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단상]옛날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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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단상]옛날이야기 좋아하는 아이들

  • 승인 2014-02-04 14:14
  • 신문게재 2014-02-05 16면
  • 김정헌 홍성 갈산초 교장김정헌 홍성 갈산초 교장
▲ 김정헌 홍성 갈산초 교장
▲ 김정헌 홍성 갈산초 교장
아이들은 옛날이야기 듣기를 참 좋아한다. 점심을 먹은 뒤여서 졸음이 솔솔 밀려오는 따분한 시간에 “얘들아, 옛날얘기 하나 해줄까?”하고 슬쩍 운을 떼어보면 교실 분위기는 180도 확 바뀐다. 교실은 갑자기 신명나는 잔칫집 분위기가 된다. 졸음 가득하던 눈빛들과 따분하던 교실 분위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가 없다.

“예!”, “무서운 얘기로 해주세요!”, “귀신 얘기로 해주세요!” 그것도 귀신 나오고 염라대왕 나오는 아주 무서운 얘기를 좋아한다. 어떤 녀석은 벌떡 일어나서 창가로 달려나가기도 한다. 창문 옆으로 젖혀진 커튼을 치고 부산을 떤다. 교실 분위기를 어두컴컴하고 무섭게 만들기 위해서다. 아마도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텔레비전의 영향이 클 것이다. 귀신이나 염라대왕이 자주 등장하는 전설의 고향 등 무서운 이야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밋밋한 이야기에서는 큰 흥미를 못 느끼는 것 같다.

“옛날, 옛날에….”

이 한마디에 어수선하던 교실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진다. 마치 교실 전체가 마술에 걸린 듯하다. 아이들의 시선이 선생님의 눈 속으로 한꺼번에 빨려 들어온다. 아이들이 옛날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어른들의 어릴적 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한여름 밤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밤하늘에 총총한 별들을 올려다보며 할머니한테 듣던 옛날이야기는 얼마나 재미있었던가? 무서운 귀신 얘기를 들을 때는 오들오들 떨기도 했고, 모기가 덤벼들고 모깃불이 코를 맵싸하게 했지만, 그런 건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았다. 옛날이야기가 얼마나 무섭고 재미있던지 화장실에 가고 싶어도 꾹 참다가 바지에 오줌을 지리는 일도 적지 않았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아이들은 왜 이처럼 옛날이야기 속에 빠져드는 걸까? 그것은 뭐니뭐니해도 옛날이야기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염치가 없을 정도로 신명나고 재미난 일을 찾아다닌다. 옛날이야기 속의 재미에 빠져서 현실에서 억눌리고 답답했던 마음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 옛날이야기 속에는 단순히 재미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는 삶의 지혜와 교훈이 들어 있고 꿈과 환상이 무르녹아 있다. 옛날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어떤 어려움이나 고난도 모두 이겨내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힘과 용기를 얻게 된다. 선과 악이 싸우면 반드시 선이 이기고, 스스로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하늘의 도움이 따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삶의 위안과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어려운 현실에 처한 사람들은 그런 위안과 기쁨을 맛보면서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달래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우리 조상들은 이처럼 후손들을 깨우치기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어서 전해주고 있다. 그 속에는 충·효·우애·신의 등 윤리적인 교훈은 말할 것도 없고, 세상 살아가는 다양한 지혜와 슬기들이 보석처럼 담겨있다. 이처럼 옛날이야기는 오랜 세월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면서 후손들에게 지혜의 보물창고 역할을 해온 것이다.

요즘에 가정이나 사회나 학교에서 우리 아이들의 정서교육에 관해 많은 고심들을 하고 있다. 날로 메말라 가는 감성을 키워주고 학교 폭력과 왕따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갖가지 방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 문제점들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약은 없다. 갖가지 다양한 방법들을 동원하면서 꾸준하게 실천해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우리아이들에게 옛날이야기를 꾸준하게 들려주기를 권해본다. 옛날 얘기야말로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소중하고도 유익한 정신유산이기 때문이다. 옛날이야기를 통해서 우리 인생은 무엇이며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조상들이 전해주는 삶의 지혜는 우리 아이들의 앞길에 밝은 길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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