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욱]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 오피니언
  • 사외칼럼

[하태욱]교육을 바로 세우려면

[중도춘추]하태욱 복음신학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 승인 2014-02-05 14:03
  • 신문게재 2014-02-06 16면
  • 하태욱 복음신학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하태욱 복음신학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 하태욱 복음신학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 하태욱 복음신학대학원대 대안교육학과 교수
커피숍에서 약속시간을 기다리다 옆자리에 앉은 젊은 엄마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도대체 학원을 몇 개나 보내야 적당한 것인지, 밥먹을 시간도 없이 다음 학원으로 차를 몰아간다는 옆집 아줌마 이야기를 하면서 도대체 어떻게 자식을 키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한숨. 그러고 보니 그녀들은 위층에 있는 학원에 아이들을 보내놓고 기다리는 동안 수다를 이어가는 모양이었다.

교육을 전공하는, 게다가 대안교육이라는 연구주제를 화두로 삼고 사는 사람이라서 그런지 필자를 만나는 사람들마다 '교육이 문제다' 한다. 그 다음은 질문이다.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묻기는 하지만 딱히 답을 듣고 싶어 하는 눈치는 아닌지라 '어렵죠…'하며 슬쩍 웃으면 나름의 해법으로 열변을 토한다. 우리나라에선 모두가 교육전문가라더니, 정말 그렇다. 내놓는 해법의 폭도 전통적인 것에서 진보적인 것까지, 그리고 인지적인 면에서부터 정서적인 면까지 무척이나 다양하다. 안타까운 것은 그렇게 하면 우리 교육의 문제가, 그리고 자녀 교육의 문제가 한숨에 해결될 수 있다고 굳건하게 믿는다는 사실이다. 대입제도를 이렇게 고치면 된다거나, 어떤 학원에 아이를 보내면 교육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식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 우리 교육의 문제는 체계적인 시스템 속에서 발견되는 오류를 찾아내어 새로운 것으로 교체하거나 개선하면 되면 순조롭게 흐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우 복합적인 문제들이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복잡한 문제인 동시에 그것이 유기체 생물처럼 계속해서 꿈틀대고 변화한다. 그렇다면 어려운 문제다 하고 손을 놓아야 하는 걸까? 자녀교육은 또 어떤가? 매일매일 부딪히는 문제에 넋을 놓고 지낼 수는 없다. 어찌해야 하나?

교육에 왕도는 없겠지만 시대와 사회를 넘어서는 중요한 원칙은 몇 가지 있으리라. 교사교육이나 부모교육을 할 때 그 중 꼽는 중요한 두 가지는 '줄탁동기(啐啄同機)'와 '교학상장(敎學相長)'이다. '떠들 줄, 쫄 탁, 같을 동, 기회 기'는 불교 선종의 공안집 벽암록에 나오는 말이다. 알 속의 병아리가 스스로 밖으로 나아갈 때를 알고 알 안쪽을 쪼기 시작하면 그 소리를 들은 어미가 바깥쪽을 쪼아 알을 깨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즉 배움에 있어 배우는 이 스스로의 동기와 힘이 우선된다는 의미다. 거기에 부모든 교사든 가르치는 사람의 힘이 더해지면 비로소 알을 깨고 나오는 깨우침이 생긴다. 계란을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깨주면 달걀 프라이가 된다는 우스개와도 상통하는 이야기다. 교육이란 무언가를 꾸역꾸역 넣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죽비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교육이란 다른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기다림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한다. 사랑과 관심으로 귀 기울이지 않고 일방적으로 밖에서만 쪼면 결국 알을 깨뜨리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 것이다.

교학상장은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함께 자란다는 것이다. 교육이란 결코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는 뜻이다. '줄탁동시'가 안과 밖이 '함께' 쪼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처럼 교육의 결과인 성장 역시 한쪽만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배우고 깨쳐서 스스로 성장하려하지 않는다면 좋은 교사가 되기 어렵다. 부모도 마찬가지. 스스로 배우고 성장하려는 태도 없이 자녀에게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자신도 하기 싫은 일들을 부과하고는 그것을 참아내는 것만이 의미 있는 교육인양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자녀는 부모의 어깨를 보며 자란다'고 했을 때, 굳이 얼굴이 아니라 어깨인 데에는 분명 의미가 있다. 앞서 나아가면서 본받을만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먼저 난 사람(先生)'으로서 존재가 교사이고 부모다.

그러므로 교육을 바라보면서 필요한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 자신의 행동을 되짚어 성찰하는 것, 그리고 그대로 행동함으로서 아이들의 귀감이 되는 것이다. 학교든, 학원이든, 누구에게든 교육을 위탁하려고 하지 말고 스스로 살펴 행하는 것. 이것이 더디 가더라도 우리 교육을, 우리 아이들을 바로 세우는 길이리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