원했던 것이다. 이사벨 여왕의 후원결정은 에스파냐가 식민지 무역에 의해 패권국으로 등장하는 주요한 계기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경제 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삼았다. 창조경제는 우리 국민이 가지고 있는 창의성을 십분 발휘하여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자 하는 전략이다. 콜럼버스의 신항로 개척과 신대륙 발견과 같이, 미개척 시장을 찾아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적용시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로 꾸준히 성장을 이룩해 왔으나, 추격전략만으로 선진경제로 도약하고, 충분한 일자리를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신흥국들의 추격으로 현재 자리를 유지하기도 쉽지 않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신시장과 먹을거리를 개척해 나아가는 '선도자(first mover)'로 변해야 한다.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한 애플생태계 구축과 같이, 선도자가 새로운 시장과 제품 창출에 성공하면 시장선점이라는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됨으로써 비약적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이런 선도자가 많은 사회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제로 체질이 변화한다.

콜럼버스 시대에 대서양을 횡단하는 항로가 알려지지 않아 그 성공을 담보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신기술이나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거나 신사업에 도전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성공할 확률도 매우 낮다. 신시장을 개척하는 선도자는 추격자보다 많은 위험(risk)을 안을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창조경제를 구현하려면 이사벨 여왕이 콜럼버스를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것과 같이 사회경제적 시스템이 시장을 선도하려는 혁신 주체들에게 신시장 개척에 필요한 충분한 지원과 실패에 따른 위험부담을 줄여주는 안전망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사회적 지원과 안전망으로 우선 엔젤투자 및 벤처투자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통적으로는 창업 또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자금을 융자를 통하여 마련하였고, 실패할 경우 파산으로 재기가 어려웠다면, 벤처금융은 융자가 아닌 투자를 통해 창업과 새로운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하여, 시장선도자가 안고 있는 위험을 줄이고, 또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작할 기회를 제공해 준다.

벤처금융이 리스크를 줄임으로써 적극적인 신시장 개척에 필요한 기반을 제공한다면, 특허제도는 벤처금융의 촉진제 또는 촉매제로서의 기능을 한다. 특허는 해당 기술을 잘 알고 산업적 의의와 가치를 감별할 수 있는 심사관들에 의해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므로, 특허제도는 신기술이 기존의 기술에 비하여 어떠한 경쟁적 우위에 있는가를 알려준다. 또한, 특허는 '특허권'이라는 독점적 실시권을 갖는 무체(無體) 재산이므로, 신시장 개척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게 하고, 보유기술을 하나의 자산으로서 인식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러한 특허가 가지고 있는 식별력, 독점성 및 재산적 가치는, 특허기반의 시장선도자들에 대한 투자가 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한다. 특허는 콜럼버스의 가능성을 알아보는 이사벨 여왕의 '안목'으로서의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다. 특허청은 창조경제 구현에 기여하기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로 신시장을 개척해 나아가려는 콜럼버스(선도자)에 대하여 이사벨 여왕(투자자들)의 후원이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정확하고 빠른 심사를 통해 고품질의 특허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아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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