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변호사 사무실 가까이에 예전에 다녔던 돼지국밥집이 있었다. 바로 음식 값을 치르지 않고 달아났던 국밥집이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는 가족과 함께 국밥집에 찾아가 예전의 사건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국밥 값을 치르려고 한다. 그러나 주인은 한사코 거절하면서 찾아와 준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한다. 그래서 국밥집 단골이 되고 주인 아주머니와 가깝게 지내게 된다.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에게는 착한 아들이 있었다. 그는 대학생으로 밤이면 여직공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는 야학선생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사회문제에 눈을 뜨게 되고 독서클럽에 가담하면서 이른바 '의식화 교육'라는 것을 받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날 야학교에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그는 영장없이 체포되고 결국 고문과 협박을 받으며 국가전복의 음모를 꾸민 공산주의자라는 자백을 강요받는다.
2개월 이상 가두어 놓고 외부와의 연락을 끊어버려 국밥집 아주머니는 아들을 찾아 헤매게 되지만 법원에 기소된 후에야 비로소 아들이 감옥에 있음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아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결국 단골손님이었던 송우석 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하게 된다. 사실 이미 송변호사는 그의 선배 변호사로부터 이 사건에 대한 변호를 요청받았지만 거절한 사건이었다. 그러나 국밥집 아주머니로부터 제안을 받자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때까지 속물처럼 돈 버는 것에만 관심 있었던 변호사로서는 시국사건을 맡는다는 것은 여러가지 면에 불리했고 특히 사건 수임이 제대로 되지않아 수입면에서 불리해지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여러가지 고민 끝에 결국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밥집 아들의 변호를 맡게 된다. 그를 면회하러 간 순간 충격을 받는다. 고문으로 생긴 몸과 발의 상처를 보았기 때문이다. 그 모습은 그를 인권변호사로서 변신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원래 이 사건은 당시에 광주민주화 운동이후 전두환이 그의 정권유지를 위해 빨갱이 색출이라는 명목 하에 마지막 정권에 반대하는 세력을 제거하려는 의도에서 부산에 대공수사관 차동영 경감이 내려오면서 조작된 사건이었던 것이다. 이들 수사관들은 독서클럽 회원들을 빨갱이로 몰면서 그들이 읽은 책들이 공산주의 서적이라고 몰아간다. 특히 영화에서는 E. H. 카에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자를 불온서적으로 나오는데 작자인 E. H. 카는 영국의 외교관이며 역사학자라는 사실을 밝히면서 이들 수사관들이 얼마나 엉터리 같은 내용으로 사건을 조작하였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재판은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 것이다. (계속)
법무법인 저스티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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