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복]잣대[鍮尺]와 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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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복]잣대[鍮尺]와 빨대

[세설]김용복 극작가, 꿈 실현 아카데미 대표

  • 승인 2014-02-10 14:05
  • 신문게재 2014-02-11 17면
  • 김용복 극작가김용복 극작가
▲ 김용복 극작가, 꿈 실현 아카데미 대표
▲ 김용복 극작가, 꿈 실현 아카데미 대표
잣대는 임금이 지방수령을 임명할 때 임명장과 함께 주는 것으로 검시(檢屍)와 도량형을 위해 사용하는 일종의 놋쇠로 만든 '표준자'인 것이다. 용도는 죄인의 태(苔)와 장(杖) 등의 형구의 크기를 통일시켜 형(刑)의 남발을 방지하고, 통일된 도량형을 사용하여 세금징수를 고르게 하려고 사용됐다.

빨대는 벌이나 나비처럼 육신이 요구하는 양분을 섭취할 때 사용되는 것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빨대는 사리사욕에 눈먼 공직자들이 그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잣대를 쥐고 있어야 할 세무공무원들이나 경찰과 검찰들이 이 빨대까지 함께 움켜쥐고 있으면 개인이 멸문지화를 당함은 물론, 사회나 국가마저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세종께서는 이 잣대를 집현전 학사들에게도 쥐여줬는데 즉위하자마자 집현전을 확대개편하고 집현전 학사들을 전국적으로 선발했다.

그런데 선발 조건이 까다로웠다. 양반집 자제로 사대주의에 물들지 않은 소년이라야 했으며, 머리가 좋고 미남만이 선발될 수 있었다. 한다. 이렇게 선발된 학사들에게는 특권과 임무가 주어졌다. 모두가 국비로 지원됐고, 긴 휴가기간에는 시골에 계신 부모님도 찾아뵙고 결혼도 하고, 선영(先塋)에 참배도 해야 했다. 오고 가는 길에 보고 들었던 지방관리들의 선정과 횡포를 사실대로 작성해 왕에게 직접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라는 잣대가 임무로 주어졌다.

학사들의 이 보고서는 지방 관리는 물론 중앙 관리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오로지 왕과 집현전 학사들 간에 이루어진 암묵적인 왕명이었던 것이다. 그러니 세종은 중앙에 앉아서 전국 각지에서 행해진 관리들의 모든 횡포는 물론 민심의 흐름까지도 꿰뚫어보고 거기에 적절한 통치를 했던 것이다.

필자는 전직교사들과 함께 중·고등학교를 중도에 포기한 청소년들을 모집해 검정고시 모든 과목을 합격할 때까지 무료로 지도해주고 있는데 이런 아이들 찾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때문에 각 경찰서의 아동 청소년계와 주민센터, 그리고 보호관찰소, 교육지원청을 찾아나섰다.

그리고 찾아가는 기관마다 학업을 중도 포기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바로잡아주기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세우고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서부경찰서 아동청소년계와 보호관찰소에서는 학업을 중도 포기한 청소년들 가정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우리 단체를 소개해 주었고 그 후로도 여러 명 보내와 이들이 올바른 길로 걸어가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효동 주민센터에서는 동장이 직접 좁은 골목 길을 누비며, 취약 계층의 가정이나 독거노인, 결손가정들을 보살피며 학업을 포기하고 방황하는 청소년들까지도 찾아 검정고시를 볼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다. 서부교육지원청에서도 찾아가는 행정서비스를 통해 교육청 오가느라 수업이 결손되는 일선 학교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고 있었다.

필자의 눈에 비친 이들의 모습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을 공직 윤리로 삼고 발로 뛰며 맡은 일을 충실히 해내는 청백리의 모습 그대로였다. 방향 감각을 잃고 헤매는 청소년들을 하나라도 찾아내어 올바른 길을 걸어가게 하려고 열정을 쏟으며 선도하고 있는 모습. 그들의 손에는 잣대도 빨대도 없었다. 공복으로서 충실한 업무수행 그것을 보람으로 삼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이들 기관에서 보내준 청소년 중 상당수 학생이 중졸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에 진학한 청소년들이 상당히 있으며 어느 학생은 중졸 고졸 검정고시를 1년 만에 합격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도 있었다.

길거리에 방황하는 청소년들도 모두 소중한 국가의 인재들이다. 세종이 집현전 학사들을 통해 백성의 생활 모습을 구석구석 살폈듯이, 효동주민센터나 서부교육지원청 처럼 내 담당지역을 직접 돌아보고, 서부 경찰서 등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는 청소년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해준다면 그 지역사회가 얼마나 밝게 될 것인가?.공복이란 국가나 사회의 심부름꾼이지 빨대로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직업이 아닌 것을 그들은 잘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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