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원묵 한밭대 총장 |
사실 이번 정부가 주관하는 구조조정의 배경은 단순한 학령인구 감소때문에 비롯되었다고 볼 수 없다. 미래 창조경제시대를 열기 위한 고등교육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데 그 배경이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대학교육 혁신을 위한 구조조정도 다음의 전제조건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첫째로 미래 창조경제시대의 인재육성에 필요한 국가교육의 중장기적 비전 제시가 필요하다. 물론 2030년까지 무역규모 5위의 선진국 진입과 국민소득 4만 달러, 노벨상 수상자 배출 등 막연한 목표는 제시된바 있지만 대학교육에 대한 구체적 전략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는 지방대학의 육성을 통한 국가 균형발전의 정책기조를 갖고 추진되길 바란다. 1975년에 지방에 소재한 대부분 국립대의 위상은 대부분 일류대 수준을 유지했었고 학생수가 전체의 30% 규모였지만 지금은 20위권 대학에 겨우 3개 대학만 포함되고 학생수도 20% 이하로 감소했다. 이는 수도권 경제력이 국가전체의 80%를 차지할 만큼 집중되어 대학도 그 영향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지속발전 가능한 창조형 미래대학은 선진국인 미국을 비롯한 유럽대학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각국의 명문대학들이 지방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지역 발전의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한 강도 높은 대학교육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 대학교육은 패러다임을 바꿀 만큼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대학이 다양하게 특성화 되어야 하고 국제적 수준의 연구력 향상과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또한 사이버인프라를 비롯한 다양한 학습도구를 활용하여 국제적 수준의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넷째는 대학교육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강화해야 한다. 미래사회는 대학교육이 필수일 만큼 높은 수준의 국민교육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의 대학재정 지원이 크게 확대 되어야 하고 공공성의 상징인 국립대학을 대폭 늘려야 한다. 국립대 비중이 OECD 국가 평균 60%에 훨씬 못 미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점점 중요해져가고 있는 고등교육의 공공성과 보편성을 얼마나 경시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지원 예산은 OECD 국가의 최하위인 GDP의 0.8%에 불과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교육열을 갖고 있는 나라로서는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학생 장학제도를 크게 개선해야 한다. 반값등록금 시위로 탄생된 국가장학금은 단순한 복지정책 수준으로 장학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소득8분위 이하 소득층에 지급되는 1유형 장학금은 복지제도인 '부끄러운 장학금'으로 인식되어지고 있다. 약 3조 2000억원의 국가장학금은 차라리 교육부가 교육혁신을 위한 지원예산으로 바꾸어 각 대학의 특성에 맞게 운영하여 장학효과를 극대화 시키고 교육혁신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교육은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사냥능력을 키워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요즘 우리 사회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고치려 하고 있다. 특히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국가미래를 담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구조조정은 매우 중요하고 시기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대학 구조조정은 단순한 정원감축보다는 국가미래를 위한 대학교육 혁신을 수반해야 한다.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가 도행역시(倒行逆施)란다. 일을 함에 있어 순리와 원칙을 거스르면 부작용이 크다는 뜻에서 일 것이다. 이제 세상이 바뀌고 있다. 교육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제도와 내용이 바뀌어야 한다. 즉흥적 정책으로 교각살우(矯角殺牛) 하지 말고 대학을 발전시켜 국가미래를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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