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규]비움 그리고 채움

  • 오피니언
  • 데스크시각

[이승규]비움 그리고 채움

[중도시평]이승규 자치행정부장(부국장)

  • 승인 2013-12-17 14:08
  • 신문게재 2013-12-18 16면
  • 이승규 자치행정부장(부국장)이승규 자치행정부장(부국장)
▲ 이승규 자치행정부장(부국장)
▲ 이승규 자치행정부장(부국장)
아주 오래전으로 기억된다. 미국의 중고자동차 판매회사의 광고카피가 주목받았다. 중고차 시장에서 만년 2~3위를 하는 이 회사는 정상에 오르기를 갈망했다. 경영진들은 어떻게 하면 1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절치부심했다. 그리고 신문지면에 광고를 냈다. 그 광고의 카피는 이랬다.

“우리는 지금 2위에 머물고 있지만 반드시 1위에 올라설 것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아낌없는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광고디자인은 작은 숫자 '1'로 큰 숫자 '2'를 그려놓았다. 그들의 노력은 결국 만년 2위권을 벗어나 어느 날 미국 중고차 판매시장의 정상에 올라섰다. 회사는 그 기쁨을 이렇게 또 전미국민들에게 알렸다.

“드디어 우리가 해냈습니다.” 아울러 광고디자인으로 작은 숫자 '1'로 큰 숫자 '1'을 그려냈다. 그런데 아뿔싸! 그들의 정상질주는 단박에 끝났다.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채움이다. 소비자들은 정상에 오른 그 회사의 매너리즘과 자만심을 경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상을 밟기 위해 노력해온 초심을 잃어 가고 있다는데 실망했던 것이다.

다시 그들은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이런 카피를 내놓았다. “우리는 다시 2위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1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형태의 광고가 1980년대 후반에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느 회사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아날로그 시계를 12시5분전으로 그려놓고 1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내용이다. 근래에는 뭔가 약간의 서운함과 부족한 느낌을 던져주는 듯한 카피가 인기를 끈적도 있다.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어느정도 동정심을 유발하는데 착안한 기법인지 모르겠다.

이렇듯 광고기법에서 비움과 채움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있어서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조금은 비약이 될 수 있지만 비움과 채움은 최근 절실히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와도 큰 연관성을 지닌다. 그리고 정치분야에서의 비움과 채움은 그 관계가 더욱 복잡해진다.

우선 노블레스 오블리주에서 비움과 채움은 올해 대전지역의 최대 화두인 사회적 자본과 궤를 같이한다. 존경과 배려, 나눔과 봉사, 신뢰와 소통 등. 채움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가치가 더욱 빛난다. 누군가 그랬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고 채우고 그리고 비우는 과정의 연속이다. 그리고 무엇을 채우고 무엇을 비울지는 개개인의 인생에서 구할 답”이라고…. 정치권이 펼치고 있는 비움과 채움에 대해 일반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한마디로 이는 존경과 과욕 내지 오욕으로 비춰진다.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내년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런 비움과 채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같은 비움의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8월27일 염홍철 대전시장의 불출마 선언이다. 2010년 7월 민선5기 출범과 함께 이번이 마지막 임기라고 결심하고 차기 선거를 무려 1년 가까이 앞두고 불출마 선언을 단행한 그의 행보는 정치권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더욱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시장으로 유력시되는 그였기에 당시의 불출마 선언은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염 시장은 “지금 생각해도 백번 잘했다. 후련하다. 공직생활 40년만에 휴식다운 휴식을 할 수 있어 너무 좋다. 이제 자유인이다”며 진한 속내를 풀어냈다.

반면 채움은 11월5일 당적을 바꾸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우근민 제주지사가 아닐까 생각된다. 우 지사는 2010년 5월30일 6·2지방선거 막바지 유세에서 “저는 욕심이 없다. 당선이 된다면 단 한번만 할 것이다. 우근민은 신의를 제일 중요시한다. 민주당을 사랑한다. 민주당은 저의 뿌리이자 정치적 고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그날 우 지사는 이번이 “마지막 출마”라고 지지를 호소하며 당선됐다. 그러던 그가 6·4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태서 새누리당으로 옮겨가며 재선을 노리고 있다. 우 지사는 임명직과 민선을 합쳐 지금까지 5번째 제주지사직을 수행중이다. 그는 6번째 지사를 위해 또 한번의 채움을 선택했다.

비움이냐 채움이냐는 강요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리고 그 선택의 결과는 고스란히 자기 몫이다.

'사회적 자본 확충'이란 화두와 함께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염홍철 시장의 '비움'이 다시금 지역사회와 나라발전에 봉사하는 더 큰 채움으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유성 둔곡 A4블록 공공주택 연말 첫삽 뜨나
  2.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3. [기고] 공무원의 첫발 100일, 조직문화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며
  4.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전쟁개입 하지 말라’
  5. JMS 정명석 성범죄 피해자들 손해배상 민사소송 시작
  1. 대전보건대, 대학연합 뉴트로 스포츠 경진·비만해결 풋살대회 성료
  2. 대전 유통업계, 크리스마스 대목 잡아라... 트리와 대대적 마케팅으로 분주
  3. 한국자유총연맹 산내동위원회, '사랑의 반찬 나눔' 온정 전해
  4. 구본길에 박상원까지! 파리 펜싱 영웅들 다모였다! 대전서 열린 전국 펜싱대회
  5. 대전시, 여의도에 배수진... 국비확보 총력

헤드라인 뉴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뜨끈한 한 끼에 마음도 녹아"… 함께 온기 나누는 사람들

27일 낮 12시께 눈발까지 흩날리는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대전 중구 한 교회의 식당은 뜨끈한 된장국에 훈훈한 공기가 감돌았다. 식당 안에서는 대전자원봉사연합회 소속 자원봉사자들이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며 어르신들을 대접하고 있었다. 150여 명의 어르신이 빼곡히 마주 앉아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기다렸다. 얇은 패딩과 목도리 차림인 어르신들은 강한 바람을 뚫고 이곳까지 왔다고 한다. "밥도 같이 먹어야 맛있지." 한 어르신이 식당에 들어서자 자원봉사자가 빈자리로 안내했다. 이곳에 오는 대부분은 75세 이상의 독거 노인이다. 매일 혼..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홈 승리하고 1부 간다"… 충남아산FC 28일 승강전 홈경기

창단 후 첫 K리그1 승격에 도전하는 충남아산FC가 승강전 홈경기를 앞두고 관심이 뜨거워 지고 있다. 충남아산FC는 28일 대구FC와 승강전 첫 경기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홈 경기로 치른다. 홈 경기장인 아산 이순신종합운동장 잔디 교체 공사로 인해 임시 경기장으로 천안에서 경기를 하게 됐다. 승강전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28일 홈 경기 사흘 후인 12월 1일 대구로 이동해 어웨이 경기를 치른다. 승리수·합산 득실차 순으로 최종 승격팀을 정하게 되며 원정 다득점 규정은 적용하지 않아 1·2차전 결과에 따라 연장전 또는 승부차기까지..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시도 "2027 하계U대회 반드시 성공"… 제2차 위원총회

충청권 4개 시도가 2027년 열리는 하걔세계대학경기대회 성공 개최를 재차 다짐했다.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위원장 강창희, 이하 조직위)는 27일 대전 호텔 ICC 크리스탈볼룸에서 2024년 제2차 위원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총회는 지난 3월 강 위원장이 조직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 처음 개최된 것이다. 행사에는 대전시 세종시 충남도 충북도 등 충청권 4개 시도 부지사와 대한체육회 부회장, 대한대학스포츠위원회 위원장, 시도 체육회장, 시도의회 의장 등이 참석했다. 강 위원장과 조직위원회 위원이 공식적으로 첫..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거리 나설 준비 마친 구세군 자선냄비

  •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12월부터 5인승 이상 자동차 소화기 설치 의무화

  • 첫 눈 맞으며 출근 첫 눈 맞으며 출근

  •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 가을의 끝자락 ‘낙엽쌓인 도심’