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문]회자정리 거자필반

  • 오피니언
  • 사외칼럼

[김동문]회자정리 거자필반

[교육단상]김동문 충남고 교장

  • 승인 2014-01-28 15:38
  • 신문게재 2014-01-29 16면
  • 김동문 충남고 교장김동문 충남고 교장
▲ 김동문 충남고 교장
▲ 김동문 충남고 교장
학교는 3월부터 새 학기를 시작해 이듬해 2월 모든 일을 마감한다. 그래서 그런지 2월에는 참 많은 일들이 분주하게 펼쳐져 있다. 더불어 아쉬움과 설렘이 교차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우선 3년간 공들여 키운 우리의 아이들이 교정을 떠난다. 매년 있는 졸업식이지만 왠지 가장 많이 불러본 그 이름들을 아낌없이 보내야 한다. 그들이 거둬들인 풍성한 성과는 교사들에게 더 없는 보람이긴 하지만, '품 안에 자식'이란 말이 있듯이 떠나보내면 그만이다. 어쩌면 돌아보지도 않고 교정을 빠져나가는 녀석들의 뒷모습에서 마냥 서운함이 감돌기도 하다. 그들을 섬세하게 돌보신 담임 선생님들의 노고와 그 가르침만큼은 고이 간직하고 가길 바랄 뿐이다. 이후 추억이 그리워지고 교정을 거닐고 싶은 때가 오면 잠시 머물며 그 시절이 참 좋았노라고 말하면서 고마운 선생님들을 한 번쯤 되새겨주었으면 좋겠다.

2월은 끝과 시작이 공존한다. 한 해의 생활기록부도 마감하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을 고려하여 학급 편성을 한 다음, 위 학년으로 올려보는 일련의 과정을 마쳐야 한다. 방학이라서 여유롭기보다는 어느 하나 실수 없이 진행되어야 또 한 학기를 시작하기에 마음까지 어수선해지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이미 전월부터 민첩하게 움직이는 각 부서를 보면 참 고마운 마음뿐이다. 선생님들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새 학년에 대한 부담감으로 각오를 달리하고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자 노력한다. 특히, 3학년에 진급하는 학생들의 마음은 각오가 대단하다. 방학이 무색할 만큼 학교에 나와 자습도 하면서 스스로를 다진다.

신입생을 맞이하는 실질적인 시기도 2월이다. 입학식은 3월에 있지만, 그 이전에 모든 과정을 마치고 준비해야 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신입생들이 학교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각종 오리엔테이션이나 적성검사를 실시하기에 더욱 분주하다. 아직은 중학생 티가 채 벗겨지지 않은 풋풋한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오는 것을 보노라면 새 학기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봄을 맞이하는 설렘마저 느낀다. 그리고 어느덧 3학년을 떠나보낸 쓸쓸한 겨울은 조용히 물러가고 싱그러운 봄기운으로 교정을 가득 채운다.

선생님들이 가장 주목하는 2월은 아무래도 인사이동이다. 학생들을 보내는 일도 그렇지만 동료 간에도 2월은 만남과 이별로 마음까지 분주하다. 여러 해 함께했던 선생님들을 보내야 하고 누군가를 맞이한다. 5년 정도 한곳에 있으면 의무적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매년 반복하는 일들이지만 교직 생활동안 수차례 인사이동을 경험했다고 해서 만남과 이별이 쉽게 적응되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 좋은 인연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별을 아쉬워하고, 새로 전입해 올 선생님들과의 좋은 만남을 기대하는 2월은 우리에게 참 특별하다. 물론 그 특별함은 학교 안에서도 이루어진다. 각자 기존 업무를 정리하고, 새로운 부서 업무를 받는다. 새로운 구성원들과 한팀이 되어 팀워크를 다질 준비를 한다. 그 모든 시작은 2월이다.

2월은 누군가에겐 시작의 뒤편에 있는 가장 일수가 적은 달〔月〕에 불과하지만, 학교는 가장 분주하고 아쉬움과 설렘으로 만감(萬感)이 교차하는 달이다. 그래서인지 문득 '회자정리(會者定離) 거자필반(去者必返)'이라는 옛 성현의 말씀이 가슴 깊게 들어온다. '만난 자는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자는 반드시 돌아온다'는 이 말은 만남과 헤어짐을 준비하는 필자에게 '영원한 이별은 없으니 만남의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가르침으로 다가온다. 헤어짐은 다시 만남을 기약하고, 새로운 만남은 계속되는 인연을 기대하면서 만남의 순간을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이다. 아쉬움 속에 보내야만 했던 겨울의 끝자락은 물러가려는 듯, 어느덧 2월은 참 포근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2.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5. 대전시, 12월부터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1.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2. 더젠병원, 한빛고 야구부에 100만 원 장학금 전달
  3. 한화이글스, 라이언 와이스 재계약 체결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