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중심 도시에 뿌리내린 소통, 이웃과 하하호호

인간중심 도시에 뿌리내린 소통, 이웃과 하하호호

대전시 작년 8월 전국 최초 사회적 자본 확충나서 '이웃간 소통하고 알게 됐다' 최대 성과로 꼽혀

  • 승인 2013-12-17 14:17
  • 신문게재 2013-12-18 8면
  • 이영록 기자이영록 기자
●[지역의 삶]대전 사회적 자본 결산

▲지난 10월 사회적 자본 지원센터 개소식 모습
▲지난 10월 사회적 자본 지원센터 개소식 모습
지난 1년간 대전이 추구한 사회적 자본 확충. 사회적 자본의 뜻은 다소 추상적일 수 있지만 그래도 정의한다면 '내 주변, 이웃과의 소통'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내 주변 사람들 사이의 좋은 관계망을 뜻한다. 따라서 사회적 자본은 주민ㆍ이웃간 좋은 관계망을 형성해 소통과 참여, 신뢰와 배려심으로 상호간 협력적인 관계로 연결하는 무형의 자본인 것이다.

작금의 우리 사회는 이기주의 심화, 공공분야에 대한 불신, 혈연ㆍ지연ㆍ학연 등에 의한 사회적 갈등과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증가에 따른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할 시기다. 대전이 지난 1년간 사회적 자본 확충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의 대전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사람 냄새가 나고, 사람이 대접받으면서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건설을 추구한 것이다. 기술과 사회의 발달에 따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인공도시'가 아닌 '인간중심 도시'다.

▲사회적 자본 확충의 필요=우리 사회는 세계 경제의 침체 영향으로 대전 또한 저성장 기조를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대전경제에 어떤 활력을 불어 넣어야 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것인지, 지방재정의 압박속에서 어떻게 대전복지를 늘려갈 것인지 등 시민들의 수요를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사회적 자본 확충은 이같은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시대정신이다.

이는 1995년 일본 고베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 때 마을공동체가 형성된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의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가 형성돼 있지 않았던 미쿠라 지역은 잔해처리에 필요한 소유주 동의서를 아무도 받으러 나서지 않아 복구가 더뎠던 반면, 마을공동체 의식이 잘 형성된 마노 지역은 주민들이 힘을 모아 복구기간을 크게 단축했던 것이다.

이같은 사례에서 보듯이 마을공동체, 즉 사회적 자본의 힘은 대단한 것을 알 수 있다.

▲새싹리본 우리세상
▲새싹리본 우리세상
▲대전의 사회적 자본 확충 방향=대전은 지난해 8월 전국 최초로 사회적 자본 확충에 발벗고 나섰다. '민관협치', '협동경제', '지역공동체', '공유문화', '지속가능' 등 우리가 살고 싶은 도시 추구를 위한 움직임이었다.

대전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민관이 함께하는 사회적 자본 워킹그룹 실무회를 10회 개최하고, 지난 1월 지방주도의 사회적 자본 확충 실천개념 및 전략방안을 수립했다. 지난 2월에는 광역시중 처음으로 사회적 자본 확충 조례를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과 대전발전연구원내 사회적 자본 연구센터를 출범했으며 정책자문기구인 사회적 자본 확충 지원 위원회도 구성, 운영됐다. 지난 10월에는 민관협력의 중간지원 기관인 사회적 자본 지원센터가 개소되기도 했다. 대전이 추진한 사회적 자본 확충은 신뢰, 배려, 참여, 소통, 협력, 나눔 등 6대 핵심가치와 시민공감, 과정중시, 융합사고, 열린행정 등 4대 원칙을 정해 치밀하게 전개됐다. 시민들 개개인의 힘은 미약할 수 있어도 주민, 이웃간 신뢰와 소통, 공감과 참여를 통해 끈끈하게 연결된 시민들의 힘은 무한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대전이 사회적 자본 확충을 시정에 접목시킨 결과, 다양한 공동체에 단비 역할을 하면서 시민 속으로 정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통계교육원 대강당에서 주민 3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지난 1년간 진행한 대전형 좋은마을 만들기 사업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했는데 사업에 참여한 시민들이 '이웃간 소통하고 알게 됐다'는 성과를 최고로 꼽은 것이다.

이날 워크숍에서 염홍철 시장은 “사회적 자본은 성장사회에서 성숙사회로 진입하기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새로운 시대정신”이라며 “함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주민간 네트워크가 활성화된 사회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주요 사례로 꼽힌 '대흥동에 살다'는 70~80년대 도심발전의 중심축에서 둔산권 개발에 따라 원도심으로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중구 대흥동 거주민들이 동네를 돌아보며 인근에 조성된 문화예술을 즐기고, 동네에 함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중촌동마을축제'는 중구 중촌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2007년 3월, 짜장마을도서관 골목나눔축제를 시작으로 다양한 동네 축제 개최를 통해 주민들간 화합, 소통 등 함께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판암골 도시농부의 좋은마을 만들기'는 도시농업의 중요성 홍보 및 교육을 통해 도시농업의 활성화를 이끌고, 도시농업을 통한 마을 공동체 형성, 도시농부의 모임 토대를 마련했다. '무지개놀이밥'은 동구 천동 휴먼시아 아파트 주민들이 무지개 색깔처럼 다양한 부모와 아이들이 모여 밥 먹듯이 노는 모임으로 신나게 노는 아이, 배우는 부모, 더불어 사는 세상을 추구했다.

▲시민 속으로 뿌리 내린 성과=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역민과 일선 주민센터, 자치구 공무원과의 관계망을 통해 관에 대한 신뢰와 마을 거버넌스가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이 사업의 미래를 밝게 하는 긍정적인 성과로 꼽을 수 있다.

그동안 행정은 공무원의 일방적인 기획, 실행으로 인식하고 있던 주민들이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함께 논의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조력자임일 알게 됐다는 것이다.

지난 11일 열린 워크숍에서 실시한 여론수렴 결과, '매우만족' 25.8%, '만족' 44.3% 등 70% 이상이 사업 결과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차에 걸친 사업 성과 질문에서도 '새로운 이웃을 알고 소통하게 됐다' 39.1%(1차), '주민간 공동으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활동에 자신감이 생겼다' 22%(2차), '공무원들과의 소통과 협력체계 마련으로 마을 거버넌스가 형성됐다' 15.9%(3차)로 집계됐다. 이같은 결과는 주민들간 이웃과 소통하고 싶고 함께 마을사업을 함으로써 도시화, 개인화에 따른 문제점들을 주민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사업과정중 어려운 점으로는 '정산보고의 어려움' 22.7%, '사업에 필요한 예산 부족' 13%로 나타나 서류에 취약한 사업 참여자들을 위해 보다 쉽고 간소화된 절차가 요구됐다.

내년에도 사업에 참여할 의향으로는 '꼭 참여하겠다' 42.2%, '가능하면 참여하겠다' 36.0% 등 전체의 78.2%가 참여 의사를 내비쳤다.

▲대전시의 향후 추진 계획=대전은 지난 1년간 추진한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221개 선정사업에 대한 컨설팅과 모니터링을 진행, 우수사업 20개를 선정했다.

유형별로는 마을교육 3개, 층간소음 1개, 관계맺기 2개, 마을복지 2개, 마을미디어 3개, 마을텃밭 1개, 마을축제 3개, 마을환경 3개, 육아 1개, 마을문화 1개 등이다. 시는 선정된 20개 사업에 대해 우수 사례집을 발간, 내년 1월중 배포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내년도 사업을 위해 마을 활동가와 교수 등이 참여한 워킹그룹을 구성, 세부운영을 마련중에 있다”며 “워킹그룹과 함께 여론수렴을 통해 나타난 개선점들을 면밀히 검토, 반영해 참여주민의 편리와 사업성과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행정의 패러다임이 민관 거버넌스로 변화해 가는 만큼 시민속으로 뿌리내려 가는 마을 만들기 사업을 정착시켜 참여공동체ㆍ민주공동체ㆍ소통공동체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이영록 기자 idolnamba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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