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살인사건 피의자, 15년만에 기소한 이유?

  • 사회/교육
  • 법원/검찰

사라진 살인사건 피의자, 15년만에 기소한 이유?

檢, 공소시효 만료 3일전 신병확보 없이 기소… 6개월간 재판못해

  • 승인 2014-01-26 16:22
  • 신문게재 2014-01-27 5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검찰이 살인사건의 피의자가 어디있는지 파악하지도 못한 채 사건을 법원에 넘긴 사건이 있다.

사건이 발생한지 16년째 접어들었음에도, 신병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공소시효를 감안해 기소부터 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법원은 사건 담당 재판부만 결정한 채 6개월이 지나도록 첫 재판도 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건이다.

1998년 8월 12일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3시 사이에 대전의 한 주택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발생 시간 사이 피해자 이모(당시 38)씨가 자신의 집 안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검 결과, 이씨는 전신을 둔기로 맞아 뇌경막출혈 등으로 사망했다.

수사를 맡았던 경찰은 김모(53)씨를 용의자로 지목했다. 김씨는 당시 같은 집에 세들어 살던 이씨가 평소 밤늦은 시각에 술에 취해 음악을 크게 트는 등 소란을 피우는 것에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찰은 술에 취한 상태에서 김씨가 이씨와 말다툼을 하다가 순간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보고 김씨의 행방을 추적했지만,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경찰은 김씨의 신병 확보를 위해 휴대전화를 비롯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행적을 쫓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김씨의 형제를 통해 유전자를 확보한 후 신원불명의 상태로 숨진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들의 유전자와 꼼꼼히 대조했지만, 허탕만 쳤다.

그러다가, 어느덧 공소시효 만료인 2013년 8월이 다가왔다. 지금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25년으로 늘었지만, 당시만해도 15년이었다. 다시 말해, 지난해 8월 12일까지 김씨를 잡지 못하면 사건은 '없는 일'이 되는 것이다.

결국 검찰이 나섰다.

검찰은 공소시효 만료 3일전에 생사조차 알지 못하는 김씨를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따라 김씨에 대한 공소시효는 형사소송법(제249조)에 따라 2038년까지 연장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종림)는 김씨의 주소지로 두 차례에 걸쳐 관련 서류와 국민참여재판 의사 확인서, 국선변호인 선정 고지서 등을 발송했다. 하지만, 모두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됐다.

외국으로 밀항했는지, 신분을 세탁해 다른 사람으로 살고 있는지 등 김씨의 소재는 물론, 생사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대전지검 관계자는 “용의자가 확실한 만큼,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해 불가피하게 신병 확보 없이 기소한 것”이라며 “지명수배와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로, 신병이 확보되는대로 법에 따라 처벌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진 기자 heejiny@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