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구]2014년, 하늘을 보는 눈의 새로운 시작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이서구]2014년, 하늘을 보는 눈의 새로운 시작

[사이언스칼럼]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

  • 승인 2013-12-31 14:22
  • 신문게재 2014-01-02 17면
  •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
▲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
▲ 이서구 한국천문연구원 글로벌협력실
지금부터 약 400 여 년 전,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의 한 남자가 집 근처 벌판으로 나가 손수 만든 망원경으로 달과 행성을 올려다보았다. 그는 이탈리아 과학자이자 천문학자인 갈릴레오 갈릴레이였다.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지만 그날 밤 천문학에서 과학혁명이 시작되었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의 눈은 우주를 관측하는 유일한 도구였다. 하지만 망원경의 발명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수 있었다. 이제 천문학자들은 멀리 떨어진 산꼭대기에 대형망원경을 설치해서 깨끗하고 얇은 대기층을 통해 가장 먼, 그리고 가장 오래된 천체가 보내온 희미한 신호를 받고 있다.

갈릴레이는 가장 먼저 망원경을 발명하지는 않았다. 망원경에 대해서 소개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기록에 따르면, 17세기 초 한스 리퍼셰라는 네덜란드 안경 제조공이 망원경을 발명하였다고 한다. 렌즈를 만지작거리던 리퍼셰는 경통 한쪽 끝에 볼록렌즈를 두고 다른 쪽 끝에 오목렌즈를 두면 멀리 있는 물체가 확대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우리가 아는 한 리퍼셰는 망원경으로 별을 본 적이 없다.

파도바의 갈릴레이도 망원경에 관한 소식을 듣게 되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당시 뛰어난 과학자로서 낙하하는 물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운동법칙을 밝혀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에 도전하고,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 코페르니쿠스의 새로운 우주관에 대한 강력한 지지자였다. 갈릴레이는 기존 발명된 망원경을 새로이 설계하여 더욱 높은 배율과 넓은 시야, 그리고 선명한 상을 가진 망원경을 만들어서, “마침내… 나는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맨눈으로 보았을 때보다 1000배 가까이 보여주는 훌륭한 도구를 만들었다” 는 기록을 남겼다. 망원경이 하늘을 누비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1609년 11월 30일, 파도바의 갈릴레이는 망원경으로 달을 보았고 지구 밖 지형을 본 첫 느낌을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달 표면은 매끄럽지도 균일하지도 않으며 많은 철학자들이 믿었듯 둥글지도 않다. 달은 불균일하며 거칠고 계곡과 산들로 가득 차 있어서 지구의 표면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이듬해인 1610년 1월, 갈릴레이는 목성을 관측했다. 그는 작은 구형의 행성 주위에서 매일 위치를 바꾸는 4개의 “별”을 보았다. 그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을 공전하는 위성들의 모습을 관측함으로써 모든 것이 지구를 중심으로 도는 것이 아니라는 코페르니쿠스의 주장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발견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금성이 달처럼 차고 일그러지는 위상변화를 관측했다. 새벽 또는 저녁 하늘에서 밝게 빛나는 이 행성은 우리의 달과 마찬가지로 초승달에서 보름달 모양 가까이 부풀었다가 다시 초승달처럼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이는 금성이 지구궤도 안쪽에서 태양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토성의 고리를 관측했고, 시력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태양 표면에서 흑점을 벌견하여 태양이 완전무결한 표면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관측은 그 동안 인류가 가지고 있던 지구 중심의 세계관을 무너뜨린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이다.

2014년은 한국천문연구원이 창립한지 4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천문연구원은 올 해 외계행성을 찾기 위한 전용 망원경을 칠레의 산 정상에 설치하는 것을 시작으로 호주와 남아공에도 천체망원경을 설치할 예정이다. 이 망원경은 우리의 태양계 외에 다른 별 주변을 돌고 있는 외계 행성을 발견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다. 현재까지 1000개가 넘는 외계 행성이 발견되었고 이 중에는 지구와 비슷한 환경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천문연구원의 외계행성탐색 망원경이 완성되면 지구와 비슷한 외계 행성을 1년 동안 최소 3~4개를 발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래 전 갈릴레오가,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진실을 밝혀냈듯이 우리의 태양도 더 이상 생명을 가진 행성을 거느린 유일한 별이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질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4.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5. [사진뉴스] 한밭사랑봉사단, 중증장애인·독거노인 초청 가을 나들이
  1. [WHY이슈현장] 존폐 위기 자율방범대…대전 청년 대원 늘리기 나섰다
  2. 충청권 소방거점 '119복합타운' 본격 활동 시작
  3. [사설] '용산초 가해 학부모' 기소가 뜻하는 것
  4. [사이언스칼럼] 탄소중립을 향한 K-과학의 저력(底力)
  5. [국감자료] 임용 1년 내 그만둔 교원, 충청권 5년간 108명… 충남 전국서 두 번째 많아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