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인환]아름다운 뉴스 실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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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인환]아름다운 뉴스 실종시대

[중도프리즘]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 승인 2014-01-12 13:00
  • 신문게재 2014-01-13 17면
  • 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 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 남인환 연세남인환피부과 원장
필자는 얼마전 의료영리화와 원격진료 입안에 반대하는 의사 궐기대회를 다녀왔다. 2만여명의 의사가 여의도공원 광장에 모여 앞으로 벌어질 한국의료의 문제점에 대해 목소리 높여 반대한 것이다.

하지만 다음날 철도노조의 민영화반대 불법시위, 북한의 장성택 처형 소식의 뒷담화에 묻혔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중요한 사안임에도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하는 뉴스가 되어버렸다. 사안의 중요성에 비추어 언론매체에 노출된 뉴스의 강도(중요성)을 보고 무척 실망했다. 연말이면 언론 매체마다 지난 1년간 10대 뉴스를 뽑아낸다. 지난해 국내 10대 뉴스 대부분이 온통 우울하고 씁쓸한 뉴스들 뿐이었다.

북한 장성택의 처형에서 본 북한사회의 광기어린 권력투쟁, 이석기 사건으로 드러난 종북의혹사건, 채동욱 검찰총장의 연민스러운 혼외자 사건과 이에 따른 공안파국, 국정원 부정선거 개입의 진위 여부논란에 따른 여야정치 실종,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사초실종사건, 국무총리임명 파동에서 본 고위공직자들의 사회적 일탈사건으로 빗어진 정치적 혼란 등. 다행스럽게 전 전대통령의 추징금 강제집행소식과 류현진 야구소식, 박인비 골프소식들이 그나마 국민들에게 조금 위안이 되었으려나.

장성택이 마신 술종류까지 우리가 왜 알아야하고, 김정은의 눈썹 반쪽이 없어진 걸로 눈썹을 밀었다 말았다를 논쟁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리설주와 김정은이 커플시계를 차고 있었다는 게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줄 수 있는가. 채 총장의 혼외아들이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임여인이 부산의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를 우리가 꼭 알아야 할 뉴스의 필요사항이었을까.

우리가 가치없고 허접한(?) 뉴스들에게 일방적으로 노출되어야 하는지 답답하다. 정말 가슴 따스하고 아름답고 콧등 찡해지는 그런 참 좋은 뉴스이야기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접하기가 너무 드물고 어렵다. 우리 주변에서 밝고 따스한 뉴스거리는 이젠 우리 사회에선 멸종되었거나, 요즘처럼 거칠고 험한 세상이 보기 싫어 영원히 숨어버린 걸까.

아니면 이런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에 작은 자리 내어줄 신문지면과 방송시간조차 없을 만큼 온 세상이 허접한 그렇고 그런 뉴스로만 가득 차 버린 걸까? 내가 보기엔 허접하고 쓸데없는, 기사로서의 가치조차 없는 것들로 우리의 눈과 귀를 뒤덮어 버리는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스스로 찾아보고 싶어도 찾을 수 없고, 그냥 강제해 버리는, 많은 좋은 뉴스를 가장한 불필요한 정보홍수 속에서 독자나 시청자의 권리를 찾거나 찾아야한다고 주장하는 건 너무 허무한 메아리가 될까.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국민들이 꼭 알아야 하는 사실은 뉴스에 전혀 노출되지도, 아니 아주 무시되어 버리는 이상한 언론, 불필요하고 감각적인 가십거리만 침소봉대되고 비이성적으로 확대 재생산되어 버리는 요즘 세태를 보면 언론매체가 답답하기보다 너무 무섭다.

그렇다고 언론인이나 방송인들이 자신의 직분을 잊고 성실하지 않아, 세상 돌아가는 일들을 잘못 보도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뉴스의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인 국민이 스스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뉴스거리를 만들지 못하는 범 사회적인 분위기가 더 심각한 문제 일 것이다.

남의 잘못만 탓하는 정치, 나만 좀더 갖겠다는 노동노조, 한사람 입만 처다보며 엎드려 자신에게 맡겨진 소임조차 못하는 공직사회, 국민의 신앙과 심신의 안정을 찾아줘야 하는데 편향된 시각으로 국민의 마음을 더 상하게 하는 종교계들까지 어느 것 하나 따뜻하고 가슴 뭉클하게 하는 감동의 모습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다들 저 잘났다고 목소리만 키우고 악다구리만 쳐되는 상황에서 어찌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뉴스의 발굴자인 기자들조차 쉽게 찾을 수 있겠는가.

신문지면에도 방송뉴스속에도 아름다운 삶의 모습들만 넘쳐흐르는 그런 세상, 꿈이겠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마음상하는 뉴스의 홍수 속에서 아무 대책없이 살아야 할까.

내 자신부터 좀 더 정직해지고 겸손해지고 남을 배려하는 모습으로 변하면, 내 주변이 변할거고 새해의 화두인 '비정상의 정상화' 이렇게만 될 수 있다면 조금씩 조금씩 세상이 변하지 않겠는가. 인간적인 삶을 중심에 두는 사회, 보편타당성이 근본인 사회, 내가 먼저 손 내미는 배려하는 모습으로 사는 사회, 제 할 일이 집중하며 스스로 최선을 다하는 사회가 된다면,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훈훈한 뉴스로 온 세상을 채우고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한다.

새해를 맞으면서 이런 꿈을 꾸고 싶다. 뉴스를 접하다가 화가 치밀어 신문을 접거나 채널을 돌리는 일이 생기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고, 매일 뉴스를 접할 때 마다 가슴 깊은 곳에서 내어나오는 감동의 눈물을 흘려 보는 게 올해의 소망이다. 아니 나부터 조금이라도 변해 보는 게 우선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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