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 |
갈릴레이는 가장 먼저 망원경을 발명하지는 않았다. 망원경에 대해서 소개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17세기 초 한스 리퍼셰라는 네덜란드 안경 제조공이 망원경을 발명하였다고 한다. 렌즈를 만지작거리던 리퍼셰는 경통 한쪽 끝에 볼록렌즈를 두고 다른 쪽 끝에 오목렌즈를 두면 멀리 있는 물체가 확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한 리퍼셰는 망원경으로 별을 본 적이 없다.
파도바의 갈릴레이도 망원경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당시 뛰어난 과학자로서 낙하하는 물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운동법칙을 밝혀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도전하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새로운 우주관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였다. 갈릴레이는 기존 발명된 망원경을 새로이 설계하여 더욱 높은 배율과 넓은 시야, 그리고 선명한 상을 가진 망원경을 만들어서, “마침내… 나는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맨눈으로 보았을 때보다 1000배 가까이 보여주는 훌륭한 도구를 만들었다” 는 기록을 남겼다. 망원경이 하늘을 누비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1609년 11월 30일, 파도바의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달을 보았고 지구 밖 지형을 본 첫 느낌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달 표면은 매끄럽지도 균일하지도 않으며 많은 철학자들이 믿었듯 둥글지도 않다. 달은 불균일하며 거칠고 계곡과 산들로 가득 차 있어서 지구의 표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듬해인 1610년 1월, 갈릴레이는 목성을 관측했다. 그는 작은 구형의 행성 주위에서 매일 위치를 바꾸는 4개의 “별”을 보았다. 그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공전하는 위성들의 모습을 관측함으로써 모든 것이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는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발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금성이 달처럼 차고 일그러지는 위상변화를 관측했다. 새벽 또는 저녁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이 행성은 우리의 달과 마찬가지로 초승달에서 보름달 모양 가까이 부풀었다가 다시 초승달처럼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이는 금성이 지구궤도 안쪽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토성의 고리를 관측했고, 시력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태양 표면에서 흑점을 벌견하여 태양이 완전무결한 표면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관측은 그 동안 인류가 가지고 있던 지구 중심의 세계관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2014년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창립한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올 해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전용 망원경을 칠레의 산 정상에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호주와 남아공에도 천체망원경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망원경은 우리의 태양계 외에 다른 별 주변을 돌고 있는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현재까지 1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이 발견되었고 이 중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 망원경이 완성되면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을 1년 동안 최소 3~4개를 발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래 전 갈릴레오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진실을 밝혀냈듯이 우리의 태양도 더 이상 생명을 가진 행성을 거느린 유일한 별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질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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