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인철 한국코치포럼 대표 |
국민의 박탈감도 크고, 자존심에도 상처가 난다.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원인을 교육에서 찾고 있다. 필자 또한 일부 동의한다. 우리나라의 교육이 근본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생각이다.
거기에 덧붙인다면 돈과 권력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 또는 국민의 의식 또한 큰 문제다. 어떤 부분에서 우리나라의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필자는 우리의 교육이 근본적으로 인본주의적 사고에 바탕을 둔 것이 아닌, 아직 가부장적인 권위주의에 바탕을 둔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나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고 말을 가려서 존중하면서 하는 교육이 아니라 강압과 권위의식으로 말을 함부로 하는 교육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어렸을 적부터 주눅이 들어서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하게 만드는 교육이다. 그러니 나이 들어서도 자기의 생각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펼치는 게 어려운 일이 된다.
어떤 생물학자가 벼룩으로 실험을 수행한 적이 있었다. 벼룩은 자기 몸의 몇백 배인 60㎝ 이상을 뛸 수 있는데, 이 벼룩을 30㎝ 높이의 유리병에 가두고 뚜껑을 닫아놓으니 처음에는 뛰면서 뚜껑에 부딪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뚜껑 바로 아래까지만 뛰었다. 이 벼룩은 나중엔 그 뚜껑을 치워도 계속해서 그 정도만 뛰면서 병 밖으로 나오지 못했는데, 이런 종류의 실험으로부터 명명된 현상이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다. 즉, '학습된 무기력'이란 쉬운 말로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느끼면서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자포자기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우리의 가정과 학교는 아이들과 학생들에게 '무기력'을 '학습' 시키는 장이 되어 있다. 아이들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그들의 잠재력이나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교육받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무기력'을 '학습'하는 것이다. 그것도 엄청난 비용을 내면서 말이다. 이 얼마나 큰 사회적 손실인가.
어렸을 적에 어린아이들이 어른에게서 듣는 말은 일생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필자는 어릴 적 어른의 말은 아이들에게 '신의 계시'처럼 다가온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어렸을 적 말더듬이로 놀림을 받았던 잭 웰치나 첫 성악수업부터 개인지도 선생으로부터 핀잔을 들은 엔리코 카루소, 시각장애인이었던 스티비 원더 등 어렸을 적 위기의 시점에 부모 또는 교사로부터 격려와 인정의 말을 들으면서 성공한 수많은 사람이 그 증거다. 상상력은 풍부했지만,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낙인찍혔던 에디슨이나 입양아로 초등학교 시절 사고뭉치였던 스티브 잡스가 만일 한국에 있었다면 중국집 배달했을 거란 우스갯소리도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요체는 아이들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에 채워진 족쇄를 풀어주는 것이 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이 창의성과 사고력을 다치지 않으면서 청소년기의 긴 터널을 무사하게 통과하는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필자는 이 엄청난 역할을 코칭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코칭은 인간에 대한 이해, 존중, 배려, 관심의 따뜻한 마음과 진정성으로부터 출발한다. 코칭을 한다는 얘기는 코치가 그런 마음가짐으로 무장되어있다는 얘기다.
'코칭형' 부모나 교사는 자식과 학생들을 그런 마음으로 대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코칭의 전제나 철학은 교육개혁의 요체와 맞닿아있다. 코칭의 주요 전제는 '사람은 누구나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코칭의 대화모델과 스킬은 부모와 교사가 제대로 익힌다면 아이들이 잃어버린 줄 알고 있는 잠재능력을 되찾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필자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코칭적 대화가 교육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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