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서구 내동에서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김 모씨는 지난 25일 닭에서도 AI가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망연자실했다. 그동안은 오리 등에서만 발생한 것으로 알려진데다 방역당국이 전국 확산을 막겠다고 공언한 탓에 크게 개의치 않았지만, 닭에게서 AI 검출 소식이 알려지자 그동안 스무건이 넘던 주문 전화가 이날은 한통도 걸려오지 않았다.
철새와 오리에서만 확인됐던 조류인플루엔자 AI 바이러스가 닭에서 검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설을 앞두고 유통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부여 농장에서 처음으로 닭에서 AI 감염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청권 소비자들의 불안감과 이로 인한 소비 위축을 우려하는 유통가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26일 대전 지역 유통가에 따르면 지난 25일 충남 부여의 한 종계장에서 죽은 닭 폐사체에서 AI 'H5N8형' 항원이 검출된 후 닭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닭의 경우 오리와는 달리 설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물인데다 닭의 AI감염 사실로 달걀의 매출도 뚝 떨어지면서 이번 AI확산으로 유통가 전체가 직격탄을 맞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대전 둔산에서 삼계탕 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오리에서 AI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나올때만 해도 크게 개의치 않는 손님이 많았지만 이제는 손님들의 발길이 아예 끊겼다”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당분간은 장사를 접어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설 연휴와 다음달 이어지는 소치 동계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던 치킨 프랜차이즈 들의 당혹감은 더욱 크다. 중구에서 치킨 집을 운영하는 최 모씨는 “설 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떠나기 전 회식이나 가족끼리 모여 치킨 배달을 시키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사태로 영업에 지장이 생겼다”고 말했다.
절을 앞두고 한참 입식(병아리를 축사에 들이는 과정)을 해야 하는 양계·오리 농가 역시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통상 1월말께 오리와 닭의 입식을 통해 2~3월 수요를 준비하던 농가들은 AI가 발생이후 이동제한 조처가 내려지면서 2~3월 출하도 어렵게 됐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AI가 진정된 후 닭과 오리의 입식이 어려워지면서 오리와 닭의 가격 폭등이 어이질 가능성이 크다”며 “AI로 인한 후유증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희룡 기자 hu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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