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신성한 地神이자 전령… 박력과 소통의 상징

말은 신성한 地神이자 전령… 박력과 소통의 상징

[말띠 이야기]국조가 탄생할때 상서러운 조짐으로 '말' 등장 천마산 등 744개 지명이 말과 관련… 충청권 164개

  • 승인 2013-12-31 13:29
  • 신문게재 2014-01-02 10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응노 화백의 군마
▲이응노 화백의 군마

2014년 갑오년(甲午年)의 첫날이 밝았다. 십이지(十二支)를 상징하는 동물 중 일곱 번째인 말(馬)은 신성스러운 전령사다. 말은 생김새를 보면 강인한 힘이 느껴진다. 가축으로 인류 발달에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인간 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白馬)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시인은 시 '광야'에서 말을 초인이 타고 오는 신성한 존재로 묘사했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도 말은 사람과 사람을, 신과 사람을 이어주는 대리자 즉 사자(使者)라는 의미가 강하다. 금와왕, 혁거세, 중몽 등 국조(國祖)가 탄생할 때에는 상서러운 조짐으로 모두 말이 등장한다.

삼국시대 백제가 망할 때도 말이 나타나 예시를 주기도 했다. 당나라 장수 소정방이 도강을 방해하는 백마강의 용을 잡기 위해 그 미끼로 백마를 사용했다는 '백마강 전설'을 보아도 백마가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로 매우 중요한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옛 유물들을 살펴보면 말은 이승과 저승을 있는 성스러운 전령으로 여겨졌다. 신라와 가야의 말 형상 고분유물이나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말은 이승과 저승을 잇는 영매체로 이해된다. 또 혁거세 신화와 천마도의 백마는 최고 지위인 조상신이 타는 말로 인식된다. 고대소설이나 시조, 민요 등에서는 신랑, 소녀, 애인, 선구자, 장수 등이 타고 오는 것으로 쓰인다.

말은 힘을 측정하는 단위로 '마력(馬力)'이 있을 만큼 박력과 생동감으로 표현된다. 말의 겉모습을 보면 탄력 넘치는 근육이 넘치는 생동감을, 미끈하고 탄탄한 체형과 기름진 모발은 뛰어난 순발력을, 거친 숨소리는 강인한 인상을 받는다. 말은 생태학적으로 유체목 말과에 속하는 포유동물이다.

말은 원시미술과 토기, 토우, 벽화 등에 나타나고, 구전이나 민속신앙, 민속놀이 등 민속문화 전반에 다양하게 등장된다. 말은 일찍부터 우리 생활문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교통과 군사, 농경, 생활용품, 식용 등 우리 일상생활에서 말은 널리 이용됐다. 단순한 실용 혹은 수렵과 간단한 경제적 단계에서 정복과 지배를 위한 정치적, 군사적 이용단계로 발전했다. 고려ㆍ조선시대에는 농경, 교통, 통신 등 그 쓰임새가 더 다양해졌다. 근래에는 제주도 등 일부 관광지나 경마장 등을 빼고는 거의 볼 수 없다. 현재는 제품의 상표나 상품 광고에 말 이미지가 종종 쓰인다. 포니나 갤로퍼, 에쿠스와 같은 승용차 상표는 모두 말과 관련 있다.

발이 튼튼하거나 빠른 사람을 건각(健脚)이라 하는 것도 말에서 이미지를 빌린 것이다. 말의 형상이나 말과 관련된 설화는 우리 지명 속에 깊이 자리 잡아 내려오고 있다. 국토지리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150만 여 개 지명 가운데 744개가 말과 관련됐다. 이중 충청권에 말(馬)과 관련된 지명이 모두 164개다. 글자별로 보면 '마산'을 비롯해 '천마산', '철마산', '역말' 등의 지명이 많이 사용되고 있고, 봉우리가 말의 귀를 닮았다고 해 이름 붙여진 '마이산', 고개의 모습이 말안장을 얹는 말의 등과 닮은 '마령재' 등 말의 이미지도 많이 반영됐다.

말은 속담에도 종종 등장한다. '말이 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이 나면 서울로 보내라', '말타면 종 부리고 싶다', '말도 사촌까지 상피한다'등 말이 가진 강인한 모습과 귀한 존재 등 말의 관념을 알아 볼 수 있다. 갑오년 말띠 해인 올해를 특별히 청마띠의 해로 부르는 것은 2014년 천간(天干)인 갑(甲)이 오행사상에서 목(木), 색으로는 푸른색(청색)을 뜻하고, 지지(地支)인 오(午)는 말을 일컫기 때문이다. 육십갑자 시간법에 따라 60년에 한 번씩 온다. 갑오년은 역사적으로 보면 변화의 시기로 여겨진다. 지금으로부터 120년전인 1894년에는 동학농민운동, 갑오개혁 등 큰 변화의 흐름이 있었다. 반봉건ㆍ반외세의 깃발을 든 농민혁명은 미완에 그쳤지만 왕정을 개혁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또 1234년에는 고려가 몽골항쟁을 펼치기도 했다.

1654년에는 청나라에서 우리나라 포수들을 요청해 러시아 정벌에 나선 나선정벌이 있기도 했다. 갑오년은 여러 말 중에서도 '진취'를 상징하는 '푸른 말(靑馬)'의 해다. 청마는 가장 진취적이고 활발하며 행운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2014년의 대한민국은 청마(靑馬)와 같이 진취적인 자세로 모든 일에 임해 경제 성장과 민주주의 성장이 역동적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상문 기자 ubot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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