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백주]대전시립병원 건립으로 의료민영화 벗어나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나백주]대전시립병원 건립으로 의료민영화 벗어나야

[시론]나백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

  • 승인 2014-02-12 14:19
  • 신문게재 2014-02-13 17면
  • 나백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나백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
▲ 나백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
▲ 나백주 건양대 예방의학과 교수
최근 대전시가 대전시립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연구용역 등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연구결과도 긍정적으로 발표됐다. 그동안 정부가 발표한 일련의 의료민영화 정책 추진이 시민들의 삶에 가지고 올 험난한 파고를 예상해본다면 대전의료원 설립 추진은 분명 대전시의 의료공공성 확보 측면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디에 만들어지고 무슨 기능을 가지며 어떻게 만들어질 것인가에 대해 잘 정리되지 않으면 시민들의 기대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

대전시가 대전의료원을 설립한다면 종합병원으로서 대전시민을 위한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또한 우수한 의료진과 장비를 보유하면서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등이 없어 환자들의 본인부담 진료비를 최소화해야 한다. 시민들이 여타 병원이용을 하면서도 검사나 투약 시술 등이 과도한 것은 아닌가 의심이 들 때 '이것이 표준의료서비스 구나!' 하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합리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나아가 보건소 및 일차의료기관과 협력을 활성화하는 공공의료사업실이 잘 갖추어져서 저소득계층 등 우리의 어려운 이웃들의 건강문제가 입체적으로 관리되도록 중심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전에서 소외계층과 노인계층이 가장 많은 지역에 시립병원이 위치해야 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거론될 수 있다.

대전시립병원 설립은 기존의 민간병원들과 수익을 위한 경쟁심화를 예고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위의 시립병원 기능을 정립한다면 경쟁보다는 협력을 활성화 할 수 있다. 민간이 종합병원을 신규 설립하는 것은 분명 대전시내 병원들의 수익경쟁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시립병원 설립으로 이제까지 병원들이 제공하지 못했던 차별화된 기능을 갖추고 공공사업을 선도한다면 오히려 기존 병원들에 시민들이 가지고 있던 오해(검사와 처치가 과도하다. 의료비가 비싸다 등)를 극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시립병원 운영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적자에 대한 관점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 아쉽게도 공공병원 적자에 대해서는 곱지 못한 시각도 많지만 흑자를 보는 시도립병원의 운영사례를 자세히 살펴보면 결국 인근 주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졌던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의료공공성에 대한 기능정립과 평가지표를 명확히 하고 이에 관한 정부와 지자체 재정지출을 연관시킨다면 시민들도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다행히 최근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작업을 하고 있어 이후 시도립병원의 적자 논란은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대전시립병원 운영의 성패는 시민들의 참여와 공공의료에 관한 전문 평가 및 합리적 행정지원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하는 과제로 요약할 수 있다. 병원설립을 위한 펀드조성 및 시민공공의료기금 조례를 제정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될 수 있다. 또한 대전시립병원이 환경친화적이면서 건강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건축물이 되고 공공의료 기능을 충분히 갖추도록 기술지원할 수 있는 전문가 자문단을 만드는 것도 바람직하다.

특히 다가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시민과 지방정치인들의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대전시장 입후보자들이 공약으로 대전시립병원 설립을 찬성하는지를 물어야 할 것이고 나아가 대전시립병원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기능을 갖출 것인지 그리고 어떤 시민참여방안을 가지고 있는지 등도 물어야 할 것이다.

최근 서울의 대형병원들이 병상수를 빠르게 늘리면서 의료기관의 수익 위주 경쟁이 노골화되고 있고 중소규모 병원 특히 지방의 종합병원들이 경영 어려움을 호소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병원경영 어려움을 보전하기 위한 방편으로 정부의 보건의료투자활성화 대책이 제시되고 있으나 이는 결국 환자의 의료비 본인부담을 늘리는 민영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항상 국민건강수준 향상과 의료이용 안정을 화두로 보건정책을 펼쳐야 한다. 뚜렷한 병원의 의료공공성 기능에 대해서는 국비 및 지방비 지원을 해야 하고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차츰 민간병원에까지 의료공공성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방역과 건강보험을 제외하고는 전무하다시피한 정부 보건의료정책이 이번 지방선거를 계기로 공공병원을 지렛대 삼아 확대되는 것을 기대한다. 이러한 기대가 추운 겨울 아직 멀리있는 봄을 기다리는 것 같을지라도.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