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할 일이 있다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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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할 일이 있다는 기쁨

[목요세평]김형태 한남대 총장

  • 승인 2014-01-29 10:58
  • 신문게재 2014-01-30 16면
  • 김형태 한남대 총장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 김형태 한남대 총장
“부지런한 물레방아는 얼 새도 없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 “흐르는 물은 얼지 않는다.” 이 속담들의 공통분모는 일하는 즐거움이다. 일을 해야 보람도 얻고 고민도 사라진다. 아무리 좋은 쇠도 내버려두면 녹이 슨다. 사람이나 기계나 움직여야 되는 것이다. 할 일없이 쉬는 것은 일주일이면 족하다. 무용지물(無用之物), 잉여인간(剩餘人間), 백수(白手), 무가치감(無價値感)은 매우 괴롭고 비참한 현상이다. “노세노세 젊어 노세 늙어지면 못 노나니…”하는 흥타령은 요즘 사회에 해당하는 노래가 아니다.

러시아의 작가인 막심 고리키는 “일이 즐거우면 세상은 낙원이요, 일이 괴로우면 세상은 지옥이다”라고 말했다. 일은 축복이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이다. 사람은 누구나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하는 것은 특권이자 의무다. 일을 하지 않으면 정신적인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사람은 할 일이 있고 찾는 사람이 있을 때 삶의 좌표가 정해지고 안정감과 가치의식이 생기며 생명력과 건강과 기쁨을 얻을 수 있다.

일은 자제력과 주의력과 적응력을 키우고 단련시킨다. 인격수양에 있어서도 일은 최고의 스승이다. 정신이 한가하고 몸이 편안하면 육욕이 생기기 쉽다. 빈둥거리는 사람은 유혹에 약해서 순결한 생활을 하기 어렵다. 일은 육체와 정신에 유익하며 해악을 멀리하게 만든다. 항해중인 배 위에서 선원들이 할 일이 없으면 불평을 늘어놓게 돼있다. 노련한 선장은 할 일이 없으면 닻이라도 닦으라고 명령한다. 빈둥거리지 않고 힘들고 유익한 일로 빈 시간을 꽉 채우게 한다. 싫은 일에서는 창조의 힘이 솟아나지 않는다. 즐겁고 희망적인 일에 종사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이다.

성경에도 “일 하기 싫으면 먹지도 말라”는 교훈이 있고 일 할 수 있는 동안에 쉬지 말고 일하라고 권한다.

일(노동)은 처벌이 아니라 축복이다. 다윗이나 기드온을 포함한 많은 지도자들은 일하고 있는 현장에서 지도자로 선택받은 자들이요, 예수의 탄생소식을 제일 먼저 들은 사람들로 밤잠자지 않고 양들을 돌보던 베들레헴 목자들과 자지 않고 별자리를 연구하던 페르시아의 천문학자(동방박사)들이었다. 지금이나 옛날이나 일하는 것은 축복이고 열심히 일하는 것은 소중한 것이다. 두 마음을 품으면 충성이 아니다.

충(忠)은 中+心, 즉 한 가지 마음이란 뜻이니 일구월심이나 일편단심을 가리키는 것이요 환(患)은 中+中+心이니 마음이 두 가지 방향으로 갈라지는 것이나 두 마음을 품어 갈등하거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이니 면종복배(面從腹背)하는 것이다. 성경에는 쟁기를 잡은 사람은 뒤를 쳐다보지 말라고 했다. 앞도 보고 옆도 보고 뒤도 보면서 시선을 분산시키지 말라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 지향점만 보고 거기에 매진하라는 권면이다. 또 축록자 불고토(逐鹿者 不顧兎 / 사슴을 좇는 자는 산토끼의 유혹에 곁눈질하지 않는다)란 말도 집중해 한 가지 일에 전념하라는 말이다.

우리는 어릴 때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정신을 한 곳에 집중(몰입)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맡은 자들에게 구할 것은 오직 충성(忠誠)이라는 것이다. 두 마음을 품은 자는 바람에 나는 겨와 같아서 기대할 게 없다. 공자의 말을 추사 김정희가 재확인한 말이 있다.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 / 추운 겨울이 된 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쉽게 시들지 않음을 알았다)'란 말이다. 집안이 어려워져야 며느리를 알아 볼 수 있고 폭풍우를 겪어봐야 어떤 선장인가를 알 수 있다.

예수님이 체포되고 나니까 따르던 제자들의 진면목을 알 수 있었다. 위장과 거짓이 하도 많으니 진심여부를 미리 판별하기가 어렵다. 직장이나 교회 모두 충직한 일꾼들이 있어야 발전한다. 남이 보지 않는 상황에서 행하는 모습이 그 사람의 진짜 인격이다. 부디 시계처럼 살자. 쳐다보거나 보지 않거나, 방바닥에 놓거나 선반위에 놓거나, 태엽이 많이 감겼거나 다소 풀렸거나 항상 똑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시계바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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