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우 보령시장 |
'회이포'는 오천항의 옛 지명이다. 이미 백제시대부터 중국과 교역하던 항구다. 지금은 전국 5대 수영(水營)중 유일하게 원형을 보전하면서 국가사적 501호로 지정된 '충청수영성'이 있는 유서 깊은 항구다. '옹암포'는 홍성군 광천읍 남단에 있는 옹암리에 있던 포구로 과거에 새우잡이 배들이 들어와 '광천 새우젓'으로 유명하다. 포구에 있는 마을 뒷산이 마치 항아리를 엎어 놓은 듯 하다 하여 '독배'라고도 부른다. 옹암포는 회이포와 함께 파시(波市)가 열릴 정도로 번창했던 항구다.
그러나 이 두 곳의 포구는 2001년을 기점으로 운명을 달리하게 된다. 회이포는 이후 항만이 재개발이 되면서 키조개와 바다 낚싯배들이 분주히 오가는 항구로 그 기능을 유지하고 있지만, 광천의 옹암포는 홍보지구 대단위 농업종합개발사업(이하 홍보지구 사업)으로 인해 바닷길이 막혔다.
홍보지구 사업은 천수만과 모산만의 간척사업으로 895헥타의 인공호수를 만들어 보령시와 홍성군 14개 면의 농경지 8100헥타에 안정적인 농업용수를 공급하겠다고 1991년 착수한 사업이다. 방조제로 물길이 막힌지 13년이 흘렀다.
통상적으로 방조제의 배수갑문은 비가 많이 올 경우 홍수 방지를 위해 수문을 열어 수위를 조절하지만 홍보지구의 배수갑문은 호수 내의 수질이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일주일에 1번 정도 수문을 열어 해수를 유통시킨다.
2012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용역결과에 따르면 현재 보령호와 홍성호의 화학적 산소요구량(COD)는 각각 9.86ppm, 10.12ppm이다. 그냥 놔두면 2016년에는 10.21ppm, 10.42ppm으로 올라간다는 예측이다. 농업용수의 수질 기준은 COD 8ppm이하다.
발등의 불이된 수질개선을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2020년까지 2945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보령호에는 1829억 원, 홍성호에는 1116억 원이 소요된다. 이중 국비는 58% 내외이고 나머지는 지방비와 자부담이다. 인공습지를 주로 하는 호내 대책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축산폐수처리시설을 주로 하는 호외 대책은 보령시와 홍성군에서 담당한다.
열악한 지방재정을 감안하면 지방비 분담도 부담이려니와 그 효과에도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수질개선대책의 문제점이다. 호내 대책의 최대 단점은 고농도에 약하다는 것이다. 상류에서 고농도의 오염원이 유입될 경우 호 내의 인공습지는 감당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이다.
이미 홍보지구 사업은 오래전부터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2009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분석한 대단위농업종합개발사업 심층평가분석보고서에 의하면 이 사업으로 인해 염해방지와 홍수 등 자연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뿐이며, 오히려 사업효과가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KEI의 평가도 그렇다. 보령호와 홍성호는 오염원이 매우 근접한 곳에 다수 존재하여 오염에 취약해 수질관리가 사실상 어렵고 유역내 지자체의 재정, 인력 그리고 기술 수준으로 목표수질 달성에 관리한계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화호는 수질개선에 8000억 원을 쏟아 부었지만 담수 3년 만에 해수유통을 시켰다.
홍보지구의 답은 이미 나와 있다. 해수유통이다. 10㎢의 갯벌은 1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에서 배출하는 오염물질을 정화할 수 있고, 저명한 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지는 갯벌의 가치를 농경지의 100배로 보고 있다.
이제라도 지속가능한 연안과 하구 생태계 복원을 위해 지역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연안하구 관리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간척사업이 주는 실익을 따져 산업과 경제적 관점 그리고 해양항만의 이용관점에서 해도충남(海道忠南)의 '블루오션'인 홍보지구의 새로운 해양발전 전략이 시급히 필요한 시점이다. 신음하고 있는 홍보지구에 대해 이제 정부와 지역 거버넌스가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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