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태 변호사 |
그러나 현실은 별로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편리하게 민사소송법상 '변론주의'라는 법원칙 뒤에 숨어서 실체적 진실발견을 뒷전으로 하고 법관들은 자신들을 변호사들이 만들어 주는 요리를 맛보는 사람으로 생각하거나 운동경기에서의 심판 정도로 여기는 것이다.
이 사건에 있어서는 마찬가지로 사건의 진실은 왜곡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사건이 영상으로 찍혀 사실 그대로 재현되었다면 아마도 아랫집 사람은 책임을 면할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즉 아랫집 사람이 위층으로 뛰어 올라온 것은 단지 위집에 항의하러 온 것이고 싸우려 했던 것이 아니다. 그런데 위집 사람이 문을 열자마자 다짜고짜 주먹으로 공격했고 이에 아랫집 사람은 위집 사람의 팔을 붙잡고 이를 제지하려고 하였던 것인데 그 과정에서 키가 큰 위집 사람이 아랫집 사람의 머리에 코가 부딪쳤던 것이다. 사실이 이렇다면 과연 아랫집 사람은 법적으로 어떠한 책임이 있을 것인가? 팔을 붙잡는 행위는 윗집 사람의 공격에 대한 방어행위로 볼 수 있으며 방어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그의 코가 아랫집 사람의 머리에 부딪혔다고 한다면 방어행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보아 아랫집 사람은 정당방위로서 책임을 면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사건에 있어서 비디오 영상처럼 사건의 진실이 절대로 밝혀질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법은 사건의 결과만을 보고 서로 싸웠고 싸우는 과정에서 다쳤다는 그 사실을 가지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위집 사람이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에는. 그러나 사건의 진행을 보았듯이 위집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절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결국 잘못은 위집 사람이 해 놓고 오히려 피해자라고 볼 수 있는 아랫집 사람이 법적인 책임을 지게 되는 억울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법이 현실에 적용되는 과정에서 가끔 이런 불합리한 일이 생긴다. 법의 한계라고 할까? 인간의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이러한 층간소음에 대한 대책으로 주택법에 아파트 신축에 있어서 바닥충격음 감소를 위한 소재를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서 획기적인 대책을 내 놓긴 했지만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에 적용되는 것일 뿐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파트에는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있다. 사실 오늘날과 같이 우리사회가 고립적인 아파트문화가 계속되는 한 풀리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상황에서 유일한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웃과의 친밀한 교제의 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요사이 도시에서의 “마을 공동체”라는 개념을 키워나가는 것이 유일한 해결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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