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동익 국민행복운동 사무처장 |
연역왕 시절 공자 자지(子之)가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자 제나라 민왕이 연나라 종묘사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후 즉위한 연소왕은 나라를 되살리기 위해서 인재를 모으고 백성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최선을 다한다. 연소왕이 인재를 구하기 위해서 곽외 선생이 들려준 사마골오백금(死馬骨五百:죽은 말을 오백금에 산다는 뜻으로 큰 것을 얻기 위해서 작은 것도 귀하게 여긴다는 뜻) 고사도 유명하다. 이때 각 제후국에서 달려온 인걸 중에 조나라 출신의 악의라는 장군이 있었다. 악의는 위(魏)나라 문후시절 중산국을 물리친 장수 악양의 손자로 연나라의 인재 수집 소문을 듣고 온 것이다. 연소왕은 예전의 치욕을 안긴 제나라를 치기 위해서 5개국 연합군을 꾸리고, 악의를 다섯 나라 연합군의 상장군으로 하여 제나라 도읍 임치를 쳐들어가서 70여 개 성을 함락시키는 전무후무한 공을 세운다.
얼마 후 연합군은 거의 돌아가고, 악의가 3년간 제나라에 머물렀다. 그런데 악의도 함락시키지 못한 땅으로 거주와 즉묵이 있었는데 즉묵에 바로 제나라 명장이자 공족의 후예인 전단(田單)이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연소왕이 죽고 세자가 즉위해 연혜왕이 되면서 전세는 역전된다. 특히 연혜왕은 아버지 연소왕과는 다르게 악의를 싫어해서 노골적으로 배척하는데 이것을 전단은 '악의만 없으면 연나라는 그대로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연나라에 유언비어를 퍼뜨려 연혜왕으로 하여금 악의를 물러나게 하고 기겁을 중용하도록 하게 한다. 결국 전단은 자신의 계략대로 전대미문의 소떼를 이용한 화우지계(火牛之計 : 쇠뿔에 칼을 잡아매고 꼬리에 기름 바른 갈대 다발을 매달고 소떼를 적진으로 내모는 계책)전술로 제나라 70여 개 성을 되찾으며 전세를 역전시킨다.
심리전이란 적군이나 상대방 국민들에게 심리적인 자극이나 압력을 가하여 외교나 군사 관계 따위를 자기 나라에 유리하게 이끄는 전법으로 싸우는 전술의 하나로 상대방의 심리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제 편으로 끌어들이는 등의 방법을 취한다.
앞의 사례로 보는 바와 같이 수많은 전쟁을 통해서 심리전의 효과는 이미 많은 사례로 효과가 검증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북한과 대치 중이다. 그런데 작금의 대한민국 상황을 볼 때 우리는 스스로 빨가벗겨지고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대선불복이라는 구실로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해서 사이버사령부 심리리전단팀 등 밝혀지면 안 되는 모든 것들이 하나 둘씩 까발려지고 있다.
앞의 예처럼 악의 장군을 제거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결국에는 당하고 나서야 후회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 지난 12월 20일 북한이 일종의 선전포고를 했다. “예고 없는 보복행동이 무자비하게 가해질 것이다.”(북한 국방위 정책국 서기실) “만약 귀측(북한)이 도발한다면 단호히 응징하겠다.”(국방부 정책기획관실) 남북은 19일 판문점에 설치된 군 통신선을 이용해 전화통지문을 주고받았다. 북한은 지난 17일 우리 보수단체들이 김일성·김정일·김정은 등 3대에 걸친 최고지도자 화형식을 '특대형 도발'로 규정하고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이에 정부는 북한의 군사적 행동이 일어날 경우 강력한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20일 “우리 군은 북한의 도발에 강력히 응징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며 “현재 대비태세도 강화돼 있다”고 밝혔다.
북한의 도발 위협은 장성택 처형 이후 흉흉해진 민심을 다잡고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한 것이란 게 정부의 분석이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최고지도자에 오른 뒤 장거리 미사일 발사(2012년 4월, 12월)와 핵실험(2013년 2월)을 실시한 뒤 주민 결속을 시도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내년 1~3월 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언급했고, 마틴 뎀프시 미 합참의장은 “장성택 처형은 추가 도발의 전조”라고 분석했다. 실제 도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제는 정쟁을 그만두고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다 한반도가 위험하다고 하고 있는데 정작 대한민국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이버 사령부의 심리전을 가지고 언제까지나 싸워야 할 것인가? 철도는 파업으로, 노사문제는 극단적으로 치달아 사회가 혼란에 빠지고,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대통령을 부정하면 북한이 하시라도 도발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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