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정]세계가 함께 만드는 오케스트라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정기정]세계가 함께 만드는 오케스트라

[사이언스칼럼]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

  • 승인 2014-01-09 14:14
  • 신문게재 2014-01-10 17면
  •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
▲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
▲ 정기정 ITER한국사업단장
최근 지인에게 안녕, 오케스트라라는 책 한 권을 선물 받았다. 이 책은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과 23명의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오케스트라를 결성하고 악기를 배우는 1년 동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이들이 오케스트라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함께 만들어가면서 상처를 치유하고 하나가 되가는 과정, 이것이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감동이다.

아이들을 하나로 만들기 위해 오케스트라가 선택됐던 것은 개성 있는 각각의 악기들이 한데 모여 서로 조율하는 과정을 통해 아름다운 하모니가 완성되기 때문일 것이다. 목관 악기, 금관 악기, 타악기, 현악기가 어우러지는 오케스트라는 적게는 20명 많게는 100여명이 동시에 연주하는 형태로 그 자체가 커다란 악기이다. 다른 솔로 연주와는 달리 어느 한 파트라도 튀거나 뒤처져서는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없다.

'화합과 조화'라는 오케스트라의 미학은 다양한 것들을 모아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가는 것일 것이다. 전혀 관련이 없을 것 같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이런 오케스트라의 미학을 필요로 하는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에너지 부족과 지구 온난화라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공동 노력이다. 국가별 경쟁력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 과학기술이지만, 한 나라가 처한 문제가 아닌 인류 공동의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저마다 뛰어난 분야와 기술을 가진 국가들이 하나로 힘을 모아 최상의 오케스트라를 꾸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움직임이 미래 친환경에너지로 기대되고 있는 대용량 핵융합에너지 개발을 위해 세계가 힘을 모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공동개발사업이다.

핵융합에너지는 화석에너지원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와 세계 에너지 자원 확보에 대한 분쟁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에서 최적의 미래 에너지원로 주목 받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유럽,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인도 등 세계 선진 7개국이 힘을 모아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검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과학기술 협력 연구 사업인 ITER 공동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ITER 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한 국가들은 핵융합로 건설을 위해 각자 쌓아 온 핵융합 기술력을 토대로 ITER의 각 부분별 품목들을 개발해 조달하게 된다. 결국 ITER는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핵융합 연구결과와 기술력을 한데 모아 협력과 조화를 통해 만들어 내는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국내기술로 개발한 초전도핵융합장치인 KSTAR의 개발 과정을 통해 얻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ITER건설을 위해 진공용기본체, 전원공급장치, 진단장치 등 10여개 품목을 순수자체 기술로 제작, 납품한다. 뿐만 아니라 매년 진행되는 KSTAR 실험을 통해 ITER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기술 자료를 상호 보완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그 동안 KSTAR 개발과 운영 실험을 통해 닦아 온 연주 실력을 바탕으로 ITER라는 오케스트라에서 세계 과학기술 무대 위에 올라 선진국들과 함께 연주를 완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규모와 다양성이 커지면서 연구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국제교류와 협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과학기술 개발을 위한 정보교환을 넘어서 여러 나라들이 인력과 비용을 함께 부담하고, 기술들을 한데 모아 공동으로 연구를 추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ITER와 같은 국제협력 프로젝트는 21세기 과학기술 협력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과학기술이라는 오케스트라 무대에서 선진국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우리나라도 쉬지 않고 실력을 닦는 것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를 위한 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