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미경 대전여성장애인연대 대표 |
휠체어 장애인의 이동권이란, 절벽 사이로 위태하게 이어진 샛길이나 다름이 없다. 어디에서 끊겨있을지 알 수가 없고 또 언제 발을 헛디딜지 몰라 조마조마 해야 하는, 굳이 멀리 이동할 것 없이 집 바로 앞의 식당을 가려 해도 고민만 앞선다. 그곳에 턱이 높았던가, 계단이었나, 경사로였나. 장애인을 위해 많은 시설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장애인 입장으로서는 많이 부족하다 느낄 수 밖에 없다. 이동 뿐만이 아니라 교통에서도 물론 마찬가지라, 특히나 장거리를 이동할 때 활동보조인 없이 휠체어 장애인 혼자서는 마음먹기도 힘들다.
한국에서 2005년부터 도입이 되었던 것과는 다르게 선진국에서는 이미 그때 저상버스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보편화 되어있는 상태였다. 2001년 뉴질랜드를 갔을 때 저상버스를 탄 적이 있었다. 그 때 저상버스에 타고 있었던 장애인을 버스기사는 버스정류장이 아니라 골목을 구불구불 타고 올라가 그의 집 앞에 버스를 세워 주었다. 뿐만 아니라 타고 내릴 때 친절히 도와주었고, 같이 타고 있던 승객들은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도 불평불만을 하지 않았다. 그때 그것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 장애인들이 합심하여 ‘차차차’ 사업을 진행시키는 과정을 지켜보며, 또한 그 결과에 대한 보고서를 읽어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여전히 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았고, 약자에 대한 배려가 당연시 되어야 할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면박을 주는 등 직업의식까지 결여된 대중교통 기사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이 아프고 실망스러웠다.
우선적으로 저상버스를 운전하는 기사가 리프트를 다룰 줄 모르고 휠체어장애인 탑승시 시행해야 할 매뉴얼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않다는 점. 그리고 저상버스는 장애인을 위한 차량임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이 탑승하자 떫은 표정을 짓는다는 점이 충격이었으나 그래도 배려해주시는 기사들도 많다는 사실이 조금은 위안이 되었다.
또한, 우리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작정 자신의 기준에 따라 도우려하는 부담스러운 태도와 동정이 아니라 그저 불편한 사람이라는 것을 수긍하고, 당연스레 받아들여주며 자연스레 배려하는 태도라는 것을 비장애인 분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아주 배척하고, 언짢은 시선으로 보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타까워하고 동정하는 듯한 시선은 장애인들에게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그저 비장애인이 나는 수학을 잘하지만 영어는 못한다고 말하듯 장애인 또한 이것은 할 수 있지만 저것은 잘 하지 못하는 것 뿐이다. 그렇게 자연스레 받아들여주고 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확실히 인정을 해주는 것이 장애인들에게는 큰 기쁨이 된다. 타인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한 사회라지만 비장애인도 언제든 사회적 약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조금만 더 생각을 넓혀보면 얼마든지 서로 이해하고 도우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망각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우리 장애인 또한 아직 보편화 되어있지 않고 불편하다 해서 저상버스를 꺼려할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용해야만 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인식을 개선시킬 수 있다. 불편한 점을 체험하고 계속해서 건의하는 일은 우리 장애인들 자신이 할 일이지 누군가에게 부탁할 일이 아니다.
장애가 있다 없다 이전에, 생활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면 장애가 없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우리 사회가, 스스로 노력하여 장애인 없는 사회가 아닌 장애 없는 사회로 바뀌어 가기를 꿈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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