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해의 마지막 날 12월31일에 쉬도록 하고 1월1일에는 모두가 “요이~ 땅!” 새 출발을 위해 일터로, 학교로 부리나케 달려나가야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음력 1월1일, 한해의 첫날에 쉬도록 하는건 아마도 한해의 출발선에서 숨을 고르며 재충전하라는 의미가 아닐까 싶다. 가족과 함께 지난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 새 소망을 품어보기 위한 시간, '설 연휴'에 좋은 영화 한편을 만나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모처럼 깔깔대며 박장대소 하거나 감동의 눈물을 주루룩 흘려보거나, 시대의 아픔을 돌아보면서 잠시 스크린 속 세상에 빠져보는 것도 잡다한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연초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부터 대세배우 이종석을 앞세운 충청도 로맨스 '피끓는 청춘', 스무살 꽃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욕쟁이 칠순할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코미디 '수상한 그녀', 해를 넘겨서도 흥행몰이를 계속하고 있는 천만관객 영화 '변호인'까지 설 연휴 극장가의 차림표가 화려하다.
'겨울왕국'의 아성을 '수상한 그녀'와 '피끓는 청춘'이 막아낼 수 있을지, '변호인'의 흥행기록은 어디까지 이어질지 흥미진진한 설연휴 극장가를 미리 살펴본다.
'겨울왕국'은 영원히 꽁꽁 얼어버린 왕국의 여름을 되찾기 위해 비밀을 간직한 언니 엘사를 찾아 떠나는 동생 안나의 모험을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탄탄한 스토리와 다채로운 볼거리로 관객을 사로잡으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내용도 기존의 동화와는 다른 것이 특징. 왕자와 공주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진부한 동화의 틀에서 벗어나, 자매간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서로가 최고의 친구였던 자매 '엘사'와 '안나'. 언니 '엘사'에게는 하나뿐인 동생에게조차 말 못할 비밀이 있다. 모든 것을 얼려버리는 신비로운 힘이 바로 그것. '엘사'는 통제할 수 없는 자신의 힘이 두려워 왕국을 떠나고, 얼어버린 왕국의 저주를 풀기 위해 '안나'는 언니를 찾아 환상적인 여정을 떠나는데….
지금까지 국내 개봉된 역대 애니메이션 중 흥행 1위 '쿵푸팬더2'(506만여명)의 기록을 넘어 최고 흥행을 기록할지 설 극장가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더빙판과 자막판이 고르게 인기가 있다. 뛰어난 OST로 국내 음원차트까지 점령하고 있다. 이디나 멘젤이 부른 주제가 'Let It Go'를 비롯해 'For The First Time In Forever',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 'Love Is An Open Door' 등이 사랑받고 있다.
'겨울왕국'은 40여개국에서 개봉하며 전 세계에서 7억6000만달러 이상의 흥행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아들 자랑이 유일한 낙인 욕쟁이 칠순 할매 오말순(나문희)은 어느 날, 가족들이 자신을 요양원으로 독립(?)시키려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뒤숭숭한 마음을 안고 밤길을 방황하던 할매 말순은 오묘한 불빛에 이끌려 '청춘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난생 처음 곱게 꽃단장을 하고 영정사진을 찍고 나오는 길, 그녀는 버스 차창 밖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한다. 뽀얀 피부에 날렵한 몸매, 주름진 할매에서 탱탱한 꽃처녀의 몸으로 돌아간 것이다.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신의 젊은 모습에 그녀는 스무살 '오두리'가 되어 빛나는 전성기를 즐겨 보기로 마음 먹는데….
10대부터 70대까지 전 세대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만하다. “재미있고도 애잔하며 서글프고도 흐뭇한, 이 시대 어머니들을 위한 영화”라는 나문희씨의 평도 눈에 띈다.
심은경은 '써니'에서 풋풋한 80년대 여고생을, '광해'에서는 나인을 연기하며 좋은 연기를 보였던 충무로의 기대주다. '써니'보다 업그레이드 된 코믹 연기와 섬세한 감정 연기를 보여준다는 평이다. 박인환, 성동일, 이진욱, 김현숙, 황정민, 김슬기, 진영(B1A4)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잘 나가는'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박인환은 '말순'을 짝사랑하는 지고지순한 순정남으로 나와 나문희는 물론, 심은경과 세대를 뛰어넘는 연기 호흡을 펼쳤다.
성동일은 '말순'의 하나밖에 없는 외아들이자 노인문제 전문교수 '현철' 역을 맡았다. 만능 엔터테이너 UV 유세윤도 예상 밖의 장면에서 깜짝 등장해 관객들을 즐겁게 한다. '나성에 가면', '하얀 나비', '빗물' 등 추억의 가요들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끓는 청춘=경상도, 전라도가 아닌 이번엔 충청도다. 충청도가 고향인 이연우 감독이 1982년 충청도를 뒤흔든 전설의 대박 사건을 그린 농촌 로맨스. 마지막 교복세대인 1982년, 힘이 남아도는 청춘들의 불타는 사랑을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풀어낸다.
'영숙'(박보영)은 충청도를 접수한 여자 일진이지만, 홍성농고 전설의 카사노바 '중길'(이종석)을 바라보며 애만 태운다. 홍성공고 싸움짱 '광식'(김영광)은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 영숙이 야속하기만 한데, 서울 전학생 '소희'(이세영)의 등장이 이들 관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다. 소희 꼬시기에 여념 없는 중길 때문에 속상한 영숙의 마음을 알아챈 광식은 급기야 소희에게 손길을 뻗친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나선 중길을 지키기 위해 영숙은 눈 하나 꿈쩍 안하고 자신을 던지는 중대한 결심을 하는데….
영화 '관상',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등으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한 이종석이 코믹하고 능청스러운 매력으로 파격변신했다. 박보영이 여주인공 영숙의 테마곡인 '피끓는 청춘'을 직접 불러 화제가 되고 있다. 특유의 청아하고 맑은 목소리로 부른 테마곡이 영화의 엔딩 크레디트에서 흘러나와 깊은 여운을 남긴다.
▲남자가 사랑할 때=오랜만에 만나는 정통멜로 영화다. 7년여만에 '멜로'로 복귀한 황정민이 영화 '신세계' 제작진과 의기투합했다. 건달이 사랑에 빠진다는 점에서 다소 진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지만 특유의 '황정민 표' 멜로연기로 영화를 살려내며 “역시, 황정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영화 '신세계'의 정청을 기억하는 팬들이라면, 정청과 닮은 듯하면서도 또 다른 '순정건달'의 모습을 볼 수 있을듯하다. '무조건 믿고 보는 황정민' '조조봤는데 역시 황정민이란 생각밖에 안든다' '남자 셋을 눈물범벅으로 만드는 영화' 등등의 네티즌 평이 눈길을 끈다.
나이만 먹었을 뿐, 대책 없는 남자, 아직도 형 집에 얹혀 살며 조카한테 삥 뜯기는 남자, 빌려준 돈은 기필코 받아오는 이 남자, 목사라고 인정사정 봐 주지 않는 남자, 여자한테 다가갈 땐 바지부터 내리고 보는 막무가내 남자, 평생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던 남자, 태일(황정민)이 채무자의 딸인 호정(한혜진)을 만나면서 사랑에 눈을 뜨게 된다. 시시때때 호정이 다니는 은행에 찾아가 밥 먹자고 떼를 쓰며, 태일은 조금 서툰 방식으로 그녀에게 다가서기 시작하는데….
모처럼 극장 스크린에서 만나는 한혜진은 이번 영화에서 처음으로 황정민과 연기호흡을 맞췄다.
'아바타'의 관객동원기록은 1362만 4000여명. '변호인'은 지난 19일, 개봉 32일만에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개봉 38일만에 천만 관객을 넘어선 '아바타'와 비교해 6일 앞당겼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설 연휴 시즌에 다른 가족들로부터 '입소문'을 들은 관객들이 또 한 차례 극장으로 몰릴 가능성이 높아서 역대 관객 1위를 노려볼만하다는 기대섞인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의화 기자 Apr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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