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규문 대전평생교육진흥원장 |
매학기 대전시민대학에 등록하는 학습자들의 연령대 비율은 거의 변화 없이 일정한 편이다. 50대가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데, 20%가 조금 넘는 비율이다. 거의 비슷한 비율로 40대가 뒤따르고 있다. 그리고 20% 조금 못 미치는 비율로 30대와 60대가 뒤를 잇고 있다. 60대부터 70~80대를 합치면 완년에 해당하는 학습자 비율이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은퇴를 한 후 무엇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지가 않다. 촌각을 아끼며 치열하게 일하는 것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알고 살아 온 사람들에게 이제 넘치는 시간은 자유가 아니라 고통이다. 그렇다고 하루 종일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경로당에서 장기나 두고 고스톱이나 치면서 살 수는 없지 않은가?
퇴직 후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관계망이 끊기는 것 때문에 무료함이나 허탈감, 위축감 등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여성의 경우에는 직장에 다닐 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집안 살림을 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 대개의 경우 일상이 한꺼번에 급격하게 바뀌지는 않지만 남성의 경우 퇴직은 모든 것이 한꺼번에 변하게 되는 대 전환기다.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당혹하게 되고 소외감, 상실감, 우울증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심리적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완년을 행복하게 꾸려갈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대전시민대학에는 풍부하게 마련되어 있다. 100개나 되는 대전시민대학의 학습동아리들은 같은 취미나 목표를 갖고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새로운 소통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모임이다. 활기찬 완년을 위해서는 자존감을 가지고 주변과 끊임없이 관계를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완년기에 있는 분들이 지역사회 안에서 긍정적인 관계 맺음과 역할 찾기를 한다면 지역공동체가 더욱 원숙하게 발전하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피터 라스렛은 인생을 4단계로 나누어 은퇴 이후 건강하게 생활하는 약 20~30년을 제3기라고 규정했다. 제3기는 자기가 바라던 적성이나 재능에 맞는 일을 하고, 그 일을 즐기고 만족하면서 사는 자기성취의 시기이다. 라스렛에 따르면 제3기에 해당되는 60세 이상은 인생의 쇠락기가 아니라 그 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을 즐기며 뜻했던 바를 이루는 시기인 것이다. 완년기에 속한 분들은 활발하게 사회 참여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는 이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다. OECD가 고령화 사회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제시한 개념에 '액티브 에이징'이란 것이 있다. 60세가 넘은 분들이 나이 듦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건강하게 지역사회와 어울리도록 돕고, 적극적이고 활기찬 사회·경제적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정책적으로 유도하자는 것이다.
이제 대전시민대학 관련 글이 인터넷에 많이 오르다 보니 완년이라는 용어도 검색이 된다. 언젠가는 국어사전에도 당당하게 수록되는 자격을 얻게 될 것이라 믿는다. 대전시민대학에서 완년은 화려한 유채색(有彩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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