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일]설날 또 하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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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설날 또 하나의 시작

[중도프리즘]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승인 2014-02-09 13:16
  • 신문게재 2014-02-10 17면
  •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 서동일 충남대 환경공학과 교수
얼마전 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 중 하나인 설이 지났다. 하지만 때로 설날은 이중과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러하고 양가가 서로 다른 시기에 설을 쇠는 경우는 더욱 그러할 수 있다. 사회의 발전상에 따라 대가족 제도가 점차 사라지고 자녀의 수가 줄어들면서 부모님들에 대한 우리들의 책임이 더욱 확실해 진 것도 부담을 느끼는 이유에 속하는 것 같다.

설날에는 부모님께 해야 하는 도리도 준비해야 하지만 어린 친척들을 위한 세뱃돈도 약간씩은 필요하다. 무엇보다 마음을 무겁게 하는 것은 명절 때 마다 너무나도 막히는 고속도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매년 같은 길을 떠난다.

막힌다고 떠나지 말아야 할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설날은 신정에 비하여 확실히 명절 기분이 나는 것이 사실이다. 오랜만에 만나는 친척들도 반갑고 그 동안 살아온 이야기로 덕담으로 서로에게 위안과 격려가 되기 때문이다. 핵가족에 익숙한 요즘 세대들에게 친척간의 좋은 만남의 장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도 명절의 중요한 역할이다.

기름진 음식 탓에 체중이 늘어나는 걱정을 하지만, 오랜만에 친척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떡국과 함께 한해 만큼 더 나이를 먹는 만큼 성숙해져야 하는 책임감도 함께 확인하기도 한다.

한편 설날은 새해 첫날을 다시 한번 제공한다는 재미있는 측면이 있다.

신년을 맞이하면서 결심했던 일이 잘 지켜지지 않아서 실망할 때 설날은 우리에게 또 한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운동을 해야겠다거나, 악기를 배우겠다거나 또는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새로 시작하겠다는 결심이 사흘을 가기 어렵다고 하는데, 한달 쯤 후에 새로운 결심의 계기를 다시 맞이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쁘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설날은 서양 사람들은 분명 가질 수 없는 음력을 지키는 동양권에서만 누릴 수 있는 분명한 호사다.

설날 즈음에, 올해에 하고 싶은 일들을 다시 한번 늘어 놓으면서 대부분이 욕심에 지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도 혼자의 힘으로 대세의 물결을 거스르기는 힘들 것이고 또 다시 예전과 같이 지난한 씨름 끝에 실망을 반복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지금은 모두에게 어려운 시기다. 문득 지금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현재를 감사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이 살아 주는 배우자가 고맙고, 아프지 않고 무탈하게 지내주는 자녀들이 또한 고맙다.

오랫동안 연락을 유지해 주는 친구들이 그러하고 함께 일하는 공간의 동료들이 너무도 감사하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우리를 우리처럼 지탱하게 해 주는 엄청난 에너지원들이요 내가 열심히 살아온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설날을 보낸뒤 내가 가진 주변의 여건에 감사하면서 지금 여기까지 잘 달려온 스스로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박수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래서 설날을 뜻깊게 보냈으니 여태껏 우리가 잘 해 온 일을 계속 잘할 수 있게 다시 한번 결심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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