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헌기 대전시문화재돌봄사업단장, 한밭문화마당 전 대표 |
정기적으로 손을 보아온 문화재라도 소유자 또는 관리자가 이따금 보았을 때 그들의 눈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큰 수리가 아니고 부분보수와 환경정비가 대부분이므로 그저 주변이 좀 말끔하다는 것 정도로 보인다. 어느 시민이 문화재 지붕에 깨진 슬레이트를 수리해야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었다. 물론 문화재가 아니라면 아주 간단하지만 문화재는 수리를 위한 절차가 필요하다. 이 경우 현대 상태가 언제 완성된 것인지 알아야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데 그것이 현재로서는 근거를 찾을 수 없었다. 육안으로 확인해보면 콘크리트 지붕에 균열이 생겨 임시방편으로 설치한 슬레이트로 보이지만 사진이나 기록이 없고 현 상태가 구조물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아니므로 다른 방안을 강구하지 않는 것이다. 문화재 돌봄사업단은 수리가 업무의 목적이 아니라 원형유지를 위한 경미한 보수와 문화재 주변의 환경정비가 목적이기 때문이다.
단원들 중에는 현장이 지정되어 매일 그곳으로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계족산성을 매일 올라야하는데 쉴 장소도 없지만 산성 탐방객들이 급한 용무로 찾아가는 곳을 청소하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한다. 배설물과 휴지가 엉켜있고 비라도 온 후에는 치우기가 고역이라고 한다. 그런 장소가 세 곳이나 된다. 급한 용무에는 휴지사용보다 뒤처리를 물로만 하실 수는 없을까? 시원한 마음으로 주변의 흙으로 덮어주기만 하면 문화재 환경면에서 좋겠다. 이름을 쓰기도 거북한 동춘당공원의 북동쪽에 송용억가옥(지정문화재)이 있다. 가옥 입구 10m 앞에 작은 바위가 있으며 '琴岩(금암)' 이라는 글자가 있어 금암암각이라는 비지정문화재이다. 문제는 이 바위 틈새가 공원으로 산책 나온 견공(犬公)들의 화장실로 이용된다는 점이다. 문화재가 밀집된 비래동·송촌동을 담당한 직원이 견공들의 배설물을 치우기는 하지만 하필 동춘 선생과 관련한 문화재가 이런 꼴이 되었는지 창피할 뿐이다. 바위 앞에 개들이 알아볼 수 있는 경고판을 세울 수도 없고 결국 사람이 알아볼 수 있는 것으로 세워야 하는가?
지난 두 해 동안 필요 없는 잔소리까지 묵묵히 들어주신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며 귀찮게 묻고 확인하는 전화를 받아주신 문화재 소유자, 관리자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견공들께는 화장실을 찾을 수 있도록 주인이 당연한 수고를 해주심이 옳지 않을까? 그런 마음과 행동이면 2014년에는 문화재도 지금보다 더 안녕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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