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헌기]대전 문화재, 안녕하십니까!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임헌기]대전 문화재, 안녕하십니까!

[문화초대석]임헌기 대전시문화재돌봄사업단장, 한밭문화마당 전 대표

  • 승인 2014-01-05 13:39
  • 신문게재 2014-01-06 16면
  • 임헌기 대전시문화재돌봄사업단장임헌기 대전시문화재돌봄사업단장
▲ 임헌기 대전시문화재돌봄사업단장, 한밭문화마당 전 대표
▲ 임헌기 대전시문화재돌봄사업단장, 한밭문화마당 전 대표
안녕하십니까! 세간(世間)에 회자되는 대자보 이야기가 아니고 매일 문화재에게 묻는 인사이다. 아침 눈을 뜨자마자 기상청에 접속한다. 전체 일기도를 확인하면 구름 분포도와 두께,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확인하며 머릿속에는 대전 지도를 펼치며 오늘은 어떻게 이동해야 하는지를 구상하는 것으로 두 해 동안 해왔다. 대전시 문화재 돌봄사업의 책임을 맡아 보낸 그 시간들은 긴장의 연속이었고 값비싼 새 등산화가 다 닳아버렸다. 스마트하다는 전화기를 장만한 것은 물론 늦은 시간까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것도 포기해야 하는 육체적 피로도 내게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봄철 화재발생기간, 여름철 풍수해 기간, 태풍이 예보되는 기간엔 조기출근, 주말 비상대기와 출동도 해야 했다. 강의시간을 빼고는 거의 말을 하지 않고 살았던 내가 운전자에게, 사진촬영자에게, 작업자에게 수시로 잔소리하고 확인전화를 하는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돌이켜 보면 정도를 넘어선 경우도 있었다. 지붕에 올라가면 어떤 안전대책도 없으니 오로지 작업자의 균형 상태와 발 디딤에서 눈을 떼기도 어려운데 가끔씩 출몰하는 벌도 감시해야 한다. 지붕에서 떨어지는 먼지와 이물질은 문제가 아니고 오직 임무를 마친 작업자가 땅을 딛는 순간까지 순간적 대처 방법만 대비할 따름이다. 그렇게 조심하건만 하루에 두 번이나 벌에 쏘이는 경우도 있었고 가끔은 손발에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땀에 온몸이 적셔지는 것은 이미 익숙한 작업자들이지만 오후가 되면 집중도가 떨어지고 체력도 문제가 생기니 비교적 작업이 수월한 것으로 진행되어야 했다.

정기적으로 손을 보아온 문화재라도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이따금 보았을 때 그들의 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큰 수리가 아니고 부분보수와 환경정비가 대부분이므로 그저 주변이 좀 말끔하다는 것 정도로 보인다. 어느 시민이 문화재 지붕에 깨진 슬레이트를 수리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물론 문화재가 아니라면 아주 간단하지만 문화재는 수리를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 경우 현대 상태가 언제 완성된 것인지 알아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데 그것이 현재로서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육안으로 확인해보면 콘크리트 지붕에 균열이 생겨 임시방편으로 설치한 슬레이트로 보이지만 사진이나 기록이 없고 현 상태가 구조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아니므로 다른 방안을 강구하지 않는 것이다. 문화재 돌봄사업단은 수리가 업무의 목적이 아니라 원형유지를 위한 경미한 보수와 문화재 주변의 환경정비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단원들 중에는 현장이 지정되어 매일 그곳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계족산성을 매일 올라야하는데 쉴 장소도 없지만 산성 탐방객들이 급한 용무로 찾아가는 곳을 청소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배설물과 휴지가 엉켜있고 비라도 온 후에는 치우기가 고역이라고 한다. 그런 장소가 세 곳이나 된다. 급한 용무에는 휴지사용보다 뒤처리를 물로만 하실 수는 없을까? 시원한 마음으로 주변의 흙으로 덮어주기만 하면 문화재 환경면에서 좋겠다. 이름을 쓰기도 거북한 동춘당공원의 북동쪽에 송용억가옥(지정문화재)이 있다. 가옥 입구 10m 앞에 작은 바위가 있으며 '琴岩(금암)' 이라는 글자가 있어 금암암각이라는 비지정문화재이다. 문제는 이 바위 틈새가 공원으로 산책 나온 견공(犬公)들의 화장실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문화재가 밀집된 비래동·송촌동을 담당한 직원이 견공들의 배설물을 치우기는 하지만 하필 동춘 선생과 관련한 문화재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 창피할 뿐이다. 바위 앞에 개들이 알아볼 수 있는 경고판을 세울 수도 없고 결국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세워야 하는가?

지난 두 해 동안 필요 없는 잔소리까지 묵묵히 들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귀찮게 묻고 확인하는 전화를 받아주신 문화재 소유자, 관리자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견공들께는 화장실을 찾을 수 있도록 주인이 당연한 수고를 해주심이 옳지 않을까? 그런 마음과 행동이면 2014년에는 문화재도 지금보다 더 안녕하실 것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